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가 함께하는 여름방학 [영화]

애니메이션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을 보고
글 입력 2023.05.1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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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로 ‘물에 있는 아이’라는 뜻의 ‘갓파’는 일본의 대표적 요괴 중 하나로 흔히 강가에 산다고 알려져 있다. 이 작품 속 ‘쿠’는 지진으로 땅 속에 매몰되었다가 200년 만에 깨어난 꼬마 갓파 요괴로, 자신을 발견해낸 초등학생 코이치와 코이치네 가족들의 집에서 여름을 보내게 된다.


이 작품에서 갓파 쿠가 요괴로써 갖는 상징성은 ‘자연’ 그 자체인데, 요괴를 자연에 대입해 이해하는 것은 다양하고 유서 깊은 요괴 전통을 가진 일본만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200년 전 갓파 쿠가 살았던 늪은 이미 인간에 의해 메꿔지고 그 위에 도로와 주택들이 지어져 본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진지 오래다.

 

사실 이미 200년 전 당시에도 그 늪을 메꾸려던 시도가 있었고, 바로 그때 갓파들의 소중한 서식지를 파괴하지 말아달라고 인간들에게 부탁하던 쿠의 아버지가 인간에 의해 죽임을 당했던 것이다. 쿠가 땅속에 잠들어 있었던 200년 동안 자연과 더불어 평화롭게 강가에 살던 갓파들도 자취를 감추고 마는데, 이는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 파괴에 서식지를 잃고 거의 멸종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사실 이러한 모습은 우리들에게 기시감을 준다. 인간의 무분별한 파괴, 멸종된 동물들, 자연 파괴의 심각성,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 등의 주제의식을 친근하고 귀여운 이미지인 갓파 쿠를 통해 더 선명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 작품을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결국 ‘인간의 이기심’이다. 자연 파괴도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의 결과물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 이기심이 절정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신기한 갓파 쿠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이다. 호기심과 귀여움의 대상인 갓파 쿠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코이치네 가족은 마을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게 되고 급기야 방송에까지 출연하게 된다.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으로 쿠는 겁을 먹고 고통 받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구경거리로만 여길 뿐이다.

 

쿠가 필사적으로 도망칠 만큼 밀어붙이는 사람들과, 인간과의 공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는 쿠의 모습은 지나친 이기심으로 자연과의 공존에 형편없이 실패하는 인간의 모습을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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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현실적이고,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갓파’요괴를 소재로 이어지는 현실적인 스토리는 큰 충격을 주었는데, 인간의 이기심과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내기에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은 더 편하고 잘 살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자연과의 공존과 환경 보전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과거에 비해 많이 확산된 편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어마어마한 파괴는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지구온난화, 이상기후, 서식지를 잃고 멸종되어가는 동물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문제인 미세먼지 등 인간이 저지른 환경파괴는 뚜렷한 피해를 보이며 인간에게도 해를 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식에만 그치지 않는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환경보전 행동들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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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에 대한 존중과 동시에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우리는 이른바 정보의 시대에 살고 있다. SNS와 소셜 기술들은 이미 차고 넘치며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개인정보들을 타인에게 노출시키며 살아가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는 아무리 민감한 타인의 정보라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갓파가 구경하려는 사람들에게 아슬아슬하게 쫓기다 결국 사고까지 나는 장면에서,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보기 위해 스토커 행위도 불사하는 사생팬들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또한 몰카나 도촬 등과 같은 범법행위들과 인터넷상에서 관심을 끌 수 있을 만한 소재라면 무조건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어 올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기술의 발전만큼,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의식 수준도 발전해야만 한다. 더욱 가까워진 지구촌 사이인 만큼 서로 간에 예의와 윤리 의식을 지킬 때에야 비로소 건강한 사회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박주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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