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ummertime : 강재훈 트리오 Gershwin Songbook

여름밤, 장마 그리고 재즈
글 입력 2023.07.14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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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별것 아닌 것에도 날카로워지고, 귀까지 예민해지는 나날들이 있다. 이런 날엔 평소 즐겨듣던 음악의 가사마저 시끄럽다고 느껴지곤 한다. 그럴 때면 처방전으로 막스 리히터나 한스 짐머,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을 들으며 곤두선 신경을 잠재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이러한 노력은 고요한 공간 속 음악에만 집중해 듣게 되는 공연에서 더 효과를 발한다. 감사하게도 7월 7일 예술의 전당 리사이트홀에서 열렸던 강재훈 트리오의 공연에 참석해 보면서 귀중한 효과를 느꼈다.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북적북적한 삶과 내 안에서의 소음들이 잠시 멈추었다. 차분해진 마음으로 귀를 깨끗하게 열어두었다. 이내 건반과 베이스, 드럼 위에 올려둔 손들이 움직이며, 연주들이 마음 속 가득 찼다. 경쾌하면서도 다시 여유롭게 숨을 내쉬게 해주는 재즈의 발랄함이 시작되자, 기분은 자연스럽게 밝아진다.

 

옅은 미소가 지어지다가 손끝 한번, 발끝 한번 귀엽게 까닥거리는 관객들을 둘러본다. 문득 ‘저마다 어떤 감정을 느끼고, 혹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듣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자 연주자들뿐 아니라, 관객까지 이 공연의 주인공들처럼 보였다. 더구나 집중하여 음악을 듣는 이들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어지는 연주를 들으며 올해 나의 상반기를 다시금 떠올려 봤다. 나름 바쁘게 보낸 나날들, 그래도 소소하게 즐거웠던 기억들이 지나갔다. 그러다 ‘참, 아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고민이 불쑥 나타나 점점 커지려 했다. 나의 미래를 걱정해서 현재의 순간을 놓치는 그 버릇이 또 나온 것이다.

 

그런데 재즈를 들으면서 고민을 하다 보니까, 무대 위에서 고민하는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가 아니라, ‘그래, 이번에는 이런 일들이 펼쳐지는 무대이구나.’라는 주인공의 대사처럼 말이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보고픈 무대일 거야, 라는 생각에 고민은 한없이 가벼워졌다.


즉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선 재즈의 음악 속 주인공처럼 즐겨보자는 생각이었다. 통통 튀는 구간과 차분해지는 구간을 지날 때, 나도 흥얼거리며 다음 챕터로 나아가는 인물이 되는 것이다. 공연은 나의 복잡한 마음을 간단명료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재즈는 너무 암울하지도, 또 지나치게 희망을 말하지도 않는다.

 

오늘의 무대가 밝지만은 않더라도 다채로운 삶의 무대가 펼쳐질 것이라고, 그러니 여유를 가지라는 멋진 조언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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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중 특히 'Summertime'은 베이스가 의미심장한 가운데 연주되고 시크하면서도 발랄한 피아노와 드럼 소리가 어우러졌다.


곡의 제목처럼 지금 여름을 지나고 있다. 연이은 비 소식이 들려오고 아직 할 일은 많이 쌓여있다. 요즘같이 비 오는 날, 바지 밑단은 눅눅하게 끌리고 팔꿈치와 어깨는 축축해지기 일쑤이다. 게다가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은 더욱 풍성해져 있다.


그래도 이게 여름인 것 같다. 계속되는 할 일에 지치는 것 같으면서도, 습한 날씨에 불쾌지수가 오르는 듯하면서도,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고 시원한 커피 한잔에 또다시 힘이 나는 시기인 것이다. 어쩌겠는가, 하여튼 여름이니 또 즐겨볼 수밖에! 아이스크림 하나 들고 지금, 이 순간을 빗소리와 재즈로 음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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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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