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나만 갈 수 있는 길을 나의 방식대로 - 싱어송라이터 신현빈

글 입력 2023.05.1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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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다른 사람보다 일찍 찾았다고 해서 그 길이 평탄하게 쭉 이어지지만은 않는다. 길 위에 선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고민할 수밖에 없고, 언제나 예상치 못한 갈림길을 만나곤 한다. 신현빈 역시 그렇다. 기타 전공으로 또래보다 일찍 대학에 들어가 기타만 쭉 칠 줄 알았던 그는 <슈퍼밴드>에 출연하며 전환점을 맞고, 싱어송라이터의 꿈도 꾸게 되었다. 지금도 기타와 함께하고 있는 건 변함이 없지만, 기타를 시작할 당시에 상상했던 것과는 좀 다른 모습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지난 10일,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는 신현빈을 만났다. 기타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작년 7월에 처음으로 진행했던 솔로 공연 이야기를 비롯해 기타와 함께한 지난 시간을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고, 밴드를 결성하고, 또 팬데믹을 지나며 바쁜 4년을 보낸 그의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다채로울 미래다. 그는 자신만이 갈 수 있는 길을 자신의 방식대로 걸어볼 채비를 하고 있다. 시작과 끝을 지나 다시 시작을 앞둔 신현빈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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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잡으러 가는 아이’라는 곡을 쓴 직후에
갑자기 이제 공연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곡은 사람들 앞에 보여도 부끄럽지 않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2022년 밴디지로서의 활동이 종료된 후 지금은 솔로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신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은 기타 세션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장기하 형의 콘서트에 함께했습니다. 싱어송라이터로 서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제 노래도 조금씩 만들고 공연도 해보는 중이에요.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다가 싱어송라이터로 곡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요?


밴디지 활동을 하며 밴드 일원으로서 자연스레 저도 곡을 쓰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보컬 형에게 맞춰서 썼는데,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가사에 제 이야기가 담기더라고요. 작년 7월에는 그렇게 써온 곡을 더 많은 사람 앞에서 꺼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첫 번째 솔로 공연 ‘판’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솔로 공연이라니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원래 공연 생각은 없었는데 ‘고래를 잡으러 가는 아이’라는 곡을 쓴 직후에 갑자기 이제 공연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곡은 사람들 앞에 보여도 부끄럽지 않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공연을 하게 되니까 앞이 깜깜했어요. 많아 봤자 20~30명 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분이 예매를 해주신 거예요. (웃음) 기분이 좋으면서도 무서웠어요. 부담이 엄청났죠. 예전에 이벤트성으로 한두 번 제 노래를 부른 적은 있었지만 저 혼자 공연 시간 1시간 반을 채우는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일을 벌여 놓으니 어떻게든 하게 되긴 하더라고요. 


솔로 공연이 처음인 데다가 예상보다 훨씬 많은 관객분이 오셔서 저 혼자서는 대처하기 역부족인 부분이 많았는데 주변 분들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분들이 안 계셨으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공연을 했을 거예요. (웃음) 

 

 

‘고래를 잡으러 가는 아이’라는 곡이 여러모로 터닝 포인트가 된 셈이네요. 


맞아요. 그 전에는 곡을 쓰며 저도 모르게 대중을 많이 의식했어요. 정작 저 자신은 인기차트에 있는 곡을 즐겨 듣지 않으면서, 살아남으려면 왠지 대중적인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죠.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데 저 혼자서요. ‘고래를 잡으러 가는 아이’는 그런 걸 생각하지 않고 그냥 쓴 건데 완성하고 나니 이상하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음원사이트에는 올라와 있지 않지만 공연에서는 현빈 님의 자작곡을 들어볼 수 있어요. 자작곡 중 신현빈이라는 뮤지션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은 어떤 곡일까요? 역시 ‘고래를 잡으러 가는 아이’일까요?


네 맞아요. ‘고래를 잡으러 가는 아이’는 제게 용기를 심어주는 곡이면서 지금의 저를 가장 잘 표현하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작업 방식도 예전과는 좀 달랐어요. 가사나 멜로디를 쓰는 게 아니라 짧은 소설을 쓰고 그걸 토대로 곡을 만들어봤거든요. 소설은 한 아이가 호기심과 야망을 품고 어른이 되어야만 갈 수 있는 밤바다로 혼자 고래를 보러 가는 내용이었어요. 공연장에서 기타를 치는 순간 그 아이가 저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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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에 있었던 신현빈의 두 번째 단독공연 포스터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 분야에서 1등을 할 자신은 없어요.

