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우리의 관계는 완벽할까? - 완벽한 케이크의 맛

글 입력 2023.06.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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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없는 글이 필요할 때가 있다.

 

약속 장소로 향하는 길 지하철에 앉아, 주말 아침 침대에 누워 읽고 싶은 글. 조금이라도 놓치면 불안한 복잡한 이야기 대신 짧은 호흡으로 편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글. 마음산책 출판사의 짧은 소설 시리즈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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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작가의 짧은 소설 “완벽한 케이크의 맛”이 출간되었다. 노약자, 여성, 퀴어 등 사회의 모퉁이에서 차별과 싸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가의 신작이기에 기대가 되었다. 진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와 정서가 짧은 소설엔 어떻게 담길까 궁금한 마음도 들었다.

 

작가가 들려주는 열네 편의 소설 속으로 들어섰다.

 

 

 

사람과 사람


 

“완벽한 케이크의 맛”은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하나의 주제, 관계에 대해 말한다. 친구와 연인부터 이웃, 오랜 짝사랑 상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관계가 등장한다. 아주 친밀하거나 어색함이 감도는 낯선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 표정, 감정이 담긴다.

 

‘밀 베이커리’엔 부모와 아이, 학원을 함께 다니는 아이의 친구들과 그들의 부모, 밀 베이커리의 사장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건강한 재료로 맛있는 빵을 판매하는 밀 베이커리를 우연히 발견하고 단골이 된다.

 

주변 엄마들에게도 추천을 하며 좋은 관계가 만들어 지는듯 했지만 어느 날 아이의 친구가 배탈이 나고, 그 이유가 그날 먹은 밀 베이커리 빵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인물들 간의 관계가 서서히 변화하고 뒤틀리기 시작한다.

 

한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자. 그와의 관계, 그에 대한 감정은 어떻게 결정될까? 그 사람과 있었던 일, 대화는 그에 대한 인상을 만드는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중요하다. 그에게 호감 혹은 비호감을 표현하는 자체가 한 집단에서 나의 이미지와 캐릭터를 결정짓기도 한다.

 

이러한 영향력을 파악한 후에 우리는 결정한다. 부정적 시선을 알고도 나의 판단과 느낌을 믿고 행동할지, 혹은 안전하게 다수의 방향을 따를지 말이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미묘한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 안의 다양한 모습들


 

김혜진 작가의 글을 읽으며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사람을 하나의 캐릭터로 고정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착하거나 악한 존재, 친절하거나 냉소적인 존재처럼 단편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특정한 성격과 특징으로 굳히기 보다 한 사람 내면에 있는 다양한 면면을 살필 수 있었다.

 

‘모르는 일처럼’에는 같은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 간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시킨 일도, 시키지 않은 일도 먼저 나서 해내고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 같았던 인턴이 있었다. 모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믿던 어느 날 인턴이 SNS에 주인공과 팀원들은 물론 회사 계정까지 태그한 글을 업로드한다.

 

회사 사람들이 너무 싫고 인턴을 무시하고 불합리하게 일을 몰아준다는 폭로 글이었다. 이유를 심문하는 사람들 앞에 주인공은 대체 이유를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과연 정말 자신이 모르는 게 맞는지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고민에 잠긴다.

 

주인공이 회사에서, 회사 밖에서 어떤 사람이었는가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잘 해내고, 사람들과도 잘 지내는 보통의 사람이라 상상해 본다. 팀에 들어온 인턴에게도 적당히 친절히,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냈을 것이다.

 

겉보기엔 문제가 전혀 없어 보이는, 평범한 사람 안에 숨겨진 모습들. 인턴이 과하게 많은 심부름과 귀찮은 일을 도맡아 한다는 것을 알지만, 다들 원래 그러하니까, 그렇지 않으면 나에게 일이 넘어오니까 하는 마음으로 눈 감았던 순간들.

 

내 안에 존재하는 나의 별로인 모습들을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였다.

 

 

 

더 나은 모습을 꿈꾸며


 

“완벽한 케이크의 맛”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 속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평범한 인물, 평범해 보이는 관계 속에서 작은 부분 부분을 건든다. 늘 있었던 것이라서, 어쩔 수 없는 것이라서, 원래 세상이 그런 법이라서, 다양한 이유로 지나쳐 버리고만 순간들을 되살린다.

 

그러면 잠시 생각해 보게 된다. 별 뜻 없이, 별문제 없이 지나친 사건들, 그리고 그 속의 나를 떠올린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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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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