[Review] 필사적으로 달려가는 것 - 보통의 카스미

글 입력 2023.07.2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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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조금 흔들리며 카스미가 길거리를 걸으며 등장하고 영화는 시작한다.

 

식당에서 미팅 자리로 밥을 먹게 되는데, 다른 사람들이 서로에 관해 관심을 가지며 화목한 분위기 속에 질문을 이어나가는 반면, 카스미는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을 나타내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카스미가 마음에 든다고 말하자 카스미는 당황한다.

 

카스미는 성애적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무성애자이다. 카스미는 그냥 혼자이고 싶었다. 그러나 억지로 연애와 결혼을 하는 일반적인 삶으로 다가가려할수록, 자신의 독특함에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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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는 어머니의 의견은 카스미에게 압박으로 다가온다. 또한 친한 친구의 고백으로 인해 카스미는 자신의 성적 지향에 대해 점점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카스미의 일상은 소소하고 뜨뜻 미지근하게 흘러가고 있다. 친했던 친구가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카스미에게 밝히는데 카스미가 놀라지 않아서 친구는 고마움을 느낀다. 동시에 카스미도 친구의 성적 지향을 알게 되어 조금의 편안함을 느낀다.

 

또한, 해변에서 우연히 만난 중학교 동창생 마호에 의해서 카스미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점점 찾아간다. 카스미는 신데렐라를 각색해서 자신의 이야기로 쓴 것을 발표하면서, 점점 위축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존중하게 된다.

 

마호와의 우정이 너무 좋았던 카스미는 마호에게 동거를 제안하지만, 마호의 결혼 소식으로 이는 무산되고, 마호의 결혼을 축하하며 카스미는 또다시 혼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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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카스미에게 새 직장 동료인 덴도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덴도는, 카스미에게 호감을 보인다. 이에 카스미는 살짝 부담스러움을 느낀다. 덴도는, 카스미에게 일요일에 시간이 있냐고 묻는다. 카스미와 덴도는 같이 뮤지컬을 보러 가는데, 옆자리가 아니라 멀리 떨어진 자리에 예매한 듯 서로 다른 출입구로 들어간다.

 

카페에서도 카스미와 덴도는 서로 책만 읽다가, 카스미와 덴도는 각자 집에 가려고 하는데, 카스미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발생할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단도직입적으로 덴도에게 자신은 연애 감정이 없을뿐더러 연애를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덴도는 알고 있다고 말한다.

 

대화를 많이 나누지 않아도, 함께 있을 때도 각자의 개인적인 영역을 지켜주는 듯한 카스미와 덴도의 모습은 그동안 카스미가 만났던 다른 사람들과 카스미가 함께 있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덴도와 카스미는 비슷한 사람이었다.

 

덴도와 헤어진 이후, 카스미는 점점 빨리 걷더니 달리기 시작한다. 초반부를 제외하고 러닝타임 내내 안정적이던 카메라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카스미는 <우주전쟁> 속 톰 크루즈처럼 달린다. 도망친다기 보다는 조금은 상쾌해 보이는 모습이다.

 

카메라는 점점 더 흔들리더니 하늘을 비추며 영화는 끝이 난다.

 

 

스페셜 카스미 LOVE MYSELF 포스터.jpg

 

 

사실, 카스미는 아무렇지 않은 평범한 인물이다. 그러나, 결혼을 하라는 어머니의 압박과 미팅 자리에 꾸역꾸역 나가게 되는 불편한 상황,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으로부터의 고백 등 일상에서의 주변 인물들로 인해 카스미는 자신이 잘못한 것인가? 잘못된 것인가? 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그러나 ‘신데렐라’를 각색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결정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인 덴도를 만나면서, 카스미는 이제 그것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단단한 마음을 지니게 되었다. 카스미는 조금 더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됨과 동시에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 보다는 확신의 태도를 취하게 된 것이다.

 

아무도 날 알 수 없고 공감해 줄 수 없다는 마음은 자신과 비슷한 존재의 등장만으로, 위로가 될 수 있다. 굳이 말을 많이 나누지 않아도 덴도의 존재는 카스미에게 필사적으로 도망치라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듯 했다.

 

무언가로부터 도망친다는 것의 정의는, 그 문제를 회피한다기보다는 그것이 나에게 주는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톰크루즈가 침략자인 외계인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달렸듯이, 카스미는 자신의 일상 속 존재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받는 영향력으로부터 홀가분하게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보였다. 

 

우리는 어딘가에 존재하던 안전한 곳은 없고 영원히 정착할 수도 없다. 불완전하게 흔들리는 존재이며 방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가 아니다, 보편적이지 않다, 일반적이지 않다, 평범하지 않다고 해서 이를 배척하고 잘못되었다고 고쳐나가야 할 필요는 없다. 모두가 다 허술하고 독특한 부분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우주전쟁>에서 톰 크루즈는 외계인을 피해 계속 도망 다니지만, 그 와중에 소중한 사람을 지키려고 한다. 카스미가 성애적 감정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던 건, 아마 로맨스 영화 같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우주전쟁>에서 나온 것처럼 소중한 것들을 지키려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모두에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지 언정 소중한 것은 있으며, 그건 아무런 무미건조한 재미없다고 느껴지는 일상일지도 모른다. 

 

<보통의 카스미>는 일상의 무미건조함에서 오는 따뜻함과 일상의 소중함, 그리고 ‘보통’, ‘평범함’이라는 단어가 주는 함의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해준다. 밋밋하고 남들과는 다른 삶일지라도 나와 비슷한 존재를 통해 나는 또 용기를 얻고 나아갈 수 있다는 말해주는 영화이다. 

 

 

"난 연애도 안 하고 싶고 

애초에 그런 감정도 없고

혼자서 살 수 있고

그게 쓸쓸하다고 생각한 적 없어

불행하게 느낀 적도 없어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이게 나인 걸 어떡해?"

 

- 카스미

 

 

 

에디터 심선용.jpeg

 

 

[심선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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