그냥 신현빈으로 살아오며 느꼈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게 가장 좋겠다 싶어요.”

 


<슈퍼밴드> 출연부터 밴디지 결성과 팬데믹, 그리고 밴드 활동 종료까지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큰 변화를 겪었던 것 같아요. 지금 시점에서 지난 4년을 돌아보면 어떤 소감이 드는지 궁금합니다. 


정말 밀도 높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웃음) 특히 <슈퍼밴드>에 출연하며 엄청난 변화가 있었죠. 그 전에 저는 연주자로서의 삶만 생각했지 프론트맨이 되어 앞에 나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는데, <슈퍼밴드>를 통해 처음으로 연주자로 조명받는 경험을 한 거예요. 기타만 치는데도 사람들이 보러 와 주시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관객을 대면하며 제가 혼자서만 음악을 하는 게 아님을 깨닫기도 했어요. 저 자신을 바깥으로 꺼내는 시간이었습니다. 

 

 

<슈퍼밴드> 출연 후에는 밴디지로 밴드 활동을 하셨는데요, 밴드로 활동할 때와 솔로로 활동할 때의 느낌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를 것 같아요. 각각의 장단점을 듣고 싶습니다. 


밴드는 멤버들이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게 정말 큰 장점이에요. 공연장에 올라갈 때도, 작업을 할 때도 서로가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격려해줘요. 또 여러 사람의 서로 다른 아이디어가 만나다 보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정말 그 밴드만의 새로운 음악이 탄생해요. 그게 밴드의 매력입니다. 


솔로의 장점은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다 해볼 수 있다는 거죠. 바꿔 말하면 믿을 구석이 저밖에 없다는 것이기도 한데, 그건 힘들어요. 외줄을 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작업하는 동안에는 혼자일 때가 많으니까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서 가끔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을 때도 있고 외롭기도 하죠. 

 


현빈 님은 그렇게 막막할 때 어떤 마음을 가지나요? 그래도 내가 틀린 길을 가고 있는 건 아니라는 믿음을 어떻게 얻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새롭게 만드는 음악도 어쨌든 제가 과거에 들어왔던 음악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창작을 한다는 게 어떤 의미로는 제가 들어온 멋진 분들의 음악을 빌려 쓰는 거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제가 들어왔던 소리와 제 안에 차오른 감정을 저만의 것으로 소화해내는 과정이죠. 세상에 아예 0에서부터 시작하는 완전히 새로운 게 존재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작업할 때면 많은 레퍼런스를 찾아봐요. 제가 쓰는 스타일과 비슷한 음악도 찾아 듣고 라이브 영상도 보다 보면 이렇게 해도 되겠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또 제가 올해부터 기하 형(장기하)과 같이 활동을 하는데 옆에서 정말 많이 배우고 용기를 얻어요. 앞서 말씀드렸듯 곡을 쓰며 알게 모르게 계속 대중적인 부분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힘들었는데, 기하 형과 함께 공연을 하다 보면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런 강박관념이 생각보다 크게 자리하고 있었나 봐요. 


맞아요. 하지만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걸 그냥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 분야에서 1등을 할 자신은 없어요. 그냥 신현빈으로 살아오며 느꼈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게 가장 좋겠다 싶어요.


음원을 낼 준비를 하는 중인데, 원래는 ‘헤어지기 전까진 재밌는 법이지’라는 곡을 내려 했어요. 제 곡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귀에 잘 들어온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생각할수록 그 곡은 제 개성이 살아 있다기보다 누구를 흉내 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고래를 찾으러 가는 아이’를 내기로 바꿨죠. 


원래 ‘고래를 찾으러 가는 아이’는 30대쯤은 되어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웃음) 그런 미래가 아니라 당장 지금부터, 남들이 다 하는 경기 말고 나 혼자만의 경기를 만들어서 남 눈치 안 보고 해야겠다 싶어요. 물론 그 안에서 혼자만의 세상에 빠지지 않으려면 설득력이 있어야겠지만요. 

