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독립서점의 다정함 [문화 전반]

글 입력 2023.06.2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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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의 보안책방]

 

 

골목골목을 다니다 보면 독립서점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작지만 책으로 채워진 공간을 바라보면 무언가에 이끌린 듯 자연스럽게 서점을 구성하는 이방인으로 잠시나마 머물게 된다. 무엇이 우리를 독립서점으로 이끄는 것일까.


동네마다 좋아하는 독립서점들이 있다. 우연하게 만난 독립서점들도 있고 여러 큐레이션 페이지들을 보고 찾게 된 독립서점들도 있다. 책이라는 공통분모로 묶여있는 것 외에는 독립서점 저마다의 특성이 매우 강하다. 공간의 구성부터 시작해서 다루는 책의 장르들, 진행하는 서점의 프로그램은 차별성을 가지고 하나의 독립서점을 완성한다. 그렇다면 독립서점이 풍기는 유사한 분위기들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왜 우리는 그 분위기에 휩쓸려 독립서점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되는 걸까 라는 질문으로 다시금 회기 하게 된다.

 

그 여러 번의 질문을 통해 느끼게 된 것은 독립서점이 가지고 있는 다정한 마음들이 우리를 독립서점으로 이끌게 된다는 것이었다.

 

 

 

책방지기의 다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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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동의 책방 밀물]

 

 

독립서점에서는 각각의 도서 큐레이션을 진행한다. 크지 않은 규모를 가졌다는 독립서점의 특징에 맞게 어쩌면 독립서점에 입고되어 있는 책들 자체가 1차적으로 큐레이션을 거쳤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책방지기의 손을 거쳐서 다시금 큐레이션 된 책들은 배가 된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보인다.

 

간혹 책방지기의 주관적인 감상이 드러나는 도서 큐레이션이 있다. 책방지기도 책을 함께 읽어본 후, 좋았던 구절에 밑줄을 치고 각각의 문장들에 대한 감상을 적기도 한다. 전체적인 책의 느낌과 어떤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지까지 다정하게 적어놓는다. 어떤 책을 읽을지 한참을 고민하던 사람들의 어려운 마음도 책방지기의 문장을 보고 움직이게 된다. 그 순간은 책방지기도 한 사람의 독자로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독립서점을 찾는 이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감상을 나눌 수 있다는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독립서점은 1부터 10까지 책방지기의 손길이 묻어있지 않은 부분이 없다. 분명, 이들도 책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을 것이기에 독립서점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독립서점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다정함이 무엇인지를 서점에 가장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추천을 해달라는 질문을 하면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건네주시는 다정함, 함께 계속 읽어나가기를 바라는 다정한 마음들이 모여 독립서점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향한 다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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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의 이라선]

 

 

독립서점은 책을 사랑하는 마음들을 향해서도 아낌없는 다정함을 건넨다. 어쩌면 책방지기의 다정함에서 시작되는 영역의 다정함이지만, 각지에서 모인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한 데 모아 더 크게 부풀린다. 독립서점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하고, 책을 사랑하는 이들을 모아 함께 책을 읽는 독서 모임 시간을 준비하기도 한다.

 

나도 독립서점에서 진행하는 북토크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다. 모르는 사람들과 한 데 모여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같은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감명받은 듯 이야기를 옮겨 적기도 했다. 이러한 것들이 모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행동의 전부였지만, 책으로 연결된 마음의 유대는 깊이 남아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 순간의 경험이 책을 향한 마음을 더 강하고 깊게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독립서점은 이렇게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 마음들이 지켜지고 더 커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느 때는 책으로 향하는 길잡이처럼 혹은 함께 동행하는 사람처럼 잔잔하게 그 마음들과 함께 한다. 책을 갖추어 놓고 파는 가게라는 책방의 사전적 의미는 이미 독립서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독립서점은 그 의미를 넘어서 책을 향한 마음까지 다정하게 들여다 봐주는 공간이다.

 

 

 

책을 향한 다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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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의 로우북스]

 

 

읽고 싶은 책을 찾으려고 대형서점을 가거나 인터넷 서점을 들어가면, 계속해서 나의 눈은 베스트셀러들로 향하게 된다. 왜 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나도 읽어봐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결국 앞쪽 가판대만 혹은 책 순위만 훑어보는 손쉬운 방법으로 책을 대하게 되고 내 손에는 베스트셀러라고 일컬어지는 책들 중 한 권이 들려있다. 독립서점은 이러한 우리의 태도가 바뀔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한다.

 

독립서점에 찾아온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면 누구 하나 쉬이 책을 고르지 못한다. 그 이유는 단순한 결정의 차원이 아니다. 판단이나 평가의 기준이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서점 곳곳에 꽂혀있는 책들을 읽어본다. 물론, 보편화된 시각과 객관적인 지표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 손에 들렸을 때 더 ‘나의 책’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명백할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독립서점에서 놓치는 책들없이 꼼꼼하게 책장들을 살피고 꽤 오랜 시간을 서점에 머물며 여러 책과 함께 하게 된다.

 

독립서점에 있으면 비로소 다양한 책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갈래의 의미와 가치를 느끼게 된다. 어렸을 적, 책장에서 좋아하는 책을 고심해서 골라 엄마에게 읽어달라고 했던 기억처럼, 책을 고르고 읽는 과정 속 고유의 즐거움을 다시 찾게 된다. 독립서점은 이렇듯 우리에게 다정함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책에 다정한 태도를 보이게 만들어준다. 책 또한 독립서점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마음껏 내며 존재할 수 있다.

 

 

 

사람들이 알아가는 다정함


 

지난해 기준 전국의 독립서점은 815곳으로 전년보다 70곳이나 늘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마포구 일대에서 진행하는 책방 페스티벌인 ‘어랏 오브 동네책방’이 열리기도 했다. 또, 특정 지역에 대한 큐레이션 공간에 책방이 빠지지 않는다. 이런 것들을 보며 나는 많은 사람들이 책방이 선사하는 다정함을 더 많은 이들이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다정함의 과정 속에 동참하여 더 많은 독립서점들이 골목을 채우기를 바라는 작은 소원을 품어본다.

 


[이연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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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 정말 좋은 글이라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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