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클래식은 멈춰있는 음악이 아니니까요 - 앙상블블랭크 작곡가는 살아있다

글 입력 2023.05.10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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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 클래식은 말 그대로 '고전 음악'이다. 아는 작곡가 쇼팽, 라흐마니노프,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모두 음악 책에서나 존재할 뿐 이 세상에 없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내게 클래식은 '과거의 음악'에 가깝겠다. 과거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전달되는 음악.


그런데 작곡가가 살아있다니.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지점에 생각이 닿으니 클래식의 정의가 궁금해졌다.

 

클래식 : 서양의 전통적 작곡 기법이나 연주법에 의한 음악. 흔히 대중음악에 상대되는 말로 쓴다.(출처 표준국어대사전)


전통적 작곡 기법과 연주법에 의한 음악이라면, 현대에도 클래식 음악은 작곡되고 있겠구나. 살아있는 작곡가들이 만드는 클래식이 궁금해졌고, 앙상블블랭크의 <작곡가는 살아있다>를 관람했다.

 

 

0429_앙상블블랭크 작곡가는 살아있다_포스터.jpg

 

 

PROGRAM

 

Rebecca Saunders Fury I for Double Bass Solo (2005)

(b.1967)


Anton Webern Langsamer Satz (1905)

(1883-1945)


Tristan Murail La Barque Mystique (1993)

(b.1947)


이응진 Geste I (2022)

(b.1997) * 2022 앙상블블랭크 작곡 공모 당선, 세계 초연


Christophe Bertrand Satka (2008)

(1981-2010)


Christoph Renhart Échos éloquents (2016)

(b.1987) * 2022 앙상블블랭크 작곡 공모 당선, 국내 초연


Johann Sebastian Bach Selections

from Musical Offering, BWV 1079 (1747)

(b.1685-1750)


기억에 가장 선명한 세 가지 공연을 위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Rebecca Saunders Fury I for Double Bass Solo (2005)(b.1967) - 더블 베이스 솔로가 공연의 시작을 열었다.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비추어진 커다란 악기와 연주자를 집중해 바라봤다. 더블 베이스 하나의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악기를 연주하는 방법이 꽤나 기억에 남는데, 기존 연주법대로 활로 현을 켜 부드러운 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현을 뜯거나 활로 현을 때리는 방식으로 소리를 내기도 했다. 철썩이는 소리가 취향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악기와 하나가 된 듯한 연주자의 모습은 취향의 영역이 아닐 것이다. 강렬한 퍼포먼스가 기억에 남는다.

 

Anton Webern Langsamer Satz (1905)(1883-1945) - Langsamer Satz: Slow down. 격하게 휘몰아친 공연이 끝나고 한 템포를 낮춰볼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 중 내가 '알던' 클래식과 가장 닮아 있던 해당 곡은 클래식과 현대 음악 사이 경계에 위치한 듯했다. 클래식의 안정감과 현대 음악의 새로운 시도가 예상에 빗겨나는 아름다움을 만들었다.

 

평화로움과 안정, 그리고 극적인 혼란이 한 작품에 드러나 풍성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현악 4중주로 만들어지는 차분한 음악을 들으며 현악기의 매력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이응진 Geste I (2022)(b.1997) * 2022 앙상블블랭크 작곡 공모 당선, 세계 초연 - 현존하는 작곡가의 작품이다. 미술 용어 'Geste'와 독일 현대무용가 피나바우쉬의 작품 '봄의 제전'에서 출발했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춤보다는 하나의 몸짓에 가깝다는 시각에서, 그들의 몸짓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사실 내게는 어려웠다. 음악이 예측하기 어려웠기에 불안정하게 느껴졌고, 중간중간 끊기는 듯한 선율은 음악과 소리의 경계가 무엇일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포함한 이유는 현대 음악이 표현하는 것은 선율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 그 이상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의미, 장면 등 음악 외의 요소를 음악으로 구현해 내는 것이 현대 음악이라면, 현대 음악은 어쩌면 3d의 성격을 지닐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공연이 끝나고 공연을 곱씹다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가장 좋았던 두 곡 모두 현존하지 않는 작곡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였다. 바흐의 작품이 가장 좋았고, 안톤 베버른의 작품이 그다음으로 좋았다. '아, 아직은 현대에 작곡되는 클래식의 불안정함보다는 오래전 작곡된 클래식의 안정감을 선호하는구나.


그럼에도 새로운 흐름으로 변화하고, 개성을 표출하는 음악들은 흥미롭다. 언젠가 지금 현대 음악이라고 불리는 작품들도 아주 먼 미래에는 중기 클래식, 21세기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불릴지도 모른다. 클래식의 역사 한 가운데에 있는 것이다.


클래식은 죽은 음악도, 멈춰 있는 음악도 아니다. 생동하는 클래식을 새롭게 인식해 본다.

 

 

[이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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