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두에게 혼돈은 존재한다 [도서/문학]

혼돈을 즐기는 삶에 대하여
글 입력 2023.07.1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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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동이 같은 사람은 만나면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친구나 연인이 되는 이유를 설명할 때 거론되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불꽃이 튀는 바로 그 감각, 친밀감과 연대감이 느껴진다. 새로운 친구에 관해 얘기할 때, “지금까지 계속 알고 지낸 사람 같았어”라는 ㅡ말은 완전히 비이성적인 말은 아니다. 실제로 그 사람을 알지는 못하더라도 성격과 기질 파장에 공통점이 매우 많아서, 악수하기도 전에 행동, 추측, 선호도가 무의식적으로 정렬되는 것이다. 두 사람은 만나기 전부터 오랜 시간 대부분 같은 길을 걸어온 것이다."

 

카밀라 팡,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p. 150-151

 

 

파동이 완전히 같은 것보다는 약간 다르거나, 완전히 다른 파장이 조화를 이룬다고 한다. 우리가 어울리는 사람도 그렇다. 처음 봤지만, 잘 맞는 사람은 어쩌면 대화를 많이 나누지 않아도 그냥,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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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이 책에서 저자는 과학을 통해 우리의 삶에 대해 말한다. 특히 과학을 통해 혼돈이 불확실성 속 확실성을 갖게 되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자폐증을 앓던 사람으로, ‘혼돈’에 주목한다. 인간의 자연적 속성, 즉 본능은 혼돈을 추구한다. 그러나 조금씩 뒤틀려서 삐끗거리는 혼돈은 우리에게 불편함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세상을 점점 발전 시켜나가고, 규칙과 체계를 정립하면서 서로 어느 정도 씩 타협하기로 한다. 이러한 타협은 특히 자폐증, ADHD를 가진 사람에게 선명하게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는 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도 모두 조금씩 작용한다.

 

 

 

너저분한 방은 혼돈, 깨끗한 방은 질서인가?



뭐가 어디 있는지 모를 만큼 너저분한 책상과 방 속에 파묻혀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항상 정돈된 채 질서를 유지하는 책상과 방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자기계발서 중에는 정리의 힘 같은 제목의 책들도 많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정리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안정감, 편안함, 깔끔함, 효율성, 뭐가 어디 있는지 바로바로 꺼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일까. 

 

그러나 그렇다면 너저분한 방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모든 기준은 누군가를 기준으로 했지만, 누군가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렵게 작용한다. 혼돈 속 오는 그 무질서함이 나를 편안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인데 말이다. 모든 세상 속 규칙은 왜?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다 보면 굳이 나를 맞추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꽤 있다. 그러나 그렇게 모든 것들에 트집을 잡으며 의문을 가지기 또한 쉽지는 않은 일이다. 저자는 혼돈과 질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질서는 근본적으로 자연스럽지 않은 상태이며, 빠르게 느슨해지려는 우주적 충동에 단정하고 정돈된 상태를 향한 인간의 욕구가 맞서는 일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질서가 흐트러지는 건 무작위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 그저 분자물리학의 운명이다.”

 

카밀라 팡,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p.87

 


내 방 또한 혼돈으로 가득 차 있는데, 이러한 혼돈이 있더라도, 필요한 것은 전부 책상 위에 있으며, 그 나름의 체계를 가지고 있어서 편안하다. 내가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은 누군가 이것을 의도적으로 정리 정돈하여 그 체계가 깨져 내가 알던 그 안정감이 파괴되는 것이다. 

 

나는 항상 반복되는 이러한 상황에 의문점을 가지며, 적당한 정리와 혼돈의 상태가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최적의 상태인데, 이것을 깨서 오히려 엄청난 너저분함과 혼돈의 상태에 도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항상 해왔었다. 실제로, 겉보기에는 엉성해 보일지라도, 누군가 내 방을 정리했을 때, 알 수 없어진 그 스트레스는 거의 미칠 것 같았다. 밖에서는, 자신만의 공간이 정확히 구별 되어있고, 개인 사물함 또한 존재하기 때문에 나만의 완벽한 질서에 흡족함을 느끼곤 했기 때문이다. 

 

 

“무질서에서 질서를 창조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 과정은 열역학적으로 선호(부가적인 에너지가 사용되는 일 없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 얼음이 녹는 과정을 예로 들 수 있다)되지 않는다.”

