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다라는 어항 안에서 헤엄치기 [영화]

어항이 바다인 줄 알았던 당신에게 추천하고픈 영화
글 입력 2023.06.0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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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초라한 진실보다 환상적인 거짓이 더 나을 수도 있단다. 더구나 그것이 사랑에 의한 것이라면!”

 

운명을 보는 마녀, 집채만 한 거인, 시간이 멈춘 유령마을까지… 믿을 수 없는 모험으로 가득한 에드워드 블룸의 이야기. 당신도 믿나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고향을 찾은 윌.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다 큰 아들에게 허풍 가득한 무용담을 늘어놓는 아버지. 그의 레퍼토리는 언제나 기상천외한 모험과 단 하나의 로맨스로 이어진다. 이제, 믿기 힘든 이야기 속에 가려진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는데…

 

 

 

# 블룸? 그 꽃이 피다 할 때 블룸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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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때 할머니 댁에 가서 할머니와 다른 친척분들과 얘기하다 보면 아이고 “너는 점점 피고 있구나”라던가 “너는 참 좋겠다.. 부럽다..”라는 이야기를 엄청나게 많이 듣는다. 나는 그 이유가 바로 우리의 청춘을 부러워하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청춘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자기가 이루고 싶은 일들을 다 시도해 볼 수 있고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에드워드 블룸, 그는 스스로가 영원히 청춘으로 남을 수 있도록 본인 스스로가 청춘의 새로운 의미를 만들었다. 비록 그의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인과 만나 어려운 역경을 헤쳐나간 이야기, 지금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황수선화 밭을 그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바친 이야기까지 그의 이야기에는 활짝 핀 꽃길 같은 화사함과 아름다움이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젊을 때의 기억이라서 화사함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이야기를 누구보다 즐겁게 하고 있는 현재의 에드워드의 블룸으로부터 이 아름다움과 눈부심이 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의 이야기를 담은 화사한 영화 <빅 피쉬>. 이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우리의 현실과 매우 닮아있는 에드워드 블룸의 고민 또한 살펴볼 수 있다. 밝아 보이고 마냥 낙천적인 생각에 휩싸인 그가 의심스럽고 못 미더워 보인다면 당신은 영화 속으로 조금 더 들어갈 필요가 있다. 나도 영화를 처음 볼 땐 그러하였다. 그러나 당신, 영화를 다 본 뒤 나와도 좋다. 그러니 조금만 황수선화 밭에 잠수해 보자.

 

 

 

# 나도 모르게 의심하고 있었던 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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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이가 들어도 그의 이야기를 남한테 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모든 사람들이 주의 깊게 들어주지는 않았다. 그의 이야기가 허풍스럽고 과장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아들인 윌 블룸은 그의 아버지의 말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그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왜 좋아하는지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다. 굉장히 현실적이고 염세적인 아들과 대조적으로 에드워드 블룸은 그에게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여기서 느낀 점은 내가 알게 모르게 윌 블룸의 이야기를 의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에드워드 블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게 정말 사실일까라는 생각으로 에드워드를 바라보는 건 윌이 아니라 바로 우리, 나 자신이었던 것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감히 누가 의심부터 하겠느냐마는 그것을 내가 하고 있었다.. ‘빅 피쉬’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나는 확실히 판타지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생각해 보면 판타지적인 요소를 포함했다는 것 또한 에드워드가 자신을 오래오래 말로써 남기고 싶어 했던 증거였음을.. 나는 간과했다.

 

마치 우리나라의 전래동화가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야기의 사실이 우리에게 있어서 중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에서 보았을 때 그 사람이 오래오래 기억될 수 있음에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 영화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 팀 버튼의 그림자 사랑


 

이 영화 <빅 피쉬>는 영화계의 거장, 팀 버튼의 색깔이 아주 많이 들어가 있는 작품으로 역시 판타지 물을 잘 풀어내는 감독다운 작품이었다고 생각했다. 항상 팀 버튼 감독의 작품을 보다 보면 느껴지는 것이 인물들의 비치는 그림자를 잘 등장시킨다는 것이다. 윌이 계단을 올라갈 때도 아버지 방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도 이 영화에서는 그림자를 많이 등장시킨다. 그림자는 직접적으로 인물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 인물이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이 영화에서 그렇게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굉장히 좋은 영화적 장치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이 그림자는 밝고 생기가 넘치는 색감이 넘치는 이 영화에서 가장 어둡게 비치는 오브제이다. 우리는 누구나 밝은 모습 뒤에 어두운 모습이 있다는 것, 즉 에드워드 블룸도 현실적인 그림자 가운데 고민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의 꿈 이야기 가운데에는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가 잠시라도 그렇게 현실의 이면에서 벗어난 모습에서 나도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아는 것이 다가 아닐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 외에 다른 세계가 존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에드워드 블룸의 그 모든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이 얼마나 희망적인가?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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