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귀로 자연스레 들어오는 클래식 -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

클래식의 매력에 빠져 보자
글 입력 2023.05.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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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클래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까. 내 주변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따분하고, 지루한 음악이었다. 누구는 재미없다고 답했고, 잘 접하지 않게 된다고 답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부정적인 의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분이 안 좋을 때 들으면 마음이 안정된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고, 좋아하는 작곡가나 피아니스트 음악회가 열렸을 때 표만 구하면 무조건 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반응이 부정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 반응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전에 클래식으로 소재로 하여, 라디오작가 활동을 잠시 했던 입장에서 말이다. 내가 그때 만난 클래식은 대체로 황홀했고, 작곡가들의 이야기는 재미있었고, 음악 자체는 나를 즐겁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현재 음원 사이트 상위권을 다투는 노래들보다 잔잔하고 차분하여 ‘클래식은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클래식에도 조금은 시끄럽고, 흥겹고, 강렬하고, 힘찬 노래들이 많다. 클래식은 즐기기 아주 좋은 음악이라고 말하고 싶은 한편 라디오작가 활동이 끝난 후 클래식과 멀어졌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주변 사람들에게 클래식을 이따금 추천하는 한편 나도 음악 방송에 나오는 노래들을 듣는다고 클래식으로부터 손을 뗀 것이다.
 
그러다 보니 클래식에 대해 알았던 적은 지식마저도 잊혔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 슈베르트의 곡이 숭어인지, 송어인지도 헷갈려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내게 다가온 것이 이 책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클래식에 대해 나 또한 잘 알게 되는 것을 시작으로, 클래식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클래식의 매력을, 클래식에 일단 빠지기만 하면 왜 그것에 대해 좋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지를 알려 주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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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하면 사람들이 많이 떠올리는 작곡가는 베토벤, 모차르트, 바흐, 슈베르트 등일 것이다. 넷 중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베토벤을 고를 것인데, 그의 곡 중 비창 2악장이라는 곡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이다.
 


 
 
비창 2악장에 애정이 있는 것은 나의 마음일 뿐이고, 책에서는 베토벤 5번 교향곡 <운명>, 베토벤 3중 협주곡,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등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베토벤 <운명> 교향곡이 들어온 것은 일제 강점기 때입니다. <운명> 교향곡은 당시 지식인들이 혹독한 시절을 보내며 이 시련을 극복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해주었지요. 일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에 패망하여 그 충격으로 우울했던 국민들의 마음에 <운명>이라는 부제를 가진 베토벤 교향곡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매력적인 마케팅 요소인 <운명>이라는 부제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베토벤 소나타 14번은 왜 ‘달빛’에 갇혔을까?

이 소나타 전집은 저에게 여러 가지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는데, 그중 가장 놀라운 것은 소나타 14번 <월광>이었습니다. 소나타 14번에 붙은 ‘월광’이라는 부제는 베토벤이 직접 붙인 것은 아닙니다. 이 제목은 독일의 시인이자 음악 평론가인 렐스타브가 베토벤이 죽은 뒤인 1832년, 1악장에 대해 “달빛이 비치는 루체른호수 위에 떠 있는 조각배 같다.”라고 평하며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곡의 제목이 아무리 <월광>이라 불려지더라도, 연주가들은 베토벤이 언급하지 않은 ‘달빛’이나 ‘일렁이는 호수 위의 조각배’라는 단어에는 일말의 관심도 갖지 않습니다. 오직 베토벤이 꼭 앞에 직접 적어놓은 ‘quasi una fantasia’(환상곡 풍으로)라는 글귀에 집중해 연주하게 마련입니다.
 
저 역시 곡의 확장성을 차단시키는 <월광>이라는 제목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었으며 수많은 연주들을 들어보았어도 진짜 달빛이 느껴지는 연주는 없었습니다. 물론 오래된 음반들 중에는 1962년 녹음된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처럼 달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연주가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 연주도 달빛이 연상되기보다는 밝은 달이 떠 있는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나그네의 서사를 들려주는 달달하면서 듣기 좋은 연주라 하겠습니다.
 
 
베토벤의 음악에 대해 공부하고자 하면 꼭 듣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 우리가 부르는 그의 곡명은 대개 그가 직접 짓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제목에 걸맞는 장면을 상상하며 음악을 감상하지만, 사실 그것은 허상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겠다. 이를 밈으로는 ‘원효대사 해골물’이라고 하던가. 나는 그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제목과 같은 장면을 상상하지 않으려 하곤 한다. 그저 내가 느끼는 대로 감상한다.
 
