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채색의 화려함,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글 입력 2023.07.23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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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나 뮤지컬처럼 극 형태의 작품을 이루는 요소는 매우 많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무용뿐만 아니라 조명, 넘버를 제외한 음향적 요소, 소품을 포함한 무대 등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한 것들에 따라 향유하는 방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누군가는 배우가 좋아서 그 사람의 작품을 좋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혹자는 뮤지컬 넘버가 좋아서 그 작품을 좋아하게 됐다고도 말한다. 작품마다 인상적인 부분이 다를 수 있고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작품을 좋아할 이유가 될 수 있다.

 

 

2023 베르나르다알바_현판.jpg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나에게 스토리보다는 음향과 조명, 의상이 더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이를 재관람하고자 한다면 분명 시청각적 요소가 그 이유가 될 것이다. 조금 더 규모가 큰 공연에서는 무대 위 조형물이 움직이고 배경이 바뀌는 것도 모자라 모두가 화려한 드레스를 입기도 한다.

 

하지만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척 보기에 그러한 작품과는 거리가 멀었다. 안토니오의 장례와 함께 시작되는 극이었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의상은 모두 검은색이었다. 그런데도 왜 <베르나르다 알바>가 다채롭다고 느껴진 것일까? 어떤 음향과 조명이 그리도 감동적이었던 것일까? 그 감정의 이유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상술한 바와 같이 <베르나르다 알바>의 의상은 무채색이다. 극의 배경이 그 이유겠지만 무채색을 택함으로써 따라오는 효과가 있었다. 먼저, 배우들의 표정, 몸짓, 무용, 동선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색깔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단조롭고 얇은 의상은 배우들의 몸짓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에 효과적이었다.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정적인 몸짓, 때로는 신나고 그러다 다시금 처절해지는 배우들의 몸짓을 보고 있노라면 그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했다.


또한, 무채색의 의상은 조명의 변화를 더욱 두드러지게 했다. 전반적으로 붉은색이었던 조명은 그들이 바라는 것들을 노래할 때 푸른 계열로 변하기도 했다. 또한, 아델라의 목표를 상징하는 듯 초록 드레스, 초록 부채에 이어 초록색 조명을 사용했다. 이처럼 무채색의 의상은 조명 연출의 의미를 파악하기 좋은 장치이기도 했다.

 

 

2023 베르나르다 알바 보도용 (2).jpg

 

 

마치 무용 연습 시간에 입었던 풀치마처럼 턴 했을 때 시원하게 트이는 치마가 인상적이었다. 그것은 무용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내는 발소리를 가리거나 보여주는 것에 효과적이었다. 해당 부분에서 음향의 다채로움도 함께 소개할 수 있을 듯하다.


배우들의 첫 등장 후 의자에 앉아 구두를 신는 것으로 극이 시작되었다. 그 구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속 시끄럽게 고민하고 있던 것이 무색하게 배우들은 발을 구르며 리듬을 만들어 냈다. 마치 탭 댄스를 추듯 발을 굴렀고 저마다의 박자가 모여 하나의 곡이 완성되었다. 얇고 길게 늘어진 치마는 그 화려한 스텝이 잘 보이도록 했고 때로는 그것을 감추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배우들은 발뿐만 아니라 손을 사용해 효과음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손뼉을 치며 만드는 리듬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때로 가슴과 어깨 부근을 치며 소리를 냈고 핑거 스냅을 이용해 일정한 리듬을 만들어 냈다. 신기한 것에서 끝날 수 없었다. 극의 음향을 무대 위 배우들이 만들어 낸다는 것, 그리고 그것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어마어마한 연습량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배우들의 화성, 효과음, 넘버의 반주 등 여러 요소가 모여 하나의 넘버를 다채롭게 만들었다. 덕분에 캐릭터가 가진 목표와 감정이 살갗으로 다가와 스미듯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하녀 역의 배우가 안토니오, 빼빼와 같은 남자 캐릭터를 포함해 다양한 역할을 한 번에 소화했다. 그리고 그것이 모두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도록 분명한 캐릭터성을 가지고 연기한 덕분에 더욱 다채롭다고 느낀 부분도 있었다. 아델라가 처녀로 죽었다고 알리라는 베르나르다의 마지막 말. 그녀의 고집스럽기까지 한 성격은 딸의 죽음 앞에서도 여전했다. 그러한 결말을 가진 스토리가 충격적이고 흥미롭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나에게 <베르나르다 알바>는 눈과 귀에 꽉 들어차는 요소가 먼저였다. 넘버나 효과음과 같은 청각적 요소와 조명, 의상 등 시각적 요소가 한데 어우러지며 전하는 감동이 큰 작품이었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10명의 여성 배우가 만드는 다채로운 하모니이자 무채색이 주는 화려함을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이다.

 

 

[박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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