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소한 일상을 사소하지 않게 - 펜으로 쓰는 춤 [도서]

춤추듯 써내려가는 일상의 소중함
글 입력 2023.07.1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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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따라 ‘일상’과 밀접한 이야기를 다룬 콘텐츠를 많이 보게 된다. 드라마나 영화라면 현실적인 주제를 골라 보고, 책이라면 나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내용 또는 일상을 다룬 에세이를 본다.


이번에 만난 책 <펜으로 쓰는 춤> 역시 나의 관심사를 다루고 있었다. 이 책을 쓴 김윤정 작가는 무용가로, 공연예술뿐만 아니라 문학, 철학, 미술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있다.

 

 

[표1] 펜으로 쓰는 춤.jpg

 

 

지금껏 경험해 온 작가의 문화예술을 이 책에서 엿볼 수 있는데, 책을 읽는 내내 신선한 시각이 돋보였다. 바로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문화예술을 일상과 엮으며 사유하고 성찰하는 이야기 속에서도, 특히 작가는 사소한 일부에 집중하며 자신을 찾아가고 있었다.


작가가 예술과 인문학 사이에서 발견한 다양한 인생 이야기 중에서, 나의 마음을 가장 크게 울린 글과 나의 생각을 공유해보겠다.

 

 

 

존재와 사라짐



문화예술은 결국 사람이 창조하고 사람이 경험하게 되는, ‘사람의 것’이다. 먼 옛날에 만든 미술 작품도 지금까지 보존되어 우리 눈으로 볼 수 있고, 음악, 문학 등 다른 예술 작품 역시 오랜 시간 동안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연예술은 어떨까?


공연을 영상으로 찍고 기록하는 2차적인 과정 없이, 그저 공연예술 자체로만 봤을 때에는 누구도 소유할 수 없고 영원히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저 공연이 행해지는 그 시간과 장소에 함께하는 사람만이 공연예술을 ‘기억’으로 남길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공연예술을 “처연하게 아름다운” 것이라 말하고 있다. 공연장 속에서 관객과 공연 작품이 만나는 순간이 이루어지지만, 끝이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텅 빈 무대만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연예술의 한정된 존재감으로 인해, 감동과 여운이라는 소중한 감정이 배가 되는 것이 아닐까? 정해진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강렬한 몰입의 경험을 위해서라도, 공연예술은 앞으로도 사라져야만 하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


 

사실 공연예술은 그 순간적인 존재함과 사라짐이 있어 더욱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일 수도 있다. (p.15)

 

 

 

우정이란,



인간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인간관계’이지 않을까. 각자 사는 방식도, 성격도, 취향도 다 다르기에, 나와 정말 잘 맞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특히나 그 큰 행운 중에서도 ‘우정’은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찾아가서 문을 쾅쾅 두드리면 아무 때고 문을 열어주고 차 한 잔 내어주는 친구가 있고 서로 마음 놓고 아무 이야기나 나눌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런 친구들이 곁에 있다면 나이가 드는 과정이 한층 풍요로워진다. (p.191)

 

 

10대의 우정과 20대의 우정은 비슷한 듯 다른 것 같다. 10대 때의 가장 큰 이슈는 ‘공부’이지만, 20대 속에서는 무언가의 여유로움과 현실적 고민이 더해져 보다 진중한 대화가 이어진다. 이런 고민들을 터놓고 웃고 울며 마음껏 떠들 수 있는 우정이, 20대의 우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 우정이라는 단어가 더 귀중하게 다가오고 있다.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재미있고 힘나는 친구들이 있어, 기분 좋은 행복이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한 인간이 일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혜가 제공하는 것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우정이다.”

 

나이도, 성격도, 생각도 다른 친구들과의 소중한 우정을 통해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것이야말로 진짜 부자가 아닌가 생각하면서, 나는 새삼스럽게 또 행복하다. (p.191)

 

 

 

답을 찾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책 속에 적힌 작가의 생각을 읽으면서, 스스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아마 나도 작가처럼 문화예술을 끊임없이 접하고 애호하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동시에 예술가로 살아가며 세계 각국을 여행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나와 다른 환경을 살아가고 있는 다른 이의 일상을 잠시 빌려 새로운 시각을 가져볼 수도 있었다. 나라면 경험할 수 없는 일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책이 가진 힘’임을 다시금 느낀다.


끝으로 감명받은 이 책의 마지막 글을 적으며 마무리하겠다.


 

우리 인생은 수많은 표식들을 해독하고 살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사소한 일상의 문제들을 영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기를 잠시 멈추고 불안스레 서성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을은 답이 없는 질문들로 채우고 싶은 계절이다. 인생은 살아갈수록 답을 알기는커녕 낙엽이 쌓이듯 질문들만 쌓여가는 듯하다. 하지만 이 한 가지 답은 찾았다. 답을 찾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 (p.297)

 

 

 

아트인사이트 컬쳐리스트 명함.jpg

 

 

[김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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