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문화예술계와 AI는 공존이 가능할까? [문화 전반]

미국 작가, 배우 조합의 파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글 입력 2023.07.2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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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G•AFTRA vs AMPTP



지난 14일 현지시각 0시부터 SAG·AFTRA(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에 속한 미국의 배우 약 16만 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 참여하는 배우들은 후시 녹음, 모션 캡쳐 등을 포함하는 모든 영역의 연기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이미 제작이 완료된 작품의 프로모션 행사까지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와 같은 결정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대규모 영화의 프리미어 홍보 일정이 취소되었으며 OTT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역시 무기한 중단되었다. 

 

이미 지난 5월에는 AI 사용 제한을 요구하며 WGA (미국 작가조합)이 파업에 돌입했었다. 이에 더불어 배우조합 역시 파업을 선언한 것이다. 배우와 작가, 양대 노조가 동시 파업에 돌입한 것은 1960년 대 이후 63년 만으로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디즈니를 비롯한 헐리우드의 대기업 스튜디오가 속한 AMPTP(미국 영화·제작자연맹) 측은 코로나로 문화예술계가 입은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기도 전에 이 같은 파업은 혼란을 가중하는 일이라며 강한 어조로 배우와 작가 조합의 파업을 비판했다. 두 집단 간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가운데 파업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 존재하는 AI가 문화예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AI로 대체되는 문화예술계 노동 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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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 gpt는 어린시절의 트라우마가 없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시위 참여자

 

 

두 조합의 요구사항에는 모두 AI로부터 문화예술계 노동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라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SAG는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엑스트라나 단역급 배우들의 얼굴을 스캔한 다음 AI를 활용한 기술로 다른 여러 작품에서 그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사용하겠다는 제작사들의 요구로부터 배우들을 보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WGA는 Chat 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시나리오나 각본 제작 과정에 제한적으로만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 

 

그들이 주장하는 AI가 그들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는 더 이상 우려로만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헐리우드에서 AI를 활용하여 새롭게 내보내는 작품의 일부를 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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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인베이젼> 오프닝 크레딧

 

 

지난 6월에 공개된 디즈니 플러스 제작 마블 스튜디오의 드라마 <시크릿 인베이젼>은 오프닝 크레딧을 AI를 활용하여 제작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제작사는 AI를 활용한 오프닝 크레딧 씬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움을 다루는 드라마 주제를 관통한다고 느껴 AI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AI가 사용하는 딥러닝이 창작이 아닌 타인이 작품을 베끼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스튜디오가 AI를 활용해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실존적인 위협으로 다가왔을 것임은 자명하다. 

 

이와 같은 문제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에서도 지난 6월 AI 기술을 활용한 웹툰이 독자와 웹툰 작가로부터 보이콧 당했다. 생성형 AI를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웹툰 들에 별점 테러가 이어졌으며, 아마추어도 참여 할 수 있는 네이버웹툰의 도전만화 영역에서는 상위 10개 중 7개의 만화가 AI 보이콧 게시글을 올리는 등 강한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문화예술계의 AI 논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제작사들은 AI를 활용해 인건비와 제작비를 효과적으로 절감하는 것을 통해 더 나은 퀄리티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인건비를 절감 당하는 배우나 작가는 AI로는 미처 완성할 수 없어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하는 지엽적인 일만을 담당하는 노동자로 전락한다. 문화예술계 노동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사회적인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빠른 AI의 발전으로부터 그들을 지켜낼 수단은 아직 없다. 


AI를 활용한 작품이 여러 법적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AI 기술 사용의 문제가 된다. AI는 이미 존재하는 다른 사람의 작품을 학습하기 때문에 저작권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 물론이며, 앞서 언급한 AMPTP가 배우 얼굴의 초상권과 소유권을 스튜디오에 귀속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이슈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그러나 문제는 AI와 대기업에게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을 보호할 법적 장치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AI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이며 처음 AI가 등장할 당시만 해도 대체될 가능성이 가장 낮다고 여겨졌던 문화예술계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는 만큼 AI로부터 인간을 보호할 어떤 조치도 준비되지 않았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분야는 그 어떤 곳도 남지 않았다. 우리가 인간만의 전유물이라고 믿어오던 문화예술마저 AI로 대체 될 위기에 처해있다면 다른 분야의 노동자 역시 AI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가 AI로부터 노동자를 그리고 인간의 가치를 보호하고자 노력하는 문화예술계의 움직임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다.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에게도 닥치게 될 상황이기 때문에. 

 

AI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려는 사회적인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인간이 AI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AI에게 핵심이 되는 부분을 빼앗기고 그들에게 지배받는 사회가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노동자의 시각뿐 아니라 문화예술을 소비하는 입장에서도 앞으로 우리가 소비할 작품이 AI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작품 그 자체로부터 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작품을 제작하는 감독과 작가의 삶으로부터 오기도 한다. 이런 작품 외적인 맥락이 거세된 AI가 만들어낸 작품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지란 질문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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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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