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음과 머리가 따로 놀 때에는 [문화 전반]

누군가가 정답을 알려줬으면 하는 복잡한 문제앞에 있다면, 오래된 고전의 말을 따르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글 입력 2023.05.1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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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머리가 따로 놀 때면, 몇 년전에 배웠던 동양고전 철학의 말을 떠올린다.

 

고전은 짧은 인생을 살면서 5000년 인류 문화의 경험과 지혜를 간접적으로 체득하는 통로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이 길어야 100년을 넘지 못하지만 고전과 호흡을 같이 하는 삶과 고전과 동떨어진 삶은 그 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정답을 알려줬으면 하는 복잡한 문제 앞에 놓여있다면, 오래된 고전의 말을 따르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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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잘 이롭게 하여 다투지 않으며 ….. (생략) 오직 다투지 않는지라 허물이 없다 (상선약수)

 


<도덕경>의 최고의 선이 물과 같다는 구절은 최선의 선은 물의 행동 방식을 따르는 것이라는 뜻이다. 물은 만물을 잘 이롭게 하여 다투지 않으며 뭇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물의 행동 방식, 즉 물이 움직이는 방식은 차별이 없다.

 

물의 성질은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며, 만물은 물을 필요로 한다. 최고의 선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좋아하는 것을 가지려 하고 싫어하는 것을 배척하는 탐진과 거리가 멀다.

 

물의 가장 아래인 지저분한 웅덩이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가리지 않아야 한다. 좋아하는 것을 가지려고 하고 싫어하는 것을 배척하려고 하는 행동과 차별은 물의 행동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최고의 선이 될 수 없다.

 

최고의 선은 단순한 대상을 보는 것이 아니다. ‘道’를 우리는 명사처럼 쓰이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그 대상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道’는 마치 부사와 같이 표상, 모범에 사로잡히지 않는 비어있는 행위, 행동 방식이며 마음을 쓰는 방식이다. 모범에 사로잡히지 않는다는 것은 “반드시 –한다, 안 한다”라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또한 이러한 행동 방식이 마치 물과 같다는 것이다. 물의 성질은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며 만물을 물을 필요로 한다.

 

또한 최고의 선은 의도적으로 하려고 하면 안 되며 물처럼 부드럽게 흐르는 것이다. 인위적이거나 의도적 이지 않은 것이므로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나타나야 한다.

 

 

 

육조단경


 

 

순간순간 생각할 때에 모든 법 위에 머무름이 없나니, 만약 한 생각이라도 머무르면 생각마다에 머무는 것이므로 얽매임이라고 부르며 모든 법 위에 순간순간 생각이 머무르지 아니하면 곧 얽매임이 없는 것이다.

 

(無念糸色 念念時中 於一切法上無住. 一念若住 念念卽住名繫縛 . 於一切法上念念不住 卽無縛也)

 

 

<육조단경>의 위 구절은 혜능의 “생각에서 벗어나 얽매이며 머무르지 않는다”라는 가르침을 드러내고 있다. 사람의 생각은 원래 물처럼 흐르는데, 흐르지 못하고 머무르는 이유는 감정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관성” 즉 과거의 경험인 트라우마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미워함’이라는 감정 자체가 고통이지만, 감정은 밀어내려 할수록 더 머무르게 된다. 그러므로 이를 그저 받아 들여야 한다. 감정이 있는 기억이 고정불변 되는 것은 아니며, 한번 기억되는 것이 영원한 것은 아니다.

 

혜능은 과거에 대한 기억, 미래에 대한 생각에 머무르지 않아야 함을 강조한다. 과거에 좋았던 것이 현재에 좋지 않을 때도 있고, 마찬가지로 미래에 좋을 것 같았지만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를 재단하고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과거와 미래에 대한 걱정과 기대감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

 

아무 생각이 없다면, 고통에 머무르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집착적인 욕망을 버릴 때 마음이나 생각에 머무르지 않게 된다. 인간의 감정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이를 받아들인다면, 자연스럽게 생각에 얽매이지 않고 사라지게 된다. 생기면 생기는대로, 사라지면 사라지는 대로, 흐르는 물처럼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이다.

 

감정은 명확한 경계가 없기 때문에 언제 사라졌는지 알 수 없다. 반면 차단하려고 할수록 더 증폭되는 것이 감정이다. 사람의 생각은 원래 물처럼 흐르는 것이지만, 사람의 생각이 머무르는 이유는 사람의 감정 때문이다.

 

혜능은 “머무르지 않는다,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은 어렵지만 한 생각에 얽매이지 않고 “상선약수”와 같이 물처럼 흐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가르침을 준다.

 


[박현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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