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에드워드 호퍼를 좋아하게 되고 말았다 - 에드워드 호퍼의 시선

글 입력 2023.06.2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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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에드워드 호퍼 전이 열렸다. 올해 8월까지 진행된다고 한다. 장소는 서울 시립미술관인데, 예전에 그곳에서 팀 버튼 전을 봤다. 갓 대학생이 되고 처음으로 친구와 함께 갔던 전시회였다. 지금보다 훨씬 전시와 친숙하지 않은 때였지만, 마냥 전시회를 본다는 사실이 즐거웠던 기억에 덩달아 서울 시립미술관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곳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단다. 처음 듣는 이름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단독 전시를 열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화가일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소 놀랐고 또 궁금했다. 그의 그림,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오늘 소개할 책 <에드워드 호퍼의 시선>의 저자는 에드워드 호퍼의 시선에 초점을 맞춰, 책을 집필했다고 말한다. 호퍼는 유독 작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을 많이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제3자의 시선으로 도시의 일면을 바라본 작품들이 유명한데, 화려한 도시 이면의 쓸쓸함을 탁월하게 담아내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큰 감흥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림이 와닿지 않거나 어려워서라기보다, 취향이 아닐 뿐이었다.

 

그럼 에드워드 호퍼를 다룬 책은 왜 읽은 것이냐, 질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질문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이라도 한 번 더 들여다보려는 이상한 도전 정신이 있기 때문이라 답하겠다. 쉽게 말해서, 궁금했다는 말이다. <에드워드 호퍼의 시선>은 그렇게 접하게 된 책이었다.

 

그리고 독서를 마친 지금, 나는 에드워드 호퍼를 좋아하게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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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사로잡은 많은 작품들이 있었지만, 이왕 에드워드 호퍼를 소개하는 김에 대중적이지 않은 작품을 소개하려 한다. 위 그림은 <주유소>라는 작품인데, 나 또한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그림이다.

 

저자는 위 그림을 '밝음을 만나려면 어둠을 지나야 한다'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림을 보면, 주유소의 밝음과 어두운 숲길이 명암의 대조를 이루고 있다. 다음 주유소, 혹은 목적지를 향해 가고자 한다면 어두운 숲길을 지나가야만 한다. 그 앞을 비춰주는 마지막 빛. 유독 이 주유소의 빛이 밝게 느껴지는 이유는 결국 어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빛과 어둠의 대립 사이에서 가장 내 눈길을 사로잡은 대상은 홀로 주유소를 지키고 있는 남성의 모습이었다. 외딴 주유소를 지키며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외로워 보인다는 대답이 가장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조금 다른 해석을 내놓고 싶다. 내 눈에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이 생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명감을 가지고 묵묵히, 언젠가 찾아올 누군가를 위해 마지막 주유소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보는 <주유소>는 어둠보다 빛이 우선이다. 적막과 고독, 나아가 두려움이 자신의 앞에 펼쳐져 있음에도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는 남성의 모습은 그 자체로 굉장한 위로이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이런 식이다. 멀리서 보면 쓸쓸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각기 다른 표정과 시선,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결연함이 느껴진다. 그 점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호퍼만큼 솔직하고 내밀하게 현대 도시의 풍경을 그려낸 작가는 없을 것이다.

 

혹 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에드워드 호퍼가 궁금해졌다면, 책 <에드워드 호퍼의 시선>을 통해 다양한 호퍼의 그림들을 만나보길 바란다. 저자의 해석을 참고하여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저자 역시 정답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저 참고용으로 생각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즉, 느껴지는 대로 호퍼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를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 과정을 거친 당신도 나처럼 에드워드 호퍼를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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