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순수한 열정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지 -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

글 입력 2023.07.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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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만 보고도 언어를 마스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언어적 재능이 없는 나에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장장 십여 년을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하디 부족한 영어 실력 앞에 서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에게 언어란 높은 성벽과 같다는 사실을, 언제나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말은 이렇게 했어도, 사실 알고 있다. 언어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도 새로운 언어를 학습하는 과정엔 나름의 인고의 시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을 보면, 질투가 나기보다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언어의 파도에 거침없이 뛰어들 수 있는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오늘 소개할 책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의 저자는 한국어와 영어에 불어까지, 3개 국어를 할 수 있다. 그 정도면 내 기준에 경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그런데 이탈리아어를 배우겠다고 나선 걸 보면, 그녀 자신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저자에게 이탈리아는 힘들었지만, 계속 곱씹을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을 안겨준 나라이다. 언젠가 그곳을 자유롭게 누빌 상상을 하며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그간 미뤄두었던 숙원 사업을 시작하였다 밝힌다.

 

*

 

이탈리아어는 불어와 상당 부분 유사하다. 하지만 한국인인 저자에게 불어는 어쨌든 외국어이기에 프랑스인들처럼 빠르게 배울 수 없었다.

 

심지어 초급반이라고 하면 문법부터 하나하나 꼼꼼하게 설명해 주는 한국과 달리, 프랑스의 초급반은 시작부터 이탈리아어가 쏟아졌다. 선생님조차 불어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면, 그날의 반 풍경을 상상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저자는 그 시간을 사랑했던 것 같다. 직장인에게 귀하디 귀한 휴일 오전 시간을 할애하면서, 출퇴근 및 이동 간 남는 시간을 짬짬이 활용하면서 열심히 이탈리아어와 친해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순수한 열정만큼 아름다운 것이 없다. 돈이 되는 일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님에도, 그녀는 이탈리아어 학습을 멈추지 않는다.

 

막연한 꿈을 위한 시작이 어느새 스스로를 위한 일이 되어버렸다. 책을 통해 전해진 간접 경험이었지만, 그 진심은 바다 건너 한국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도 그런 순수한 열정을 불태웠던 때가 있었던가? 저자의 고군분투기는 나의 오늘을 돌아보게 만들었고 그 끝엔 현실에 치여 사는 내가 있었다.

 

그곳의 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효율성과 합리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나에겐 저자에게서 느껴지는 생기와 에너지를 찾아볼 수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이렇게 팍팍해져 버린 것일까, 한탄하다 그 역시 결국은 나의 선택이라는 생각에 마냥 괴로워할 수도 없었다.

 

저자의 맹목적인 이탈리아어 사랑이 부럽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그렇게 맹목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사실이 눈물 나게 부러웠다. 책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를 읽으며 여유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렸다.

 

그래, 여유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울 때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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