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밤섬은 사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여기? [영화]

임모씨.. 밤섬에 표류하다?!
글 입력 2023.05.26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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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시도가 실패로 끝나 한강의 밤섬에 불시착한 남자. 죽는 것도 쉽지 않자 일단 섬에서 살아보기로 한다. 모래사장에 쓴 HELP가 HELLO로 바뀌고 무인도 야생의 삶도 살아볼 만하다고 느낄 무렵. 익명의 쪽지가 담긴 와인병을 발견하고 그의 삶은 알 수 없는 희망으로 설레기 시작한다.

 

자신의 좁고 어두운 방이 온 지구이자 세상인 여자. 홈피 관리, 하루 만보 달리기… 그녀만의 생활리듬도 있다. 유일한 취미인 달사진 찍기에 열중하던 어느 날. 저 멀리 한강의 섬에서 낯선 모습을 발견하고 그에게 리플을 달아주기로 하는 그녀. 3년 만에 자신의 방을 벗어나 무서운 속도로 그를 향해 달려간다.

 

 

 

# 맞습니다! 외계 생명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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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외계인의 입장에서는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외계 생명체이다. 그렇다면 과연 행성이 다르다고 서로가 서로를 외계인이라고 느끼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남자 김씨와 여자 김씨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자신만의 규칙을 규정해 가면서 살아가고 있다. 같은 지구에서 살더라도 남자 김씨와 여자 김씨는 서로를 외계인이라고 칭한다.

 

다양한 현실의 한계점에 부딪혀 자살을 하려다가 섬에 갇힌 남자와 스스로를 현대 사회에서 고립시키고 남의 삶들을 빌려서 거짓으로 삶을 살려고 하는 여자, 이 둘은 서로에게 외계인이지만 그들의 안에는 현실로부터 ‘도피’하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럼 우리는 현실로부터 도피하려는 사람들을 “외계인”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 것인가. 이 영화에서 다루고자 하는 문제는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충분한 자본과 노력을 투자하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자본과 지위가 부족한 사람들을 한심하고 쓸모없게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사회적 구조도 잘못이 있겠지만 말이다. 나와는 다른 내 기준에 올바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우리는 외계인 취급을 하며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간다. 마치 이 영화에 그 남자와 그 여자처럼 현실에서 도피할 수밖에 없게 말이다.

 

사실 여기서부터 생각하게 된 것은 과연 “외계인”이라는 단어가 이 영화에서 계속 반복될 때마다 과연 외계인이라는 것을 누가 정의 내리는 것일까 하는 의문점이 계속 번졌다. 앞에서 말했던 말 대로라면 외계인은 외계인이 아닌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쓰는 말이다. 근데 왜 우리는 그들을 “다르게” 보는 것일까? 그들이 사회적으로 큰 잘못을 했을까? 그들이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끼쳤을까? 이 영화에 나오는 남자 김씨는 그렇지 않다. 여자 김씨도 남의 삶을 도용하며 살아가기는 했지만 그렇게 살게 된 이유가 나름 크게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들은 서로를 신기해한다, 그리고 만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외계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신기해할까? 아니다. 난 여기서 이 영화가 사회적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대피를 도피라고 부르는 사회! 왜 우리는 이들을 외계인이라 무시하고 멀리하고 패배자 취급하고 무책임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일까..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성별적으로, 혹은 종교적으로 다양한 요소에 의해서 차별당하고 멸시당하는 이 사회에 모든 “외계인”들에게 우리는 그들이 숨는 것을 도피가 아닌 대피로 봐야 한다. 그리고 그 원인이 된 사회적 구조 어쩌면 우리를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도 언젠가는 “외계인”이 될 수도 있음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 영상미의 새로운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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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아마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품은 쓰레기가 아닐까? 난 사실 비위가 그렇게 강하지 못하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솔직히 조금은 힘들었다.. 무인도 갇힌 김씨 그리고 그 무인도에서 날 것을 잡으면서 쓰레기 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김씨 그리고 자기 집 방안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며 살아가는 여자 김씨.

 

그녀의 주변에는 마찬가지로 잡다한 쓰레기들이 존재한다. 솔직히 이 영화에서 “영상‘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 것 같은 다채로운 장면들 속에서 나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인가 의문을 품었다.

 

그러나 영상미에 대해서 쓰려고 고민을 하다 보니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 바로 이 영화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미”는 자연스러움이었던 것이다. 삼자가 보면 더러운 무언가,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연출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었을 때 무인도에서 갇히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더러워지는 몸과 환경 그리고 방 안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안에 살아가게 되는 또 자연스러운 상황들. 그들의 생활이 끊임없이 우리와 똑같은 일상적인 생활임을 강조하는 연출이지 않았을지 조심스럽게 예상을 하며 글을 마쳐보고자 한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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