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주변에 건네는 작은 손길의 용기 [공연]

뮤직드라마 〈불편한 편의점〉 관람 후기
글 입력 2023.06.0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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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샌가부터 편의점은 동네 슈퍼 자리를 대체하면서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고 가장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먹거리에 각종 생활용품과 약품까지, 요즘의 편의점은 말 그대로 편의를 위해 모든 것이 갖춰진 곳이다. 하지만 어릴 적 슈퍼마켓에서 느꼈던 아늑함과 따뜻함은 찾기 어려워졌다. 그보다 체계성과 효율성이 우선된다. 그저 빠르게 원하는 물건만 사고 나오면 된다.

 

그런 점에서 뮤직드라마 〈불편한 편의점〉 속 편의점은 다소 '불편'할 수 있다. 원하는 물품이 없을 수도 있고,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조금은 어눌한 말투로 계속 말을 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은 이내 손님과 주변 사람에게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주게 된다.

   

이야기는 노숙자 독고가 편의점 사장 할머니의 지갑을 찾아주면서 시작된다. 할머니는 괴한으로부터 지갑을 지켜준 독고에게 편의점 도시락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추운 날씨에도 갈 곳 없는 독고에게 할머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제안하고, 그렇게 편의점에서 일하게 된 독고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독고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엔 각자만의 고통이 담겨있다. 같은 편의점 직원인 한 아주머니는 아들과 소통이 단절되었다. 대본 작가인 여성은 현실에 부딪혀 작가의 꿈을 포기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다다랐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직장을 다니는 남성은 하루를 술로 끝내며 가족과 점차 멀어져 갔다. 그리고 독고는 기억을 잃은 채 노숙 생활을 전전하던 인물이었다.

 

그들은 점차 독고와 소통하면서 각자가 갖고 있던 갈등을 해소하게 되고, 독고 역시 잃었던 자신의 기억을 되찾으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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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은 해외가 배경이거나 역사 속 사건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 아니다. 지극히도 일상적인,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물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은 누구나 하나쯤 가진 고민거리들이다.

 

독고는 비록 말을 더듬으며 조금은 특이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지만, 조심스럽게 내민 손으로부터 사람들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고 때론 독고의 말에 해답을 얻어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켜나갈 수 있었다. 물론 세상의 모든 한숨의 무게를 쉽게 잴 수는 없겠지만, 타인에 대한 조그마한 관심과 소통이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출발점이 되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작품 내 인물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편의점 사장 할머니였다. 독고가 노숙자임에도 선행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며 편견 없이 받아들였던 사장님은 독고의 새로운 출발을 이끌어 준 은인이었다.

 

단순히 플롯 상의 재미로만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온화하고 평면적이어서 흥미롭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작품에 몰입하게 만드는 인물이었던 것은 우리가 현실 속에서 그런 선행과 감동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소통의 단절과 관계에서의 갈등이 주요 문제점으로 인식되는 현대 사회에서, 지난 몇 년간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시행된 거리두기 체계는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더욱 넓히기도 하였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요즘, 주변에 건네는 작은 관심과 따뜻한 한마디가 우리에게 좀 더 아름다운 삶을 가져다줄 것임을 〈불편한 편의점〉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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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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