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는 것이 있다. - 리턴 투 서울

글 입력 2023.05.0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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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를 거부하는, 예측할 수 없이 매혹적인, 파격적이고 멜랑콜리한, 날것처럼 펄떡이는”


칸영화제 초청! 올해의 연기, 올해의 배우 스포트라이트 쏟아진 화제작. 어쩌다 서울로 리턴한 ‘프레디’의 어쩌면 운명적인 여정.

 

<리턴 투 서울>은 우연히 자신이 태어난 서울로 리턴한 25세 ‘프레디’, 어쩌다 한국 부모를 찾으면서 시작된 어쩌면 운명적인 여정을 담은 2023년 우리가 열광할 완전히 낯선 영화. 캄보디아계 프랑스인으로 프랑스 영화계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떠오른 데이비 추 감독의 신작이며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아티스트 박지민의 첫 배우 데뷔작이다.

 

실제 한국 입양아 친구와 한국 가족을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리턴 투 서울>의 각본을 완성한 감독은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에 남들이 정해 놓은 틀에 맞추기보다 스스로 저항하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라며 주인공 ‘프레디’에 대해 “그녀는 관객들이 기대하는 여정과 정반대되는 선택을 하며 스스로 진화한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대부분이 한국에서 촬영되었으며 오광록, 김선영 등의 연기파 배우들이 ‘프레디’의 한국 가족으로 출연해 현실적인 열연을 펼쳐 탄탄한 완성도와 흥미로운 볼거리를 자랑한다.

 

 

 

# 버리고 싶어요 근데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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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이 질문을 떠올리면 이런 구절이 떠오른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천륜은 끊을 수 없으며, 가족으로 맺어진 인연은 그 어떤 갈등 앞에서도 감히 파열시킬 수 없다.

 

그러나 인연을 억지로 끊기고 그 끊어진 인연으로 이곳저곳을 방황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한 여성이 있다. 바로 프랑스에서 온 프레디. 그녀는 한국계 프랑스인으로 아주 어렸을 때 프랑스로 이민을 갔다. 한국말은 전혀 하지 못하는 상태이며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자신의 생모라고 추측되는 사람과 같이 찍은 사진 한 장이 전부다.

 

그러나 프레디는 궁금했다. 왜 난 지금도 한국에 머물고 있는지, 우연이지만 계속해서 이곳에서 표류하고 있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지 말이다.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한 것일까. 프레디를 보고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하몬드’라는 입양아 보호소에 연락해 자신이 생부와 생모를 찾으려 한다.

 

시작은 단순히 궁금해서 였지만 그녀가 부모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본 시청자로써 그녀가 찾은 것은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이 아니라 자신이 과연 누구인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근거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를 보지 않은 관람객들은 이러한 의문을 품을 수 있다. “프레디는 이미 프랑스 사람이고, 그 프랑스에서 훌륭하게 잘 컸을 텐데 굳이 또 다른 정체성을 찾을 필요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국가적인 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지금 누구의 곁에 있으냐가 아닌 자신을 있는 그대로 자신으로 인식시켜줄 수 있는 무언가. 그 무언가를 프레디는 지금 한국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여정은 쉽지 않다. 아버지와 하몬드를 통해 연락을 한 후 가족들과 만나게 되지만 그의 가족들에 대한 미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하물며 그와 그의 어머니인 프레디의 할머니는 그녀가 부담스럽다고 느낄 만큼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끊임없이 한다. 미안하다고, 아직도 널 입양아 보호소에 보낸 걸 후회한다고 말이다.

 

이 부분에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너무 미안함의 감정을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것 같아서... 버려진 사람의 마음은 예상하지 못한 채 자신의 감정을 폭발하는 것, 미안하지만 나에게는 폭력같이 다가왔다. 그래도 프레디는 2년 후 한국에 다시 방문하게 됐을 때, 아버지와 고모를 찾았다. 조금은 가까운 모습으로 그들은 함께 밥을 먹었다. 그녀도 조금은 이러한 삶의 형태가 적응이 되는 순간! 아주 중요한 장면이 나의 눈에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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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자친구와 함께 출장차 한국을 찾았던 프레디는 아버지와 고모와 갑작스럽게 헤어지게 된다. 술을 드셔서일까, 택시가 빨리 도착해서일까. 그녀의 아버지와 고모는 프레디와 프레디의 남자친구를 얼른 택시를 태워 집에 보내기 바빴다. 여기서 프레디는 질문한다.

 

 
“갑자기 뭐가 이렇게 급해요?”
 

 

이 장면을 통해 마치 프레디가 어렸을 적 이렇게 버려졌겠구나 예상이 갔다. 슬펐다. 어른이 되어 별것 아닌 순간에도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하는 프레디의 모습을 보며 그녀가 현실에서도 그 누구에게도 머물 수 없음을 그리고 기댈 곳이 없음을 시사하는 것 같았다. 급하게 택시를 탄 후 프레디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 이후 그녀는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도 널 언제든 쉽게 버릴 수 있어. 갑자기, 어느 순간에 말이야.” 남자친구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녀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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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비치는 혼자인 그녀의 모습. 그렇게 그녀는 다시 혼자가 된 것이다. 가족도, 나라도, 남자친구도 나를 인식시켜주지 못했다. 나는 과연 누구인가. 나는 어느 곳에 위치해야 하는 거지? 그녀는 혼돈 속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이 영화에서는 중간중간마다 한국의 옛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영화의 시작과 끝이 모두 한국의 음악으로 끝이 나게 되는데 나는 이 장치도 감독이 의도적으로 설치했다고 생각한다. 프레디의 처음과 끝이 다 한국임을 나타내는 장치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노래는 배경 매체이다. 즉 언제 어디서나 내가 어딜 가던 흘러나오는 것이 음악이다.

 

너무 당연하기에 우리는 인식을 잘 하지 못하는데, 이처럼 프레디의 정체성은 그녀가 어딜 속하던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을 좋아하는 소녀임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녀가 프랑스에 머물다가 자꾸만 한국에 들어오게 되는 것도, 마치 자석처럼 그녀도 모르게 그녀의 정체성이 있는 곳으로 이끌림을 당하는 것이다.

 

버리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버려지지 않을 것이다. 프레디에겐 이 말이 무섭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그녀가 그토록 찾고 있던 그녀의 정체성이 머물 곳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니 무서워하지 말고 영화의 마지막처럼 여기저기를 여행하면서 한국을 돌아보길 바란다. 한국이 버림을 받은 국가로만 기억되질 않기를 그리고 모든 입양아 출신의 학생들에게 외롭고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우리나라가 기억되지 않게, 우리는 우리 스스로도 버림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버려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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