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 곡의 음악으로 비롯된 그날의 이야기 [음악]

글 입력 2023.04.2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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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감상이 몇 안 되는 나의 취미 중 하나이지만, 평소 출퇴근길에는 음악을 듣지 않는 편이다. 이어폰을 끼면 소리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위험한 요소들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우친 뒤로, 특히 보행 중에는 이어폰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금요일 저녁 퇴근길이었다. 뚝섬유원지역으로 향하는 7호선 열차 안에서, 그날따라 창밖 한강의 풍경이 아름다워 보였다. 다음날이 주말이라는 행복함과 저물어가는 해가 주는 특유의 무드, 미세먼지조차 평소보다 적어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뚜렷이 보였다.


이러한 감정을 느낀 즉시 가방 한구석에 있는 이어폰을 꺼냈다. 지금 타고 있는 이 열차가 한강을 모두 건너기 전까지,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노래들을 재빨리 살펴보다 지금의 풍경과 가장 어울릴 것 같았던 노래를 선택했다.


노래의 시작부터 강하게 치고 들어오는 색소폰 라인이 온몸을 휘감았다. 가사가 무슨 내용인지도 잘 모르고, 이 음악에 대한 자세한 배경 역시 모른다. 하지만 끈적한 색소폰 연주와 애절한 보컬의 조합이 한강 위를 달리고 있는 창밖의 풍경과 합쳐져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과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George Michael 'Careless Whisper' MV

 

 

이 노래는 1984년 발매한 조지 마이클의 ‘Careless Whisper’이라는 곡이다.

 

대학생 시절 원룸에서 자취생활을 할 당시, 스피커로 이 노래를 틀어놓고 위스키 한 잔과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나의 루틴이었을 정도로 상당히 많이 들었던 곡이자 추억이 가득한 곡이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하여 오랜만에 스피커를 켰다. 다음 날도 주말이겠다, 조지 마이클의 목소리와 함께 방 한편에 놓아두었던 위스키 뚜껑을 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Careless Whisper’의 색소폰 음색은 값싼 위스키도 최고급 양주의 맛으로 바꾸어주는 마성의 첨가제이다.


놀랍게도 그날 밤, 미국의 한 웨스턴 바에서 이 음악과 함께 위스키를 마신 꿈을 꾸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휴대전화로 음악을 재생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스트리밍 앱은 한 곡만 재생했을 때, 노래가 끝나면 뒤이어 빅데이터가 추천해주는 비슷한 유형의 곡들로 플레이리스트가 구성되어 재생된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이 음악들을 계속 듣던 중, 술과 함께하면 또 다른 첨가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아티스트를 발견했다.

 

바로 2000년대 R&B 그룹 ‘블루(Blue)’였다.

 

 

Blue 'One Love' MV

 

 

나는 곧장 침대에서 일어나 집 밖을 나섰다. 발걸음을 향한 곳은 평택에 있는 ‘송탄관광특구’. 주한미군 주둔지 주변에 자리한 번화가인지라 이국적인 풍경이 가득한 곳으로, 바쁜 일상에서 해외여행이 가고 싶을 때마다 방문하는 곳이다.


송탄으로 향하는 길 내내 오늘 아침 발견한 ‘Blue’의 음악을 들었다. 송탄에 도착한 후, 전날 꿈에서 방문했던 웨스턴 바와 가장 유사한 느낌의 바를 찾아 들어갔다. 이때 마신 칵테일이 근래 마신 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잔이었다. 무엇보다 전날 꾸던 꿈과 유사한 장면을 바로 다음 날 즉흥적으로 실현한 나 자신에 대한 뿌듯함이 가장 컸다.


이날의 일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의 일이다. 글을 쓰다가 인제야 ‘Careless Whisper’에 대한 배경을 찾아보았다.

 

평소 이 노래 하면 떠올렸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하는 멋진 도시 남자의 이미지와는 너무나도 다른 가사에 멋쩍은 웃음이 나왔다. 게다가 특유의 미국 스트릿 이미지를 연상했던 ‘Blue’는 지금 찾아보니 영국의 그룹이었다.


그럼에도 이날의 일들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 어찌 됐든 음악을 제대로 즐겼던 추억임을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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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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