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영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글 입력 2023.05.2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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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은 많은 사람에 의해 언제나 복잡하고 바쁘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하루는 아침부터 시작해서 일하고, 퇴근을 하면 저마다의 방식으로 남은 시간을 활용한다.

 

그런데 만약 하루가 일로 시작해서 일로 끝난다면, 모든 하루의 시작과 끝은 나의 상사와 함께하는 시간이라면 어떻겠는가? 이 영화는 뉴욕의 한 패션 잡지사에 입사한 주인공의 삶을 표현했다. 주인공은 이 회사에 입사한 이후 줄곧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

 

화려한 뉴욕을 꿈꾸는 자, 그 무게를 견뎌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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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패션업계 그 민낯



앞서 말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앤드리아'. 그녀의 꿈은 저널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무경력 신입을 뽑기엔 만만치 않은 이곳은 앤드리아의 취업을 더 어렵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유명 패션 잡지사인 ‘런웨이’의 면접.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 것도 모자라 은근히 깔보기만 하는 면접자로 인해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으나 결과는 합격이다. 그 후 앤드리아는 모두가 선망하는 최고의 패션 잡지사인 ‘런웨이’에서 근무하게 된다.


‘런웨이’가 최고의 패션 잡지사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건 편집장 미란다의 몫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녀는 이 업계 최고의 편집장으로 모두가 그녀를 두려워하고 선망한다. 회사에서 마주쳐도 눈도 못 쳐다보는 것은 기본, 엘리베이터도 함께 타는 것을 꺼린다. 그녀가 나타나면 모두가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그녀의 가방과 겉옷을 받고 지시사항을 기다린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란다는 매우 깐깐하고 일을 하는 데 있어 직업정신이 투철한 인물이다. 무엇이든지 완벽을 추구하며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직원들에게 조곤조곤 하지만 매섭게 지시사항을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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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리아의 면접을 본 사람 역시 미란다. 그녀는 처음부터 앤드리아가 마음에 든 것은 아니었지만, 모험을 해보자는 의미에서 앤드리아를 합격시킨다. 그리고 이때부터 앤드리아가 상상했던 그 이상의 업무가 쏟아진다. 

 

특이한 건 패션 잡지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하는 일은 패션에 관련된 중심적인 일이 아니다. 미란다의 식사를 사오는 것부터 시작해서 미란다 쌍둥이 자녀들의 숙제 대신해주기, 강아지 데려오기 등 여러 잡다한 업무를 담당한다. 심지어 기상악화로 인해 결항한 비행기를 다시 출항하게 하라는 터무니없는 지시까지 받는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명령도 완수하지 못했다면 한 소리 듣고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앤드리아는 점점 이 일에 지쳐가기 시작한다.

 

 

 

패션의 중심 파리, 본의 아닌 선택



자신의 꿈을 접고 패션 잡지사에서 일하며 온갖 잡일을 담당하는 앤드리아는 회의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날이 지날수록 미란다가 시키는 여러 말도 안 되는 업무들에 점점 익숙해져 간다. 이내 그 일들을 완벽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고 미란다를 향해 여유롭게 미소지어 보이는 것은 덤. 미란다의 눈에 서서히 그런 앤드리아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앤드리아가 일에 익숙해져 갈 때쯤 그녀의 많은 것들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항상 미란다의 업무 요구를 기다리느라 소홀해져 버린 남자친구와 친구들의 관계, 본인의 개인적인 생활 모든 것을 점차 잃어버린다. 

 

그녀가 잃어버린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계획되고 있었던 파리의 패션쇼는 앤드리아의 선배 에밀리가 아닌 그녀가 미란다의 어시스턴트로 지목된다. 힘든 순간에도 파리에 가는 순간만을 꿈꾸며 견뎠던 에밀리는 앤드리아에게 분노의 감정을 느낀다. 결국, 앤드리아는 자신의 생활, 선배, 친구 등 모두를 뒤로하고 파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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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에밀리는 앤드리아에게 그리 좋은 선배는 아니었다. 패션에 문외한인 앤드리아를 무시하는 태도로 대했을뿐더러 업무를 알려줄 때도 언제나 그녀를 깔보며 비웃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밀리 역시 그 회사에서 미란다에게 인정받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었고 파리에서 미란다 옆자리는 오랫동안 에밀리로 정해진 것이었다. 에밀리는 이것 하나만을 바라보며 힘든 순간을 버텼고, 모두가 퇴근하고 없을 때도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라는 말을 수도 없이 되뇌는 등 끝없는 자기암시를 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다. 파리에 가기 위해 독하게 자기관리를 하며 식단을 조절하는 그녀의 모습도 보였다. 


