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복세편살’에 대해 [사람]

글 입력 2023.04.17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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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세편살’,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는 뜻이다. 그동안 이 단어에 대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전공 교수님께서 잠깐 언급하신 후로 계속 머릿속에 여러 개의 의문이 맴돌고 있다.


복잡한 세상을 복잡한 상태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나? 편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편하게 살면 어떻게 되는 걸까? 복잡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물론, 여유도 없고, 편안함을 느낄 시간도 없는 복잡한 세상을 조금이나마 숨통 트이게, 단순하게 살자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복잡한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를 위안하고자 나온 말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이 말의 의미를 좀 더 깊이 생각해보았다.


요즘 세상은 정말 복잡한 세상이다. 복잡할 뿐만 아니다. 바쁘다. 복잡해서 바쁜 것인지, 바빠서 복잡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복잡한 것과 바쁜 것이 공존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렇게 세상이 복잡해진 이유를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찾을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나이’이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이 복잡해졌다.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고민, 걱정거리들이 늘어나는 법이다.


그동안 내가 살면서 했던 고민을 되짚어보면, 내가 어렸을 때 했던 고민들은 ‘오늘 피아노 학원 가지 말고 놀이터 가서 놀까. 피아노 선생님이 엄마한테 말씀하실까’, ‘숙제 못 했는데 어떡하지’와 같은 것들이다. 지금 와서 보니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 고민이다. 그렇게 심각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그 시기에는 제일 중요한 고민과 걱정으로 다가온다.


지금의 고민과 비교하면 결이 다르다. 어렸을 때 했던 고민들은 하루하루에 대한 고민이었다면 지금은 하루하루에 대한, 현재에 대한 걱정은 기본값으로 가지고 있다. ‘과제 언제 하지. 왜 그동안 안 했지’, ‘할 게 왜 이렇게 많지’와 같이 지금 하는 고민은 어찌 보면 어렸을 때의 고민과도 비슷한 것처럼 보인다.


새롭게 생긴 고민과 걱정거리들은 어렸을 때 했던 고민과는 양적으로도 차이가 있지만, 질적으로도 큰 차이가 있다. 이제는 미래에 대한 걱정도 한다. ‘나중에 뭐 먹고 살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뭐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대비해야 하지’ 같은 걱정들이 그렇다. 이 질문들에 깊게 빠지면 대부분 답은 나오지 않고, 머릿속이 오히려 복잡해진다.


세상이 복잡해진 두 번째 이유는 정말 세상 자체가 빨라지고, 복잡해졌다. 나같이 느린 사람은 세상 따라가기도 벅차다. 유행하고 있는 콘텐츠가 쉴 새 없이 바뀌고,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밥 먹을 때 무슨 영상을 볼지 고민하다가 결국 고민하면서 밥을 다 먹은 경우도 있다.

 

최근에 교내 활동을 하며 한 인디밴드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인디음악의 매력과 인디음악의 한계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뮤지션 본인은 깊게 팔 수 있는, 오랜 시간 곱씹으며 새로운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노래를 좋아해서 인디음악의 매력에 빠졌는데, 사람들은 여유가 없기 때문인지 가사의 해석을 파헤칠 수 있는 곡을 피곤해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것에 대해 많은 이가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솔직히 나도 가사가 조금이라도 어려우면 “이게 뭔 노래야?”하고 다른 음악으로 바꾼 경험이 적지 않다. 사람들은 복잡한 것을 참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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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복잡하고, 바쁜 세상을 어떻게 사는 게 맞는 걸까? 복잡한 세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는 걸까, 아니면 편하게 사는 것이 맞는 걸까. 사람마다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다르기에 이에 대한 답도 모두 다를 것이다.


며칠 전부터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하면서 내가 하게 된 생각은, 복잡한 세상을 편하게 사는 것은 현재의 나에게 닥친, 미래의 나에게 닥칠 상황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나와 관련된 복잡한 문제에 대해 나조차도 관심을 두지 않고 빨리 해치워버리자 식의 태도라면 이 복잡한 상황을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아니면 생각하기 귀찮아서 이러한 태도를 취했을 가능성이 크다.


뭐든지 적당한 게 좋은 법이다. 복잡한 세상을 적당히 복잡하게, 적당히 편하게 사는 것이 가장 좋겠지마는, 우리는 요리 레시피에 나와 있는 ‘적당히’의 기준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 감정, 생각에 있어 ‘적당히’의 기준은 더 모호해질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적당히 복잡하게, 적당히 편하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편하게 사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편안함은 정말 중요하다. 편하게 사는 것을 피하자고 말한 나조차도 행복한 감정보다 편안한 감정을 더 중시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복잡한 세상, 편한 마음을 가지고 복잡하게 살자.


복잡한 세상을 편하게 살자는 것인지, 복잡하게 살자는 것인지 내가 내린 결론에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나조차도 눈에 확 들어오는 명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번 더 이야기해보면, 복잡한 세상을 복잡하게, ‘복세복살’로 살되, 마음만은 편하게 먹자는 것, 복잡한 세상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나, 마주한 세상에 대해 겁먹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그 현상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될 대로 돼라’ 식으로 편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 너무 불안한 마음을 가지지 말고, 편안한 마음을 가진 채로 현재 주어진 일들을 찬찬히 하다 보면 시간은 걸리더라도 언젠가 이 복잡한 문제에 대한 답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복잡한 사회에 진정으로 우리에게 조그마한 숨통 하나를 내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송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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