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금쪽이들이 금쪽같이 자랄 수 있도록 [사람]

글 입력 2023.04.2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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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어쩌면 익히 들었을 아프리카 속담이다. 나는 요즘 이 말이 자꾸만 떠오른다.


‘저출산 시대이다’, ‘아이를 더 낳아야 한다’, 라고 하지만 정작 아이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시대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한창 논란이 되었던 노키즈존부터, ‘금쪽이’라는 단어를 미운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사용하는 흐름까지, 그리고 이외에도 많은 모습이 아이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

 

 

 

1. ‘노키즈존’ 속 느껴지는 지독한 혐오감



‘노키즈존(NO KIDS ZONE)’. 솔직히 말하자면 단어에서부터 상당히 불쾌감이 느껴진다. 마치 금연 구역처럼 무언가를 금지한다는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이 얼마나 해가 된다고 이들을 ‘금지’까지 하는가? 무엇 때문에 사람에게 ‘NO’라고 외치며 출입을 막는 것인가?


물론 아이들이 소리 지르고, 울부짖는 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질 수 있다. 어쩌면 그 감정이 당연하기도 하다. 그리고 때로는 무언가를 부수거나, 깨뜨리기도 한다. 그러면 업소로서는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들은 성인들에게서도 충분히 볼 수 있다. 시끄럽게 소리 지르는 진상 손님, 실수로 물건을 쳐 떨어뜨리는 손님들처럼. 비단 아이들만 하는 행위가 아님에도, 왜 아이에게만 ‘금지’를 명령하는가?


결국 노키즈존 그 기저에 깔린 아이들에 대한 은근한 무시가 가장 불쾌하다. 아직 무언가를 논리적으로 정리해서 말하기 힘든 존재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어른들에게 감히 대들기 힘든 그들을 만만하게 보고 있기에 너무나도 당당하게 ‘NO’라고 외치고 있다.


때로는 이런 생각을 한다. ‘노키즈존’을 경험한 아이들이 과연 어떻게 클 것인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소음과 불편함을 조금도 견디지 못하고, 그중 약자들은 당연하게 무시하는 그 풍조를 답습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러면 또다시 피해가 대물림되는 것이다.

 

 

 

2. ‘민식이법 놀이’,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민식이법 놀이’라는 것을 접한 적이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높은 벌금을 물게 되는 ‘민식이법’을 악용하여 아이들이 일부러 자동차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한창 이 논란으로 아이들을 욕하던 반응을 많이 보았다. 처음에는 운전자로서도 짜증이 날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민식이법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영상을 여러 개 보면, 왠지 모를 이질감이 느껴진다.


자해공갈을 시도하는 어른들과 ‘민식이법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두 경우 모두 일부러 차에 뛰어든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자는 아예 다칠 각오까지 하며 차에 뛰어드는 반면, 후자는 차에 달려들다가도 금세 차를 피해 도망간다. 즉, 정말로 운전자에게 벌금을 먹이거나 돈을 받을 생각으로 뛰어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그저 장난이고, 정말 ‘놀이’일 뿐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비난을 보내야 할 대상이 아이들인가? 아이들이 차에 달려드는 위험한 행위를 놀이라고 인식하는 상황부터가 굉장히 이상하지 않은가? ‘민식이법 놀이’는 표면적으로는 아이들의 장난처럼 보여도, 그 아래 부모와 학교의 부족한 교육, 그리고 어른들의 무시와 방임이 깔려 있다. ‘민식이법 놀이’가 악의적이고 잘못된 행위라고 말하기 이전, 차로 뛰어드는 것이 위험하다고 말하는 사람조차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아이에게 부모가 있거나 부모가 시시때때로 교육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제대로 된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까지도 이해하며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설사 일절 관계없는 남이라 할지라도.

 

 

 

3. 모든 아이들은 ‘금쪽이’이다



‘금쪽같은 내 새끼’, 금처럼 소중한 아이를 일컫는 표현이다. 같은 표현을 사용한 프로그램이 나왔을 때의 의도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말썽을 피우는 아이들이더라도 결국 부모의 소중한 아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금쪽이’의 의미가 변질하여 ‘말썽을 피우는’ 사람들을 일컫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때로는 ‘끔찍이’라고 변형해서 사용한다고도 한다. 이 유행과 흐름이 아이들을 대하는 현 사회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결국 선한 방향으로든, 악한 방향으로든, 순수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즉, 쉽게 무언가에 길들고 물들여질 수 있는 존재이다. 아이들은 단순히 부모와 학교의 영향만 받는 것은 아니다. 이 사회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 성격을 흡수해나간다. 하지만 지금의 불편한 사회를 흡수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불러오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당연히 시끄럽고, 장난스럽고, 충동적이다. 그럴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 미성숙함이 당연할 나이이다. 그리고 그 미성숙한 모습을 고쳐나가는 것이 성장이다. 하지만 현재 사람들은 그저 그 시끄러움과 장난에 눈살만 찌푸리고 있는 듯하다. 


물론 그러한 장난들을 마냥 좋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들도 많지만, 적어도 그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마냥 욕하는 것보다 따뜻하게 이해해주고, 혹은 따끔하게 잔소리를 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는가. 그러한 잔소리도 마땅히 들어야 할 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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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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