분명한 건, 에밀리를 마냥 나쁜 인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녀가 이 일에 바친 열정이 너무 또렷하다는 것이다. 앤드리아가 파리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분에 겨워 빵을 입에 가득 넣고 우적우적 씹는 에밀리의 모습은 그동안 참았던 식욕을 마음껏 표출하며 파리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식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유발한다. 이 장면에서만큼은 에밀리의 지난 태도를 거론하며 그녀의 꿈을 별 것 아닌 것으로 대할 수 없다.

 

 

 

누구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순 없다.



파리의 패션쇼를 성공적으로 마친 미란다와 앤드리아. 그날 밤 앤드리아는 미란다의 지시사항을 받기 위해 그녀의 방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앤드리아가 마주한 건 화려한 미란다의 모습이 아니었다. 화장을 다 지운 맨 얼굴, 수수한 옷차림, 왠지 모르게 힘없는 말투와 표정. 신문사에 어떤 글이 써질지 걱정하는 그녀는 사실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였다. 

 

일 때문에 여러 번 재혼했던 가정을 이번에도 지키지 못해 이혼기사를 축소해 내보낼 것을 권고하는 그녀의 모습은 어린 딸들이 상처받을까 봐 걱정하는 여느 엄마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항상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자신의 분야에서 우위를 점한 미란다의 모습만 봐오던 앤드리아는 왠지 모를 측은함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하지만 앤드리아가 안타까움을 느낀 대상은 미란다뿐만이 아니다. 미란다는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자 하는 사람에게서 본인을 지키고자, 자신의 오랜 동료를 버리고 그녀의 숙적이었던 다른 이를 곁에 두는 선택을 한다. 오랫동안 그 자리만을 바라본 동료에게는 무엇이 남은 걸까. 언젠가는 보상받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과 더불어 그날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씁쓸함이 남았을 뿐이다.

 

 

 

멀어질수록 선명해지는 꿈



모든 것이 끝나고 행사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미란다와 앤드리아는 대화를 나눈다. 앤드리아는 미란다가 동료에게 한 짓을 거론하며 자신과 선을 긋지만, 미란다는 조용한 목소리로 작게 속삭이며 답한다.

 

“너도 했잖아, 에밀리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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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와 다르다며 선을 그어왔지만, 그토록 파리에 가고 싶어 한 에밀리의 마음을 잘 알면서도, 본인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쉽사리 포기할 수 없었던 앤드리아의 지난 행동들이 스쳐 가기 시작한다. 

 

자신이 점점 미란다와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충격을 받은 그녀는 차에서 내린 후 미란다와 반대 방향으로 걸어 나간다. 미란다가 찾는 전화가 울리지만 휴대전화를 분수에 던져버리며 완전히 해방된 마음을 가진 채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간다.


그 후 앤드리아의 삶은 이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화려한 화장과 옷 대신 수수한 옷차림을 하고 진정으로 원했던 기자가 되기 위해 면접을 본다. 그곳에서 그녀는 놀라운 소식을 듣는다. 미란다가 친필로 팩스를 보내왔고 그 내용은 앤드리아가 합격하는데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 


모두에게나 성공하고 싶은 욕망과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욕구는 마음 한편에 다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성공의 방향성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삶이 존재하기에 여러 종류의 성공도 존재한다. 단적인 형태로 성공을 본다면 자신의 커리어를 쌓고 사회적인 측면에서 위대한 공을 쌓는 것이 성공일 수 있겠지만, 본인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성공의 한 종류이다. 


미란다는 일과 관련된 면에서는 엄청난 성공을 이루었지만,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은 지켜내지 못했다. 앤드리아는 미란다가 추구하는 삶과 자신이 바라는 삶은 명확히 다름을 인지하고 다시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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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앤드리아와 미란다가 우연히 재회하는 장면이다. 앤드리아는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으나, 미란다는 인사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차에 탄 미란다는 작 중 처음으로 진심이 담긴 미소를 보인다. 


모두의 꿈이 같을 수 없고 모두가 원하는 것을 전부 얻고 살 수는 없지만, 남들의 시선에 따라, 누군가가 선망하는 일이 내 일이 된다고 해서 진정으로 행복해지진 않는다.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당신은 진심으로 본인이 원하는 것을 찾고 소중히 여기는 것들에 우선순위를 두어 현명한 선택을 해나가길 바란다. 나 역시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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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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