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뭘 기대했어?' 반항하는 영화 - 영화 '리턴 투 서울'

네가 원하는 것의 반대로만 할 거야.
글 입력 2023.05.05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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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동포들의 이야기를 다룰 때의 가장 큰 딜레마는 수취인이 불명하다는 것이다.

 

부모?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해외에서의 삶에 적응한 다른 입양 동포? 자신의 처지를 이미 알고 있는 그들에게 다시 자신의 뿌리부터 찾아야 한다고 말해서 도움이 될 만한 점이 하나라도 있을까? 한국에서 나고 자란 토종 한국인들? 글쎄. 사실 따지고 보면 가장 적절한 수신인은 이들일 텐데, 이들에게 입양은 먼 이야기에 불과하다.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삶과 입양 동포를 대하는 한국인들의 태도에 관해 언급한 입양 동포 ‘정’과 일본계 혼혈 동포 ‘기무라’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며 이 리뷰를 시작하고 싶다.

 

한국인들이 한국 정부에서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시키는 ‘사업’이 자행되어 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음에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점에서 좌절감을 느낀다는 ‘정’과 한국은 평판을 중시하면서도 2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을 입양 보낸 뒤 그저 잊어버리고 마는 이중성에 대해 스스로 연민을 가져야 한다던 ‘기무라’의 이야기에 따르면, 많은 한국 입양 동포의 인권과 관련된 제도적인 문제는 시민의 무관심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시민들의 관심을 해외 입양 문제로 돌리기 위한 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방송사에서 입양 동포들의 뿌리를 찾기 위한 여정에 동행했고, 그중 몇몇은 실제 친부모를 찾아 상봉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기록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그러다 보니 입양 동포에 관한 인식은 남이 되어 좋은 나라에서 잘살고 있는 모르는 사람, 방황하는 불쌍한 삶을 살다가 마침내 가족을 만나는 감격스러운 순간,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와 격동적인 한국의 현대사 속 개인의 희생과 상처로 도식화되어 남는다.

 

‘어딘가에서 잘살고 있겠지, 다행이다.’ 아름답게 완결된 이야기가 되어, 한국인들의 머릿속에서 입양 동포와 관련된 내용은 바로 잊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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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하는 이야기


  

<리턴 투 서울>의 감독 데이비 추는, 한국 출신 입양 동포인 친구가 친부와 재회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이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프레디가 하는 행동의 이유와 그의 감정을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카메라가 프레디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그의 여정을 지켜보는 것 같은 장면이 많다. 그래서 관객은 테나의 입장이 되어 프레디의 여정을 가만히 지켜보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프레디라는 존재가 한국에 ‘침투’했을 때 그것에 반응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자세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어느 술집에서 만난 이국적인 ‘동양인’을 대하는 20대 청춘들은 나이는 비슷하지만, 많은 게 다른 프레디를 은근히 조롱하기도 하고, 말이 통하지 않아도 그의 매력에 빠져 프레디의 사랑을 갈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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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가족이 프레디를 만난 반응이 세대마다 다른 것 역시 흥미로운 부분이다. 프레디가 떠나는 것을 실제로 목격한 할머니와 아버지는 계속해서 ‘한풀이’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할머니는 프레디가 느낄 감정을 전혀 존중하지 않으며, 언어는 아예 통하지 않아 일방적인 의사소통만 가능하다.

 

아버지와 고모도 언어가 거의 되지 않아 초반에는 소통이 되지 않지만 점차 조금씩 소통해 나간다. 마지막으로 가장 젊은 세대이자, 프레디와 가장 나이 차이가 적은 아버지의 딸들은 아무런 말과 평가도 하지 않은 채 제일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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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돌아가요’


 

프레디는 자신의 성미에 더 잘 맞을지도 모르는 프랑스에 남지 않고 계속해서 한국을 방문하기로 선택한다. 그에게 한국은 일시적으로 방문하는 곳이 아니라 돌아올 장소이기 때문이다.

 

돌아온다는 것은 나의 근간을 이루는 많은 것들이 남아있는 장소를 한 번 이상 방문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집으로, 고향으로, 사랑하는 이의 품속으로 돌아간다. 돌아간다는 것은 안정감을 주고, 나의 자아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레디가 계속해서 돌아오는 서울이라는 공간에는 그의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이 많지 않다. 프레디의 배경이 되는 서울의 모습은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바라본 서울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서울 밤 거리는 푸르고, 축축하다. 서구 사람들이 바라본 ‘사이버 펑크’ 세상 속 우울한 도시 같다. 프레디는 그런 도시에 계속해서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 시도한다. 계속해서 한국을 방문하고, 일도 한국과 연관된 것으로 선택하고, 친구를 만들고, 연인을 만들고, 가족도 서울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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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아야 보이는 영화


  

<리턴 투 서울>에서 감동을 기대하면 안 된다. 프레디의 감정에 완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만함도 버려야 한다.

 

이 영화는 자아를 찾는 데 계속해서 장애물을 마주하는 입양 동포의 현실을 재구성한 영화이다. 현실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에 아름답고 감동적인 영상 효과와 감성적인 자막, 뭉클한 음악 따위는 없이 퍼석한 영화다.

 

영화는 7년여의 흐름을 보여준다. 프레디는 그 긴 세월이 지나도 방황한다. 그런 프레디의 삶과 고뇌를 차마 건들지 못하는 친구의 입장에서 지켜봐야 할 영화라고 생각된다.

 

 

[류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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