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올바른 이별”로 안내합니다. - 안전 이별 [도서]

알랭 드 보통이 준비한 24가지 질문에 답을 스스로 찾아보는 시간
글 입력 2023.07.0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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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어렵게 느껴지는 특정한 사건이 있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주저없이 “이별”을 꼽을 것입니다. 필자에게 헤어짐이라는 단어는 그 무엇보다 아프고, 슬프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정리정돈에 약한 성격이 이별에서도 드러나는 걸까요. 이별이라는 단어는 듣는 것만으로도 힘이 쭉 빠집니다. 도대체 이별은 왜 힘들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걸까요?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의하면 이별이란 서로 헤어지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 국문학 용어인데요. 그러니까 이별은 다른 말로 마지막이라는 뜻입니다.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무엇일까요? 삶이 끝나는 시점, 즉 죽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별은 죽음과 꽤나 닮아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겪게 될 문제이며, 실존하던 대상이 당신의 삶에서 영영 지워지게 되니까요. 죽음 앞에서 겁을 먹는 것과 같은 이유로 우리의 마음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헤어짐 앞에 처음부터 괜찮은 사람이 과연 있긴 할까요? 조금 무딘 사람은 있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헤어짐 앞에 와르르 무너지진 않지만, 그럼에도 필자에게 이별은 여전히 어렵고 불편한 구석이 있습니다. 불현듯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구절이 생각납니다. "모든 행복한 가정들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고요.

 

'내 이별은 왜 이런 모양새일까?' 하고 스스로에게 되묻는 밤을 가져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불행한 일을 맞닥뜨렸을 때,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고 '내 인생에는 왜 이렇게 힘든 일이 일어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사람이 살면서 한 번 이상의 이별을 경험합니다. 이유와 상대에 따라, 비슷한 이별을 경험할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이별을 극복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과 투입되는 에너지는 각각 다릅니다. 같은 이별을 겪어도 금세 회복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오랜 시간 앓고 난 뒤에야 비로소 새로운 사랑을 맞이할 준비가 되는 이도 있죠.

 

인간은 사랑과 이별, 힘듦을 극복하는 일련의 과정을 겪는다는 점에서는 닮아있지만 속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여기, 이별하는 과정 동안에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 또는 마음가짐에 관해 기술한 책이 있습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저자이자 '현대판 스탕달'이라고 불리는 알랭 드 보통이 기획하고 인생학교가 편집한 <안전 이별>입니다. 

 

 

 

<안전 이별> /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안전 이별을 준비하는 24가지 질문



책을 처음 받고, 제목을 보자마자 떠올린 것은 다름 아닌 데이트 폭력 이슈였습니다. 연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신체적 혹은 정신적인 폭력이나 위협을 의미하는 데이트 폭력은 몇 년 전부터 한국 사회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사회 문제 중 하나입니다. 끔찍한 데이트 폭력으로 인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난 피해자들에게 관심이 쏠리면서 .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데이트 폭력의 당사자는 안전하게 이별하기는 쉽지 않을 뿐더러, 관련 법안 또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강력한 처벌을 내릴 수 없어 현실적으로 마땅한 해결 방안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안전 이별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습니다. 슬프게도, 당사자의 생존과 맞닿아있기 때문입니다.

 


[표1] 안전 이별.jpg

 

 

표지를 살펴 보니, 원제가 쓰여 있습니다. 남을 것인지 떠날 것인지, 둘 중 하나의 입장을 선택할 때, 안내하는 책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흔히들 흑백 논리로 세상을 살면 안된다고 말하지만, 생의 여정은 선택의 기로가 끝없이 펼쳐진 길을 걷는 것이라고 해도 무방한데요.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과 결과가 따릅니다. 그래서 종종 삶에서 괴로움을 느끼는 게 아닐까요?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지였던 것이 훗날 최악의 결과를 촉발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더 아름다운 선택지를 놓쳐 버렸다는 생각에 괴로워하고 자책하지 말자. 우리가 어떤 최선의 선택을 하더라도 우리는 조금 불행하다는 기분과 다른 선택을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느끼며 무언가 잃어버렸다는 순수한 상실감에 괴로워할 수 있다. 허나 이것을 ‘틀린’ 선택을 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사랑의 문제에 있어 '틀린' 것은 없으며, 온전히 ‘옳은’ 선택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중략) 물론 때때로 조금 잘못된 결정을 하겠지만, 그 결과가 언제나 비극인 것은 아니다.

 

- p. 173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아니더라도, 이별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함께 하던 것들로부터 멀어지는 일은 상실감을 안겨주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안전한 이별이란 다름 아닌 제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내면서 성숙한 안녕을 고하는 행위라고 정의내릴 수있을 것 같습니다. 자기연민과 무조건적인 우울 그리고 상실에 빠지지 않고, '나'라는 존재와 일상을 지켜내며 사랑하는 사람과 '안전한' 방식으로 이별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죠.

 

책은 총 2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형식입니다. 질문의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차례>

 

1. 변화를 기대해도 괜찮을까?

2.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중략)

15. 하지만 헤어질 만큼 밉진 않아!

16. 나에게 이별을 결정할 자격이 있을까?

(중략)

24.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아닐까?

 

 

헤어짐을 고민하는 것부터 코 앞으로 다가온 이별을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에만 할 수 있는 것까지 아주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 많은 이들이 이별 앞에서 할 법한 생각들을 친구처럼 함께 해준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별잉잉.png

 

 

또한 책은 낭만주의 연애의 위험성에 대해 일러주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낭만을 잃지 않고 사는 모습을 아주 높이 삽니다만, 연애에 있어서는 좋지 않은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낭만주의에 빠져 연애를 하다 보면 사랑에 정답이 있다는 태도를 가지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사랑을 획일적인 모양틀에 맞추다 보면, 행복했던 관계도 삐걱대기 마련이죠. 우리는 모든 사랑이 매순간 마음에 쏙 드는 일은 영화에서나 볼 법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해요. 그렇다고 해서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야."와 같은 태도로 임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극도로 경직된 낭만주의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자는 뜻입니다.

 

쭉 읽다 보면,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갈래로 이어짐을 알 수 있는데요. 바로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선택하기”입니다. 책 전반에 걸쳐, 당사자의 선택과 태도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이는 결국 “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타인에게도 마찬가지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사랑 받아본 자가 사랑을 잘 줄 수 있다’는 말과도 일맥상통 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윽고 생각했습니다. 삶의 불확실성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의 마음뿐이라는 것을요. 수많은 관계에서 이별을 경험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태도와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노력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현명한 이별’로 안내하는 책, <안전이별>입니다.

 

 

 

윤화 전문필진.PNG

 

 

[강윤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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