 

카밀라 팡,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p.87

 

 

 

나에게 이온결합인 사람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20대 청년들의 생애 목표 의식 순위는 ‘물질적 부’ 다음으로 ‘인간관계’라고 한다. 20대 청년들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인간관계는 우리 삶에 있어서 외면할 수 있는 부류의 것이 아니다. 어찌 됐든 세상을 살아가려면 누군가와는 상호작용하기 마련이니까. 

 

저자는 인간관계를 화학결합에 빗대어 표현한다. 화학결합에는 이온결합과 공유결합이 있는데, 이온결합은 이루어지는 관계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고 강한 끌림이 있는 관계이다. 공유결합은 공유를 통해 안정성을 갖추기 위해 하는, 공동의 노력이 있는 관계이다. 

 

 

“인간관계처럼 원자가 결합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때로는 진실한 마음이 만나 전자를 공유하기도 하고, 한 원자가 상대 원자를 위해 전자를 포기하기도 한다.”


카밀라 팡,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p.240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인간관계에 스트레스를 느낄까? 

 

인간관계에 있어서 나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은 나에게 있어서 ‘유의미한’ 사람들이다. 즉 나에게 영향을 줄 만큼 내가 소중하거나 친밀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서 주로 우리는 큰 상처를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또한 나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 처음 보는 사람으로부터도 스쳐 지나가듯이 나에게 영향을 주면서 나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좋아하고 소중한 마음속에 있는 사람들만이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마음은 착각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관계의 지속에 있어서 끝난 관계를 붙잡으려는 시도에 스트레스를 느낄 수도 있다. 모든 관계는 언제나 깨질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언젠가 맞지 않아 깨질 관계는 결국 끝나게 되고,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관계 또한 끝날 수 있으며, 이는 원자의 화학 결합에 빗대어 생각해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관계를 이어 나가는 것은 소통으로 이어진다. 말투와 행동, 그 사람의 분위기 등 우리가 사람, 또는 상황에 관해 설명할 때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다. 이처럼 상황적 맥락을 잘 이해하는 것은 의사소통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의사소통은 훨씬 어렵고 복잡하다.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예시가 나온다.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서 “어머니 잘 계시니?”라고 물었을 때 저자는 “네 어머니 잘 계세요.”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어버린다. 이해가 전혀 되지 않다가도 한 번만 더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맥락과 문맥상, 그리고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메시지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매우 험난한 일일 수 있다. 

 

 

 

모두에게 혼돈은 존재한다. 



ADHD를 가진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어떠한 일을 할 때 짧은 시간에 진심을 담아 엄청난 효율로 해내기도 함과 동시에 무언가를 할 때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규칙과 질서는 이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일 것이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다. 나 또한 규칙과 질서를 선호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그것이 왜일까 하는 궁금증에 명료한 답을 떠올리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우리는 혼돈으로부터 생성된 존재지만 규칙으로부터 안정을 얻기에 통제를 추구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예측할 수 없음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이러한 공포가 주는 혼돈은 때로 상쾌함을 빚어내기도 한다.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로부터 두려움을 느낀다. 오히려 혼돈과 두려움이 없는 삶이란, 정말 재미없는 것이 아닐까?

 

모두에게 혼돈은 존재한다. 저자는 이를 보다 선명히 느꼈을 뿐이다. 

 

‘결실’에 빠져있던 친구에게 완벽한 선물을 주고 싶던 저자는, 큰 수박을 가져가지만, 그 친구는 수박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아무것도 안 가져가는 것보다 수박을 가져가는 것이 더 좋다. 

 

서투른 마음이 실수하고 어긋날지라도, 그 실패의 경험을 소중히 해야 한다. 그 의도가 있다면 그 마음 자체는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이 사례를 통해서 저자는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나고,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세계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천천히 나아갈 필요가 있다. 그것이 누군가의 규칙과 다를지라도 말이다. 혼돈으로 가득 찬 세계 속에는 인위적 질서가 존재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혼돈 속에서의 질서, 자신만의 혼돈을 즐길 가능성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혼돈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모든 것들이 어렵고 힘들다고 느낄지라도, 그것을 인지하는 순간 상황은 변하지 않으나 한순간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믿고, 안정적이지만 불안정한 물결 속 파동을 즐기자. 


 

 

에디터 심선용.jpeg

 

 

[심선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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