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바다의 향기를 캔버스에 보관한 사람들 - 화가가 사랑한 바다

바다가 주는 향기를 따라서...
글 입력 2023.07.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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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사랑한 바다_표지(평면).jpg

 

 

한 가지 주제의 그림들을 모아 화가의 개성과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화가가 사랑한 것들' 시리즈가 '바다'를 테마로 돌아왔다. [화가가 사랑한 나무들]에 이어 두 번째로 출간된 [화가가 사랑한 바다]는 한층 상세해진 작품해설과 다양한 화가들의 그림을 더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스타 도슨트 정우철의 해설로 만나는 이번 책에서는 18인의 위대한 화가들이 그린 101점의 바다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언제나 화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자 위로의 공간이 되어줬던 바다는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캔버스에 담겼다. 20세기 최고의 천재 화가 '피카소'는 지중해의 아름다움을 기쁨의 춤으로 표현했고, 색채의 마법사 '라울 뒤피'는 강렬한 파란색으로 리듬감이 살아 있는 행복의 바다를 그렸다. 반면 고독의 화가 '뭉크'는 사랑을 잃고 몸부림치는 절망의 파도를 담아냈으며, '몬드리안'은 추상화의 대가답게 오직 흑백의 점, 선, 면만이 남은 독특한 바다를 탄생시켰다. 이처럼 바다는 화가의 마음을 오롯이 보여주는 거울 같은 존재였다. 바다 그림은 단순한 풍경화를 넘어서 화가의 생애와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창구인 것이다.

 

 

 

# 바다가 주는 힘은 생각보다 강하더라


 

여기 바다를 사랑하는 18인의 화가가 있다. 바다를 사랑하기에 화폭에 그를 담았고, 그의 외형뿐만 아니라 향기와 소리 그 모든 것을 담으려고 한 화가들의 바다 사랑이 이 책 <화가가 사랑한 바다>에 담겨 있다.

 

당신은 바다를 사랑하는가. 나는 우선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항상 그리워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여행을 가거나, 멀리 떠날 때 바다를 가는 이유 중에 하나가 매일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그렇다고 안 보고 살기에는 그리운 존재여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래서 화가가 그린 바다 그림을 보면 기분이 설레었다. 마치 내가 바다 근처에 가지 않아도 바다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바다가 화가들에게 똑같은 역할을 할 줄 알았다. 더 나아가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바다가 주는 의미는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화가가 사랑한 바다>를 읽으며 바다를 색다른 18가지로 나누어 표현할 수도 있다는 깨달음과 그 안에 숨겨진 18개의 메시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뭉크의 바다가 새롭게 다가왔다. 뭉크는 어둡고 우울한 색채를 주로 사용하는 화가로서 대중들에게는 <절규>라는 작품으로 유명해졌다. 어릴 적 어머니와 누나의 죽음 그리고 아버지의 심적인 병으로 인해 평생을 우울과 고독 속에서 헤엄쳤던 뭉크. 그에게 바다는 이겨내야 하는 극복해야 하는 현실 속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그의 작품인 <해변의 여름밤>을 보면 뭉크가 바라보는 바다의 모습을 더 사실적으로 알 수 있다.

 

 

#해변의 여름밥.jpg


 

잔잔한 바다의 풍경, 그리고 밀려오는 평온한 물결 그리고 저 멀리 둥글게 피어오른 달 하나. 그 모든 풍경이 뭉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치 자신의 처지가 너무 힘들어 공포영화를 보며 자신을 위안 삼는 사람처럼, 뭉크는 자신이 되고 싶은 평온한 상황 가운데 놓여있는 바다의 모습을 부러워했던 것은 아닐지.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다. 마치 물결의 소리와 새소리가 귀에 울려 퍼진다. 뭉크에게는 그 소리마저 구슬프게 들리지 않았을까. 물론 그의 마음속 외침이 훨씬 더 구슬펐겠지만 말이다.

 

 

#뭉크 두 사람.jpg

  

 

또한 <두 사람>이라는 작품도 눈에 들어온다. 해당 작품에서는 두 사람이 등장한다. 하얀 옷을 입고 있는 여자와 그 뒤 검은 정장을 입고 서 있는 남자. 두 사람은 해변 위에 서 있다. 입은 옷으로 봐서 그 둘의 관계는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감히 상상해보건대 둘은 결혼식을 마친 사람들 같다. 분주한 결혼식을 끝내고, 해변을 걷는 두 연인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신혼부부와는 거리가 있는 편이다. 나란히 걷는 것이 아닌 앞 뒤로 걷는 두 사람의 모습, 또한 주머니의 손을 넣고 가만히 그녀를 뒤에서 바라보는 남자의 모습은 신랑이라기보다는 여자를 미워하는 전 남자친구처럼 보이기도 한다.

 

뭉크는 왜 ‘두 사람’을 그것도 자신의 바다에 세운 것일까. 이 둘의 비밀은 제목에 있다. 사실 내가 언급하지 않은 제목의 작은 부분에 그 힌트가 있다. 바로 이 작품의 원제는 <두 사람 (외로운 사람들>이다. 앞서서 뭉크는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불완전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일찍 죽고, 아버지는 그 충격으로 인해 정신적인 질병을 앓게 되었다. 아버지의 극심한 히스테리에 매일을 고통 속에 빠졌던 뭉크지만 이 그림을 그리며 아버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아버지도 어머니가 없어서 외로우시죠?”
 

 

외로운 사람들에게 건네는 또 다른 위로. 이번에 그 화살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돌아간 것이 아닐지. 그래서 남자와 여자 사이의 거리가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두 사람이 외로워 보임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가 연인 관계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사랑해서 외로워지는 관계. 뭉크는 그만의 바다를 통해 그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 것이다.

 

뭉크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바다의 이야기가 이곳에 담겨있다. 배를 띄우고 그 바다 위를 항해하며 물결에 손을 넣어보길 바란다. 그렇다면 나만의 바다가 열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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