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잊혀진 희생을 마주하는 일 -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

글 입력 2023.07.21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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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단어였다. 다크투어? 작가가 제안한 용어라고 생각했는데 여행의 한 종류다. 다크투어리즘.

 

휴양과 관광을 위한 일반 여행과 다르게, '재난이나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곳을 찾아가 체험함으로써 반성과 교훈을 얻는 여행'이라고.

 

용어는 낯설지만 이 여행 방식은 크게 낯설지 않다. 지나간 학창시절 다같이 참여해야만 했던 현장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 중에는 이런 여행 일정이 꼭 포함돼 있었다. 당시에는 배움이 강요로 느껴져 깊게 남지 않았는데 지금은 자꾸만 마음이 간다. 이 사회 속에서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나는 잊혀진 희생을 마주할 책임이 있다.


양재화 작가의 책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은 현대 사회에서 간과되기 쉬운, 인류의 어두운 역사를 다룬 여행기다. 작가는 복잡한 역사적 배경과 인간적 비극이 깊게 얽힌 비극적인 사건의 현장을 찾아 12년 동안 여행을 이어왔다. 다크투어라는 특수한 유형의 여행을 통해 잊혀진 이름과 얼굴들에 다가가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불운, 무력하게 마주할 수 밖에 없었던 희생을 바라보며 그 슬픔과 아픔에 공감한다. 그리고 발언하고 행동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나는 그제야 ‘희생자들’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진 사람들을 나와 똑같은 한 인간으로, 각자의 우주를 품은 한 개인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내 사진이 그 자리에 있었대도, 내가 그들 중 한 명이었대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던 것이다.

 

- 3장 킬링필드


 

홀로코스트부터 아르메니안 대학살까지, 작가의 발걸음은 역사 곳곳에 산재한 슬픔과 죄책감의 땅으로 향한다. 이처럼 여행을 통해 타인의 고통과 어둠을 직시하는 것은 우리의 인간성과 기억의 가치를 되새기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작가는 다크투어를 통해 이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비인권적 행위에 분노하고 아픔을 느끼며 또 공감을 배울 수 있고, 이는 결국 우리가 살아갈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데에 기여한다고 말한다.

 

한 인간으로서의 깨달음과 성찰. 이 책은 독자에게 역사와 사회, 이 삶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사유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듯하다.


 

역사의 흐름은 되돌릴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것이다. 제노사이드에 ‘제노사이드’라는 이름을 되찾아 주는 일이 제7의, 제8의 히틀러가 다시는 “도대체 지금 와서 누가 아르메니아인 절멸을 이야기하는가?” 따위의 말을 내뱉지 못하도록 막는 일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 1장 누가 아르메니아를 기억하는가

 

 

학살의 현장에 직접 방문하고, 이에 얽힌 역사와 이를 통해 깨달은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작가의 언어는 무척 명료하다. 결코 감정적이지 않으며 이성적인 판단에 의한 설명.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일관된 주제로 정리해 들려주기에 언뜻 어려워보이는 주제이나 쉽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다.

 

다크투어는 더 큰 인간적 성장과 깨달음을 이끌어내는 유익한 여행의 방식. 다가온 여름 휴가의 행선지를 다시 고민해봐야겠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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