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클래식은 지루하지 않다,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

글 입력 2023.05.14 16:0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사본 -20230425_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_평면(대).jpg

 

 

예전 학사에서 음악 관련 교양 2개를 수강하게 되어 클래식에 대해 많은 지식을 쌓았고, 또 자주 듣게 되었다. 집중이 되지 않을 때 듣는 클래식은 다른 음악보다 집중이 잘 되는 것 같았기에 공부할 때 자주 들었고, 자주 듣는 클래식에 대해 공부해보면 좋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교수님께서 클래식 음악을 듣고 어떤 작곡가의 곡인지, 혹은 어떤 장르인지 맞추는 문제를 시험에서 낸다고 하셨기에 시험공부를 할 때 강의에서 배운 클래식 음악을 여러 번 들었었다. 클래식 음악을 귀로 외우는 것이 곧 제대로 듣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씩 음식점, 카페 등에서 조금이라도 아는 곡들이 나오면 반갑게 느껴졌다.


많은 클래식 음악을 듣게 되니 내 취향에 맞는 클래식 음악도 생겼다. 그렇기에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오피니언을 쓰고 싶었지만, 그동안 한 번도 클래식과 관련된 오피니언을 쓰지 못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긴 하는데,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음악에 대한 오피니언은 쓰기 힘들지만, 그중에서도 가사가 없는 음악은 더 작성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가사가 있다면 그 음악이 어떤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지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가사를 통해 알 수 있고, 음악에 대한 나의 생각이 이 노래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방향이 같은 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가사가 없는 음악은 음악의 리듬, 음정 등을 통해 음악의 방향을 잡아야 하고,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 이 노래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와 반대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글을 작성하기 망설여졌다.


이번에 읽게 된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오피니언을 어떻게 작성하면 될지에 대한 답을 제시해주는 것 같았다. 작곡가가 음악을 작곡한 배경을 알게 되면 이 노래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고, 리듬과 음정에 대한 전문적인 용어가 들어가지 않아도, 음악이 전하는 메시지와 내 경험과 관련짓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음악에 대해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다채롭게 즐기는 클래식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에서 전반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사실은 같은 곡이라도 그 곡을 연주하는 연주자와 지휘자마다 곡을 해석하는 방법과 곡에 들어가는 감정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나는 같은 작곡가가 작곡한 곡을 같은 종류의 악기들로 연주한  음악이라면 다른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더라도 당연히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같은 안무라도 댄서마다 자신의 개성에 맞게 추는 디테일이 달라지고,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화가마다 사물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클래식 음악도 마찬가지로 연주하는 사람들의 특성에 맞게 음악에 대한 표현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여 책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곡마다 연주자들의 표현을 집중하여 듣다 보니 같은 음악을 반복하여 듣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오히려 다채롭게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생생하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작곡가가 음악을 작곡하면서 담은 감정과 작곡하면서의 심리 상태가 지휘자, 혹은 연주자의 감정과 일치할 때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시로,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한 베토벤 <운명> 교향곡이 있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베토벤은 자신의 청각 이상으로 인해 그를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그의 절망감과 상심을 곡에 표현하였다. 푸르트벵글러 지휘로 베를린 필하모닉이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3년에 남긴 실황 연주는 이러한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베토벤의 감정을 떠올리면서 연주, 지휘를 한 것이 아닌 본인들이 현재 겪고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나치 정권에 대한 푸르트벵글러의 냉소적인 태도와 반대로, 베를린 필하모닉의 자리를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푸르트벵글러는 다른 음악가들에게 나치 부역자로 낙인찍히고 맹비난을 받고 있었다. 또한, 1943년 6월은 베를린을 포함한 연함군의 공습으로 어디로 폭탄이 떨어질 줄 모르는 긴박한 시기였다. 푸르트벵글러와 베를린 필하모닉 연주단은 당시의 불안하면서도 절망적인 분위기를 담아 <운명> 교향곡이라 불리고 있는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연주한 것이다.


푸르트벵글러와 연주자들에게는 고통의 시간, 모두가 불안에 떨고 있는 연주였지만, 모순적으로 나는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한 음악을 들으면서 곡의 감정을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음질이 좋지 않기에 들리는 지직거리는 소리가 오히려 감상을 방해한다는 느낌보다는 곡의 불안적한 감정을 전해주는 것도 같았다.


 

 

클래식 애호가가 들려주는 클래식 이야기


 

music-7973017_960_720.jpg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을 한 마디로 정의해본다면 ‘클래식 애호가가 들려주는 클래식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집필한 최지환 음악 평론가가 클래식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한 모습이 구석구석 드러나기에 독자인 나도 왠지 모르게 즐거운 상태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클래식을 작곡가의 배경, 음악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음악에 대한 자신의 경험도 들려주기에 이러한 이야기가 클래식에 대한 친근감을 느끼게 해준다.


따라서 클래식은 딱딱하다, 들으면 졸리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혹은 클래식 감상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방향을 잡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클래식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을 추천한다.

 

 

 

아트인사이트 태그 송유빈.jpg

 

 

[송유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