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성스러운 장소' 방문기 [문화 전반]

이태원 힌두교 사원 '베다문화사원'에 가다
글 입력 2023.06.16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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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2곳의 힌두교 사원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태원에 있는 “하리 크리슈나” 라는 힌두교 사원이다. 베다 문화 사원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한국에 거주하는 힌두교 신자들의 정기적인 모임 장소이자 힌두교라는 종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교리를 소개하고 교육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태원 해방촌에 위치하고 있으며 비교적 소규모의 공동체이다.


힌두교(Hinduism)는 인도에서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브라만교가 민간신앙과 융합하여 발전한 종교로써 현재 80%이상의 인도인이 믿는 인도의 민족종교이다. 기원전 3000년경 인더스 문명에서부터 기원전 1500년경 아리아인의 침략 이후 형성된 브라만교를 포함하며, 이후 토착 민간신앙, 불교 등의 영향을 받아 기원전 300년경 현재 힌두교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명확한 창시자가 존재하지 않으며, 정의를 내릴 수 없는 다양성과 인도의 통혼질서이자 계급질서인 카스트 제도를 정당화하는 사회성이라는 특징을 지녔다. 계급의 의무이자 진리를 뜻하는 다르마를 강조하며, 업과 윤회, 해탈의 개념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불교와 비슷하다. 


힌두교 사회에서 도덕관념의 기초는 브라만교의 법전에 규정되어 있는 다르마(법·의무)이다. 다르마에 따라 힌두교에서는 4가지의 인생 목표와 4가지의 인생 단계를 제시하며 지속적 윤회로부터 해탈하는 것을 궁극적 목적으로 삼는다. 성적 쾌락인 카마, 부의 축적인 아르타, 계급별, 성별 의무인 다르마, 해탈의 목샤가 힌두교에서의 인생 목적 4가지인데, 이를 통해 욕망을 인정하고 사회적 의무 준수를 강조함과 동시에 최종적으론 개인적 해탈을 추구하는 힌두교의 상반된 관점 공존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힌두교에서는 학습기, 재가기, 준은퇴기, 출가기의 4단계의 인생 단계를 제시한다. 이 중 출가기에 해탈을 향한 방법에는 행위, 신애, 지혜의 3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특히 힌두교의 지혜에 접근하는 여러 사상들 중 상키야 학파는 물질과 영혼, 육체와 정신이 짝을 이룬다는 이원론을 주장하며 해탈을 위해 육체의 끊임없는 욕망에서 벗어나 정신의 자유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요가와 명상을 제시했다. 우파니샤드 경전을 근본으로 삼는 베단타 학파는 브라흐만과 현상 세계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시 3가지 학파로 나뉘는데, 세상은 허상이며 브라흐만이 실재이기에 둘이 아니다(Advaita)라 주장하는 불이론, 세상이 브라흐만으로부터 나왔다는 수정불이론, 세상과 브라흐만이 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하는 이원론이 그 3가지 학파이다. 


힌두교의 근본 경전은 《베다》와 《우파니샤드》이며 그 외에도 《브라흐마나》, 《수트라》 등의 문헌이 있으며, 이 모든 것들은 인도의 종교적·사회적 이념의 원천이 되고 있다. 또한 경전에 준하는 것으로 《마하바라타》, 《라마야나》의 2대 서사시가 유명하다. 특히 《마하바라타》의 일부인 《바가바드기타》는 널리 애창되고 있다. 이외에 《푸라나》, 《탄트라》, 《아가마》, 《삼히타》 등이 힌두교 각 파에서 존중되고 있다. 특히 리그베다의 전통으로부터 카스트 제도인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계급이 탄생했으며 가문의 직업인 쟈티의 관습적이고 상대적인 정결성에 따라 계급의 귀천이 달라졌다. 


힌두교는 브라만교의 많은 신화를 계승하고 있기에 겉으로 보기에 다신교 같아 보이지만, 우주의 창조신 브라흐만, 세계를 유지하는 신 비슈누, 파괴의 신 시바, 세 신을 일체로 하여 최고의 실재원리로 삼는 일신론적 형태를 취한다. 특히 비슈누는 자신의 현신인 아바타를 세상에 파견하는 방법으로 세상을 유지하고, 그리스도교의 예수, 불교의 붓다 역시 비슈누의 아바타 중 하나라고 이해한다. 또한 파괴 후에 창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바신은 창조적 속성과도 통한다. 

 

힌두교 사원은 인도 각지에 무수하게 존재하지만, 각각 독립한 것으로 그들을 통괄하는 횡적인 조직은 없으며 사회적 조직은 카스트에 의해서 대용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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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 사원에 들어서니 네팔인이신 디팍 씨가 반갑게 우리 일행을 맞아주셨다. 디팍 씨는 1시간 가량 힌두교의 근본 원리와 여러 신화들, 경전들에 대해 설명해주셨고 추가 질문들에 대해 친절하게 답변해주셨다.


