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던해지지 않아야 할 것들에 대해 [미술]

Hans K Clausen, < How many times must a man look up? >
글 입력 2023.07.24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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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ONE A PATIENT

EVERYONE A HEALER

EVERYONE A CARER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에 갔던 때이다.

 

한 전시장에 들어서자, 대자보 같은 세 가지 천들을 볼 수 있었다. 벽에 붙여져 있어 모르고 지나칠 뻔하다가, 천 위에 적힌 위 세 문구들을 발견한 뒤 자세히 보러 조금 더 뒤로 물러났다. 멀리서 보면 세 가지 천들 위 각각의 글자가 다르고, 색과 패턴이 다른 걸 확인할 수 있다.

 

다시 가까이 가면, 분명히 다른 점도 찾을 수 있는데, 환자(PATIENT)라는 문구엔 실제 환자복 조각들이 연결되어 있고, 치유자들(HEALER)엔 의사 및 간호사들의 녹색 수술복들이, 간병인(CARER)엔 NHS가 적힌 유니폼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단순한 플래카드가 아니었다. 실제 배경이 된 천들은 글자들의 의미를 더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많은 환자복과 의사복, 간병인들이 이루어진 천들은 우리가 겪어야만 했던 지난 시기의 오래 지속된 상황들과도 연결해 생각하게 만든다.

 

이 설치 작품은, Hans K Clausen의 < How many times must a man look up? >으로, 이 제목은 밥 딜런의 노래 중 ‘바람만이 아는 대답’의 가사 중 일부분으로 인용되었다.

 

다시 작품을 자세히 봐야 보이는 큰 글귀들, 그리고 그 뒤에 따뜻한 체온이 닿았던 실제 사람들의 옷들을 바라본다. 작품을 면밀히 보아야 재료도 보이듯이, 우리가 자세히 마주해야 할 것들은 현재에도 많다.

 

진정으로 마주하기 위해서는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건, 사고들에 대한 진지한 태도, 부상자, 사망자 숫자 뒤에 있는 감히 언급할 수도 없는 고귀한 생들이 저물었다는 안타깝고 분명한 사실에 대해서 무감각해지지 않는 마음가짐들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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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작품 글귀처럼 모두가 환자가 되기도 하며, 치료하고 보살피는 누군가의 의료진이 되어야 한다. 서로의 마음의 그늘을 알아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애정 어린 꾸준한 관심과 돌봄을 제공하는 일이 필수적일 것이다. 어느 부분에서는 모두가 환자, 어떤 위치에서는 치료자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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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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