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원하는 미술 [미술/전시]

소음도 음악
글 입력 2023.07.23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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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이지의 4분 33초 작품은 매우 유명하다.

 

내가 이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음악 시간이었다. 원래 음악 시간에는 이론을 위주로 배워서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날은 웬일로 음악 선생님께서 공연을 보여주겠다고 하셔서 신이 났었다.

 

그렇게 음악 선생님께서 틀어준 영상에 나온 피아니스트는 자리에 앉아만 있었다. 영상 속 관중은 웅성대기 시작했고, 그 영상을 보고 있는 그 당시 중학생 아이들의 모습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 역시도 영상 속 관중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4분 33초가 지나고 영상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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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중학교 음악 선생님은 이게 작품이고, 이게 연주였다고 설명했다. 그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으나 지금은 그것이 작품이고 연주라는 말에 동의한다. 아니, 그러길 바란다. 이전 교양 음악 수업에서 소음과 소리의 차이를 배웠다.

 

소음은 진동수가 불규칙한 것을 말하고, 소리는 진동수가 규칙적인 배수를 가지면 우리가 그것을 소리, 음악이라고 인식한다고 한다. 주변 소음을 작품으로 표현한 존 케이지의 작품은 진동수가 불규칙한 것을 작품, 소리, 음악의 영역으로 가져온 것이다.

 

사실 우리가 사는 동안 듣거나 접하는 것은 소음이다. 우리는 살면서 드뷔시의 달빛이나 아라베스크, 엘가 사랑의 인사를 듣는 일보다 공사장의 소리, 지나가는 버스와 자동차 소리, 카페를 가면 들리는 수다 소리를 듣는 일이 훨씬 많다.

 

즉, 우리 삶에 있는 소리는 소음에 가까운 불규칙의 진동수이다.

 

중학생 때는 작품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4분 33초"를 작품으로 이해하고 좋아하게 된 계기는 아주 사소했다. 매우 힘든 하루를 보내고 위로를 받고자 지하철에 앉아 좋아하는 노래를 틀었는데, 그 노래마저 시끄럽게 들려 자포자기 심정으로 이어폰을 빼고 앉아 있을 때, 오히려 귀에 들어온 사람 사는 소음이 나를 편안하게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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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사람을 위로하고 웃게 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우리가 "작품"이라고 부르는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사는 삶의 소리도 때로는 작품으로 담기고 누군가의 울고 싶었던 기분을 차분하게 한다. 이날 이후로 나는 존 케이지의 "4분 33초"를 좋아하게 되었다.

 

이처럼 나는 예술이 삶과 관련있기를 바란다.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 삶에 울림을 주고, 고된 삶을 살아갈 힘을 예술이 가져야 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그런 예술을 선보이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이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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