 


여덟 살 때부터 기타를 쳤다고 알고 있어요. 일찍부터 음악의 길을 걷기 시작하셨는데요, 현빈 님이 처음 기타를 시작한 순간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아버지가 엄청난 음악 애호가라 집에 음반이 수천 장 있었고,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 블루스, 가요 등 다양한 음악을 들어 왔어요. 그게 자연스럽게 제 음악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첫 기타도 여덟 살 때 아버지가 사주신 어린이용 클래식 기타였죠. 그때부터 간간이 취미로 치다가 생일 선물로 일렉 기타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재미를 붙였어요. 좋아하는 곡을 카피하면서 열심히 쳤죠. 


그 기타를 들고 아버지 권유로 나간 학교 장기자랑에서 엄청난 반응을 얻었어요.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연주를 해본 건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줘서 제 성격까지 바뀔 정도였어요. 당시 학교에 직장인 밴드를 하시던 한 선생님의 권유로 밴드까지 결성해 학교에서 연습을 계속했죠. 기타를 치면 아이들이 좋아해 주는 게 좋았고 재밌었어요. 

 

 

그렇게 치다가 기타를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결심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기타를 열심히 치다가 근처에 예술중학교 시험을 봐서 합격해 실용음악과에 다니게 되었어요. 그런데 당시 학교는 클래식, 무용, 미술 쪽에 집중하는 분위기라 실용음악과는 생각보다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부모님과 의논 끝에 학교를 자퇴하고 기타에만 매달렸죠. 밤낮없이 기타를 치며 전국에 있는 대회에 나갔어요. 그러다 열일곱 살 때 기타로 대학을 가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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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들으며 삶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웠어요.

제게 음악은 돌아갈 수 있는 따뜻한 집 같은 존재예요.

저를 다 감싸 안아주는 것 같아요.”

 


여러 악기 중에서도 기타라는 악기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기타의 매력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기타는 저를 표현해내는 수단이에요. 입보다 더 입 같은 존재, 옷보다 더 옷 같은 존재죠. 저 자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타는 음을 올리거나 내리는 게 자유롭고 이펙터가 있으면 다양한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에요. 연주하다 보면 사람 목소리와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그런 기타의 매력을 살리려면 어떻게 연주해야 할지 요즘도 고민을 많이 합니다. 

 

 

다른 인터뷰에서 ‘음악은 내게 길을 알려주는 교과서’라고 언급하신 적이 있는데 실제로 음악이 교과서 같다고 느낀 적이 있을까요?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예전에도 지금도 항상 그렇게 느껴요. 특히 중학교를 자퇴했을 무렵 음악에 기대고 음악으로부터 배우는 시간이 많았죠.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음악과 저밖에 없었어요. 음악을 들으며 삶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웠죠. 제게 음악은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따뜻한 집 같은 존재예요. 저를 다 감싸 안아주는 것 같아요. 음악이 있다면 다른 건 필요 없다 생각할 때가 있어요.

 

 

특별히 그렇게 마음에 안식이 되어주는 음악이 있나요?

 

데이브 브루벡, 프레드 허쉬 같은 피아니스트의 솔로 피아노 앨범을 듣는데, 그러다 보면 삶에 대한 욕심이 없어지고 겸손해져요. 아무런 설명 없이 음악 자체만으로 정말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음악이 길을 제시해주는 느낌도 들고, 불안함이나 외로움도 해소가 돼요.

 

 

뮤지션으로서의 롤모델이 있나요? 구체적인 사람이 아니더라도 현빈 님이 꿈꾸는 뮤지션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에릭 클랩튼이나 존 메이어 같이 어릴 때부터 들어 온 전설적인 아티스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는 꿈이 있어요. 요즘의 롤모델은 장기하 형이에요. 하고 싶은 대로 살면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재밌게 표현하고 그걸 또 공연으로 연결하는 게 멋있어요. 닮고 싶은 점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말씀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예정된 공연이나 앨범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6월 말에 제 이름으로 된 첫 번째 싱글앨범이 나와요. 지금의 제가 이 세상에서 느꼈던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하는 곡이 담길 건데, 그 아름다움을 음악을 들으시는 분도 느끼면 좋겠어요. 가장 가까운 공연은 5월 21일 상왕십리 캐피탈리스트에서 합니다. 이후로도 음원이 나오면 꾸준히 공연을 할 예정이니 아티스트 신현빈에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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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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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멋있다 현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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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니
    • 고찾아 음원이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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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얘기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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