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활자의 몸짓으로 들여다보는 삶 - 펜으로 쓰는 춤

책『펜으로 쓰는 춤』을 읽고
글 입력 2023.07.15 19:5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예술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지 고민을 거듭하게 만드는 단어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참 다양하다. 글을 쓰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재능을 살려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다른 이들에게 또 다른 영감을 준다.

 

 

[표1] 펜으로 쓰는 춤.jpg


 

최근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개그맨들이 많아진 것처럼, 예술인들은 꼭 어느 특정 분야만이 아니더라도 이곳저곳을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책『펜으로 쓰는 춤』이 그렇다. 저자 김윤정은 무용을 전공한 무용가, 그리고 책을 집필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글과 춤. 두 장르가 만나 탄생한 예술 장르는 가히 새롭고 독창적이어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표지에 그려진 선들처럼, 펜으로 그리는 춤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펜으로 그리며 지나갔을 선의 공백, 그 어여쁜 춤사위를 떠올리며 책장을 연다.

 

첫 번째 장에서는 무용가 김윤정의 세상이 열리는 무대와 무용을 기반으로 삶의 표상을 이야기한다. 무대를 벗어난 세상은 어떨까? 두 번째 장에서는 독일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보고 느낀 것에 그녀만의 깊고 맑은 사유를 담았다. 마지막 장에는 조금 더 다양한 예술문화 콘텐츠로 무대를 넘어 세계를 보는 확장된 시야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책은 전반적으로 모두 공연과 무용, 더 넓게 보자면 예술이 삶과 종잇장처럼 맞닿아 있는 밀접한 단면에 주목한다. 그리고 두 종이가 어떻게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저자만의 방식으로 춤을 추듯 자유롭게 풀어내고 있다. 독자는 글자와 함께 이끌려 춤을 추다 보면 어느새 저자의 해석에 다다르게 된다. 결국 그녀가 해석한 단면은 이런 말이었을 것이다.

 

“삶과 예술은 아주 끈끈한 풀처럼 연결되어 있다.”


예술은 삶의 어떤 면에 대어도 밀접하게 달라붙는, 또 떼어내려 해봐도 어떻게든 연결되는 힘을 가진다. 언젠가 종이를 풀로 붙인 후 떼어냈을 때, 종이 사이를 어렴풋이 연결해 주던 풀의 실을 기억하는가? 아스라이 끊어지지 않는 가느다란 실이, 잘 보이지 않아도 길게 늘어져 있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삶과 이렇게 가느다란 이음새로 이어져 있기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의미를 알아볼까?

 

저자에게 그런 힘은 “표식”으로 작용한다. 책의 44페이지, 지원 사업에 떨어져 공연을 못 하게 된 사연과 함께, 이 일을, 자신을 돌아보라는 표식으로 받아들인 이야기를 한다. 결국 어떤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어떻게 "해석"하냐는 긍정적인 마음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날마다 즐기고 지금 여기에 존재하자며 사랑하자는 말을 덧붙인다. 이처럼 책 곳곳에서 저자의 성숙한 사고를 느낄 수 있다.

 

결국 삶을 성숙하게 바라보는 눈은 깊은 사유에서 나오고, 깊은 사유는 지적인 호기심에서 나온다.

 

*

 

그녀는 크리스티앙 보뱅과 파스칼 키냐르의 말을 인용하며 독서를 이렇게 정의한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인생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 『펜으로 쓰는 춤』, p.96

 

내가 책을 읽는 건, 보기 위해서예요. 삶의 반짝이는 고통을, 현실에서보다 더 잘 보기 위해서예요. - 『펜으로 쓰는 춤』, p. 39

 

 

또 독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책 속의 다른 정체성과 결합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무모한 경험이라며, 이렇게 얻어진 다양한 지적 정체성의 또 다른 자신은 스스로가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위로가 되고 든든한 힘이 되어준다고 말한다.

 

이어지는 3장에서는 책을 포함한 영화, 전시 등 다양한 문화 예술 콘텐츠들로 삶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야를 제시한다. 독자들에게 이런 힘을 보태주려는 듯하다. 그렇게 장에 녹아든 저자의 펜 춤을 따르다 보면 마지막 장의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른다. 그러자 그 이후의 것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페소아, 버지니아 울프, 롤랑 바르트 등 다양한 예술가들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과 질문이 책 뒷표지 위로 수도 없이 떠오른다.

 

다시 책의 표지로 돌아가 읽기를 끝낸 책을 다시 펼쳐 빠르게 넘겨본다. 연필로 쓴 춤이 페이지에 밑줄로 군데군데 남아있는 모습이다. 책 『펜으로 쓰는 춤』에 나만의 아름다운 몸짓을 남길 수 있어 영광이다. 앞으로도 삶에 질문을 던지고 싶을 때, 이 책에서 배운 내용을 기억하려 한다.

 

첫째, 삶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문화 예술을 사랑할 것. 둘째, 그로 이어지도록 늘 지적인 호기심을 가질 것.

 

책장 안에서 펜으로 그린 나의 안무를 마무리해 본다.

 

 

[박정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