‘힌두’라는 이름은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로 삼으면서 자의적으로 붙인 이름으로, 실제 명칭은 ‘영원한 다르마’라는 의미의 ‘사나타나 다르마’이다. 다르마는 근본적(nature)이며 신성한 의무(religion)이고 동물, 식물, 인간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은 각각의 불변의 고유한 목적(religion, own duty)인 다르마를 가지고 있다. 다르마에 대한 답을 구할 때마다 항상 다른 답들이 나오는데, 이는 겉으로 보기엔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진리들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돕는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고 지배하려고 하는 등 자연적 질서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고 있으며 힌두교에서는 이를 바로잡고 인간의 고유한 다르마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신의 무조건적인 사랑(unconditional love)과 달리 인간의 사랑은 조건적(conditional)이고, 이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면 인간사이의 관계(relation)는 쉽게 망가진다. 이렇듯 힌두교에서는 조건적이고 불완전한 인간을 경계하며, 가르칠 능력이 되지 않는 자는 베다의 가르침을 전할 수 없다.


인간의 고유한 다르마는 ‘나는 누구인가?’라고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육체(body) 뿐만 아니라 영혼(spirit)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들이 해탈하지 못하고 윤회의 사슬에 묶이는 이유는 잠을 자고, 스스로를 방어하고, 먹는 등 육체의 욕구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신의 세계로 회귀하여 해탈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정신을 수양하고 육체적 욕망의 집착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힌두교의 근본적인 신은 브라흐마이며 여기서 비슈누, 시바와 같은 신이 창조되었다. 디팍 씨는 브라흐마를 해라고 했을 때, 파생된 둘을 빛과 에너지에 비유하셨다. 이 셋은 필연적면서도 필수적인 관계인 것이다. 이 셋은 다른 신들의 원형이자 뿌리이며 크리슈나, 아그니와 같은 다른 신들과 질적으로 다른 존재들이다. 


사원에는 여러 언어들로 번역된 바그바드 기타가 있었다. ‘기타’는 해석본이라는 뜻으로 말씀에 대한 주석과 해설이 적혀져 있었다. 한국어로 번역된 바그바드 기타도 존재했다.


힌두교 사원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힌두교 신자들이 모여 기도를 하고 챈트를 부른다고 한다. 또한 헤어질 때 두 손을 모으고 하는 인사인 하리 크리슈나, 나마스테는 "내 안에 깃든 성스러운 신성이 당신 안에 깃든 성스러운 신성께 경배합니다"라는 뜻으로 개개인의 내면엔 모두 신이 존재하며 그 신을 존중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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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힌두교에 관심이 생겼던 계기는 중학교 때 힌두교 신의 개념을 차용한 네이버 웹툰 ‘쿠베라’를 즐겨 읽으면서였다. 웹툰 속에서는 창조의 신 브라흐마, 전쟁의 여신 칼리, 세계 유지의 신 비슈누, 불의 신 아그니, 대지의 신 쿠베라, 번개의 신 인드라 등 다양한 신들이 등장했으며, 이를 통해 인도의 종교이자 소를 신성시하는 종교일 뿐이라 알고 있었던 힌두교에 다양한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었다.


다른 종교들에 비해 개인적으로 힌두교에 관심과 호기심이 많았기 때문에, 직접 힌두교 사원에 방문하여 힌두교에 대해 더 깊이 알아 볼 수 있었던 이번 답사는 무척 유익하고 즐거웠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 힌두교 사원이 존재한다는 점 자체도 놀라웠다. 특히 종교와 세계문화 시간에 배웠던 계급적 의무인 다르마와 인간의 궁극적 목적인 해탈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힌두교도인 디팍 씨가 이 둘을 특히나 강조하는 것을 통해 힌두교에서 이것들을 얼마나 중요시 하는지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힌두교의 원래 이름이 ‘영원한 다르마’라는 뜻의 ‘시나타나 다르마’라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종교적 목적의식을 무엇보다 잘 나타낸다는 점에서 힌두교보다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셨지만, 중간중간 힌두교의 원리들을 이해하지 못해 질문을 자주 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힌두교는 심오하고 철학적인 종교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던 것 같다. 바가바드 기타 한국어 번역본을 직접 읽어 본 경험도 새로웠다. 


여러 힌두교 신들에 대한 이야기들과 기본 원리들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내용은 "내 안에 깃든 성스러운 신성이 당신 안에 깃든 성스러운 신성께 경배합니다"라는 뜻의 인도식 인사 “하리 크리슈나”, “나마스테”였다. 일견 방대하고 심오해 보이는 힌두교의 핵심은 결국 개개인의 정신 수양과 해탈 가능성을 인정하는 “나마스테”라는 일상적이면서도 소박한 인사말 속에 들어있었다. 앞으로 인도를 여행할 일이 생기면 여러 신들이 조각되어 있는 사원들과 유적지들을 꼭 한 번 방문해보고 싶다.

 


[박주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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