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안전하게 이별하겠습니다. - 안전 이별

안전 이별_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글 입력 2023.06.3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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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안전 이별.jpg

 

 

좋은 이별이란 있을까? 나에게 술자리는 언제나 연애 이야기로 가득하다. 연애 이야기를 시작하면 술자리는 토론장으로 바뀌고 각자의 연애관이 오고 가는 술잔을 비우고 따른다. 연애만큼이나 개인에게 뚜렷한 가치관과 생각을 담고 있는 개념이 또 있을까. 그래도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하나의 의견으로 수렴해갈 때가 있다. 바로 ‘이별’이다. 좋은 이별은 들어본 적은 없으며(물론 있을 수도 있지만) 술잔을 따르는 소리가 적막한 분위기를 대변한다. 사랑이란 인간을 시끄럽게도 조용하게도 만드는, 웃게도 울게도 만드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안전한 이별은 있을까? 중요한 계약을 앞둔 CEO들의 악수처럼 상호 간의 동의로 이별 서명을 하면 그게 안전한 이별일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로 사랑과 관계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며 이름을 알린 ‘알랭 드 보통’은 자신이 지은 ‘인생학교’와 함께 ‘안전한 이별’에 관한 책을 집필했다. 바로 <안전 이별>이다.

 

본 영문 제목은 로 관계를 유지할지, 혹은 정리할지 독자들에게 선택지를 제시한다. 이별에 대한 선택권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다. 독자는 책이 제시하는 24가지 질문과 함께 개인의 답을 적어가며 풍요로운 현재를 만들어갈지, 더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갈지 선택한다. 혹은 언젠가 찾아올 이별의 기로 앞에서 지금의 책을 지도로 삼아 가야 할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안전한’의 의미는 이별로 인해 느끼는 죄책감으로 자학하는 태도와 정신적, 물리적인 폭력에서 해방하는 것이다. 이별 후 느끼는 외로움과 슬픈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 감정들이 죄책감이 되어 자신을 햇볕이 들지 않는 창살에 가두는 건 새로운 미래를 가로막는 행위이다. 이별을 말할 때 선택은 나에게 있다. 결코 가볍지 않은 그 선택의 책임 또한 나에게 있다.

 

 

“연인 관계에서 이별 자체는 비극이 아니다.

이별을 하고도 아무것도 깨우치지 못하는 상황이 진짜 비극이다.”

 

 

책임감과 신중함을 배울 수 있다면, 이별 후 어떻게 다시 일어서야 하는 방법을 습득할 수 있다면 그 감정들은 안전한 벨트가 된다. 끊임없이 자기를 옭아매는 고통 속에서 해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별의 선택권은 자신에게 있지만 그것을 권력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힘의 권력을 앞세워 이별을 강조하는 것 또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신의 선택권을 인정하는 건 상대방의 선택권도 인정하는 것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큰 메시지는 바로 이게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상대방에게 알릴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상대방의 생각을 듣는 배려. ‘안전한 이별’은 결코 혼자서 이뤄낼 수 없다.

 

 

“내가 그리 잘한 것도 없단 사실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뻔한 이별 이야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별은 오만과 편견을 야기한다. 나 혼자만 상대방에게 잘해줬다는 오만과 상대방이 행복했을 것이라는 편견이다. 그 오만함과 편견은 증오와 분노로만 이어질 뿐, 발전의 영양분으로 삼을 수 없다. 나는 맞고 상대방은 틀렸다는 마음은 이별의 원인을 상대방에게 돌린다. 서로 사랑했던 사이에 일방적인 잘못이 있을까.

 

내가 그리 잘한 것도 없다. 이 이별엔 나의 책임도 분명 존재한다. 우리 또한 상대방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거나, 상대방의 충고를 그저 무시하고 받아들이지 않거나, 과거와 비교하거나 이별의 실을 계속 엮어왔다. 뜨개질 코바늘은 하나가 될 수 없다.

 

<안전 이별>은 연인 사이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맺는 모든 관계에서도 중요하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의지로 선택하는 것, 끊임없이 발전해가고 배워가는 것. 언젠가 또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고 서서히 멀어진다. 그게 바로 인간관계다. 사회에 속하는 시간이 더 많아질수록 스트레스는 커지고 부담감은 다가온다. 어쩌면 이별하는 방법은 나의 사회적 관계망을 탄탄하게 만드는 방법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별은 해도 사랑을 포기하지 말자.

 

 

 

박성준-컬쳐리스트.jpg


 

[박성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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