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간, 자연 그리고 우주가 연결되는 곳 [미술/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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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산뜻했던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찾아왔다. 각각의 매력을 지닌 사계절 중 여름은 자연과 가장 가까워지는 계절인 듯하다.
강렬한 햇살과 끈적거리는 습도, 자신의 가장 푸르름을 뽐내는 나무들, 시원한 계곡과 광활한 바다, 창문을 열어놓고 잠이 들 때 들리는 풀벌레 소리나 개구리 소리 그리고 한밤중의 산책에서 보이는 하늘의 수많은 별까지 여름은 자연을 느끼고 교감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계절이다.
여름의 시작을 느낄 수 있는 지금, 페이스 갤러리 서울에서 키키 스미스 개인전 《Spring Light》가 6월 24일까지 진행된다. 작가 키키 스미는 오랜 세월동안 작업을 통해 인간과 자연 세계의 관계를 소재로 작업해왔다.
이번 전시에선 물과 하늘 그리고 우주의 현상학적인 성질에 한 탐구가 담긴 작가의 다양한 매체의 최근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가 진행중인 페이스는 세계적인 미술 갤러리로 알렉산더 칼더, 장 뒤뷔페, 바바라 헵워스, 아그네스 마틴, 루이스 네벨슨, 마크 로스코 유족 및 재단을 포함한 현대 예술가들과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현재 뉴욕의 두 개의 갤러리를 비롯해 런던, 홍콩, 서울, 제네바, 이스트 햄튼, 팜 비치, 로스앤젤레스 등 전 세계 8곳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전시는 우주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2층 전시실에서부터 시작한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름달이 그려진 〈Wooden Moon〉(2021)이 보인다.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달빛은 전시 공간을 신비로운 장소로 탈바꿈시키는 듯했다.
〈The Owls〉(2011)에서 보이듯 작가는 여성과 함께 새를 비롯한 다른 여러 동물을 배치한다.
재밌는 점은 각각 생명체의 눈으로부터 빛줄기가 나오며 서로 연결되기도 하고, 그것이 별에 닿기도 한다. 여성과 동물, 인간과 자연이 그리고 우주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시각 체계의 상호작용으로 비유되며 그려진다.
이러한 형태는 그의 작품 전반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형상이다. 전시실 내 다른 작품 〈28Seconds〉(2011)를 비롯한 Seconds 시리즈와 〈Whirling 2〉(2022) 등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갤러리의 3층에선 물에 대한 작업을 통해 우주에서 지구로 되돌아오며 스미스의 더욱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종이 작품 〈River〉(2020)는 물의 흐름을 종이와 파란색으로 나타낸 것인데, 종이 자체가 구겨지면서 생기는 주름은 일렁이는 물 표면을 연상시킨다.
〈Dark Water〉(2023)에선 물의 생명력이 신성한 존재로서 표현되었다. 2층의 작품들에서 보였던 눈으로부터 나오는 빛과 별은 여기서 물로 대치되었다. 검은색으로 칠해진 좌대는 작품 전체를 감싸는 푸른빛 덕분인지 두려운 어둠으로 느껴지기보다 별과 생명이 가득한 밤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전시는 바깥 테라스까지 이어진다. 〈Rest Upon〉(2009/2016)은 한쪽으로 누운 채 잠이 든 소녀와 그 위에서 염소처럼 보이는 동물이 쉬고 있는 장면을 형상화하였다. 목가적이며 평화로운 모습은 보고만 있어도 편안해지는 느낌을 준다.
이번 페이스 서울에서의 키키 스미스 개인전은 특히 그의 작품에 깃든 자연의 넘치는 에너지와 무한한 힘,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보여주고자 하였다.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는 계절인 여름에 방문해야 할 전시 중 하나다.
[정충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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