이 책에서는 베토벤의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하거나 그를 중심으로 피아노에 대한 설명들을 해 주고 있다. 베토벤이라는 사람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은데, 그런 소소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 책은 아니라는 점이 조금은 아쉬웠다. 그래서 내가 아는 이야기를 하나 소개해볼까 한다.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은 사실 나폴레옹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나폴레옹이 한창 국민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을 당시, 베토벤 또한 그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그를 헌정하는 의미로 베토벤은 '베토벤 교향곡 3번'을 작곡했다. 그러나 자유주의와 평등 등을 위해 싸우는 영웅인 줄 알았던 그는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베토벤은 그것을 보며 실망하였고,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이라는 표제를 지워 버리고, ‘영웅 교향곡’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외에도 하이든과의 이야기나 엘리제를 위하여 속 숨은 이야기, 그가 청각장애를 가지게 된 이후로 더 많은 좋은 곡들이 쓰였다는 것 등을 알면서 그의 음악을 감상하면 더 친근하게 베토벤이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나면 그의 음악에서 나아가 베토벤이라는 사람 자체에도 관심을 가져 보았으면 한다.

베토벤의 이야기를 했다면 모차르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곡가 투 톱이 아닌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차르트의 음악은 <터키 행진곡>이다.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터키 행진곡>을 다루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이 노래는 좋아한다기보다는 공포스러운 곡으로 기억되어 있다. 나는 유치원 때 이 곡을 처음 접했다. 그때 우리 집에는 전자피아노가 있었고, 이 곡은 그곳에서 자동 연주가 가능했다. 안 그래도 빠른 이 곡을 나는 더 빠르게 해서 듣곤 했는데, 꼭 누가 뒤에서 쫓아오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럼에도 그 두려움에서 오는 짜릿함이 있었는지 이 곡을 아주 많이 들은 기억이 있다. 어떻게 보면 애증이 담긴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은 모차르트가 열아홉 살에 작곡한 곡입니다. 무터의 연주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모차르트 역시 신동으로 불리던 어린 시절을 지나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면서 언젠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자신의 동심을 이 곡에 심어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요. … 삶이 팍팍하다고 느껴질 떄는 열다섯 살 무터의 모차르트 연주를 들으며 어린 시절의 4차원 세계로 달려가 봅시다. 어쩌면 현실을 사느라 잊혀졌던 어릴 적 보물상자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지금 우리가 보기에는 간결한 모차르트 음악이 바로크음악보다 쉽게 만들어졌을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게 보이는 건 우리가 시대를 역순으로 바라보기 때문이죠. 바로크음악이 먼저 있었고 이후 고전음악이 나왔습니다. 따라서 고전음악은 바로크음악에서 무엇인가를 덜어내면서도 조화로운 소리와 세련된 흐름이 되도록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고전 시대의 다른 음악과들과 달리 모차르트는 이 모든 것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한번에 정리되어 악보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모차르트를 최고의 천재라 부른 데는 이런 이유도 있지요.
 

모차르트의 곡은 피아노 협주곡만이 아니라 교향곡, 세레나데, 바이올린 협주곡, 변주곡 등 그 수가 어마무시하다는 것쯤은 많은 이들이 알 것이다. 모차르트의 이러한 활동만큼이나 재능은 대단했고, 이 재능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양성했다. 가령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도 나왔던 ‘세계 최초 불법 복제 사건’ 같은 것 말이다.
 
이 사건을 짧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1638년 교황청의 작곡가 그레고리오 알레그리는 ‘미제레레’라는 곡을 작곡했다. 이 곡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시스티나 성당이나 고난 주간에만 부르게 하고, 악보를 외부에 유출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모차르트는 고난 주간 동안 시스티나 성당에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들은 미제레레를 그대로 외워 악보에 적게 된다. 그렇게 모차르트로 인해 132년 동안 봉인되어 있었던 미제레레가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또, 모차르트 이야기를 하자면 살리에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살리에르가 들었던 오해나 둘 사이의 이야기가 꽤나 흥미로우니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외에도 이 책에는 슈베르트, 드보르작, 멘델스존, 하이든 등 우리에게 익숙한 작곡가들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다. 정확히는 그 곡들을 연주한 어느 연주가들의 이야기를 더 빼곡하게 늘어놓고 있긴 하다. 그 때문에 좋은 연주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한편, 작곡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알기란 어렵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은 작가가 클래식에 대해, 연주가들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클래식에 대해 아주 빠삭한 친구와 공연을 보러 왔고, 그 친구를 통해 클래식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사람이 된 듯한 우쭐함이 드는,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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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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