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발레와 무용과 연극 그 사이의 경계, 유니버셜 발레단 심청

가정의 달에 이보다 완벽한 공연이 있을까
글 입력 2023.05.2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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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공연을 보게 되었을 때 사실 기대감 보단 반신반의한 마음이 강했다. 2022년에 굳이 '심청'을? 고전이면 어쩔 수 없이 클리셰적일 수밖에 없지만 심성이 지극히 착한 효녀, 심청의 이야기를 보기에 내가 너무 의식이 깨어버린 탓인지 불쾌함이 더 들었다.

 

하지만 한복을 입고 발레를 하는 심청이 제법 궁금해졌고, 오랜만에 발레 공연을 본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심청 포스터 수정.jpg

 

 

본 공연은 1막과 2막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총 120분으로 중간에 인터미션이 한번 있다. 먼저 시작하기 전, 오케스트라 피트에서는 오케스트라가 연습 중이었다. 아니, 연습이 아니라 공연 전 퍼포먼스일지도 모르겠다.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상당해서 놀랐다. 공연 전부터 웅장한 현악기 소리들에 놀랐다. 살짝 기대가 될 것 같았다.

 

곧 공연 시작 종이 울렸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처음 전개는 진부했다. 어린 심청이 등장했고, 굉장히 예스럽고 전통적인 세트들이 보였다. 하지만 점점 스케일이 커지고 화려해졌다. 음악과 몸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데, 감격스러웠다.

 

특히 눈먼 아버지를 봉양하기 위해 선원들을 따라 배에 오르는 심청과 선원들의 역동적인 군무가 나왔는데, 이 부분이 정말 멋있었다. 대부분 발레 공연에서는 남성 군무가 나오는 것이 드문데, 놀랍게도 이 공연에서는 그 틀을 깨버린 것이다. 표정, 각도, 박자 완벽한 3박자를 이룬 이 장면은 그야말로 환호성을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1막 마지막에 내 최애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 전환이 샤막으로 나왔었는데, 샤막을 활용성 있게 너무 잘 써서 놀랐다. 이 장면은 용궁의 장면이었는데, 용궁의 꽉 찬 모습을 샤막이 채워주는 듯했다. 형형색색의 세트와 복잡한 샤막 영상이 합쳐진 이 장면의 첫 등장이 놀라웠다.

 

경쾌한 스텝과 점프, 부드러운 팔 동작은 신비로우면서도 다채로운 바닷속 용궁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특히 의상과 몸짓들도 내가 상상했던, 그리고 알던 심청의 용궁이 아닌 새로운 판타지 세계 같은 느낌이었다.

 

 

2019심청(강미선)-Photo by Kyoungjin Kim ⓒUniversal Balllet 90.jpg

 

  

인터미션 때는 심청 줄거리가 헷갈려서 다시 찾아봤었다. 하지만 2막이 시작하고 공연이 흘러가는 대로 그 흐름을 쫓다 보니, 이해가 필요 없음을 깨달았다. 이 공연은 이해가 아닌, 감각하는 공연이었던 것이다.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커튼콜이다. 물론 내가 본 날이 막공이어서 더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은 커튼콜이었다.

 

고생한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무대까지 올라와 인사를 했고,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일어나 관객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끝나는 듯 커튼이 닫혔다가 관객들의 박수에 부응하여 다시 열리기를 세 번 정도 반복했던 것 같다.

 

'아무리 공연이 재미없어도, 커튼콜이 감동적이면 성공이다.'라는 말이 있다. 물론 이 공연의 경우 공연도 재밌었지만, 커튼콜이 이 공연의 감동을 배로 만드는 듯했다. 공연 소개를 보면 본 공연이 '에듀테인먼트'라는 말이 있어 잘 이해가 안 갔는데 공연을 보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가정의 달에 이보다 잘 맞는 공연이 있을까 싶다.

 

 

[신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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