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친애하고도 어려운 S에게

글 입력 2023.04.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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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있을 때보다 너와 있을 때 더 내가 되는 기분이야.


너는 알까? 너에게 했던 나에 대한 이야기들 중에는 내가 남에게 처음으로 드러낸 게 많다는 것을 말이야. 너무 소중해서, 나만 알고 싶어서, 부끄러워서, 또는 추악스러워서 밖으로는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를 너는 종종 물어오지. 그럼에도 그걸 기꺼이 꺼내는 이유는 니가 하는 질문은 나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기 때문일 거야.


우리가 처음 만난 게 2021년이었나. 2018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20년을 넘게 살아서 2년, 혹은 5년이라면 상당히 짧은 시간인데도 너는 누구보다 나를 많이 알고있어. 처음에는 그게 좀 불편했어. 내가 나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말해준다는 게 때로는 위협적이었으니까. 그 때문에 너를 만나기 싫었던 적도 있었어.

 

한 번은 니가 살면서 정말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을 하나 뽑으면 언제냐고 물었지. 순간적으로 나는 니가 나를 골탕 먹일 생각인 건가 싶었어.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은 떠올리기조차 싫은 때일 수도 있다는 것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한 질문 같았어.

 

당시에 질문만 놓고 나를 배려해주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를 기억해. 그런 질문은 내게는 너무 곤란한 것 같다고 말하니, 곧바로 질문을 정정해주던 너도. 내 생각에는 우리는 사실 말이 잘 안 통하는 사이였던 것 같아. 잘 들리면 잘 듣고, 잘 못 들었으면 다시 말해달라고 해야 하는데, 대충 이해해버렸던 적도 있잖아. 그런데 무슨 변화가 있었길래 대강 말해도 이해하는 사이가 되었지? 나는 우리 관계의 공백이 떠오르지 않아. 여전히 대충 듣고 이해한 다음 각자의 뜻으로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니가 나를 불러주는 별명이 좋아. 이름을 바꿔가며 붙었던 재미없고 시시한 별명과는 다르게 니가 붙여주는 별명은 그 순간의 나를 정말 빵 터지게 만들었어. 웃기지도 않은데 웃고 있다는 건 그만큼 즐겁거나 슬프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그리고 나는 아주 흥미롭고 즐거운 쪽이었어.

 

가끔은 내 이름보다 그게 좋아서 새로 산 물건에 이름 대신 별명을 적곤 해. 내 걸 표시한다는 제 기능은 못하지만 뭐 어때? 일단 내가 즐거운데. 간혹 주변에서 그 별명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지만 말한 적은 없어. 우리 사이의 비밀 같기도 하지만 조금 부끄럽더라고. 그래도 그 별명에 대한 나의 소중함은 여전해.


적당히 눈이 부신 공간에서 너와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가 좋아. 그런 날은 정말 시간을 멈춰 놓고 싶어. 한가한 공간에서 마냥 행복한 이야기만을 나누는 게 아니잖아. 현실적인 이야기도,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이야기도 나누지. 감성이 풍부한 너는 문득 울어버리기도 하고. 나는 언젠가부터 그 내용이 크게 중요해지지 않아 버린 것 같아. 어떤 이야기든 경청해서 들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니가 이런저런 일로 힘들어 할 때는 내가 더 마음이 좋지 않아. 최근에 니가 크게 상심을 겪은 일 있잖아. 그걸 다 보면서도 실질적인 도움 하나 주지 못하고 있는 게 미안했어. 너랑은 항상 즐거운 일이 많았아서, 그런 어려움은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 건지 그려지지 않았어. 괜찮다는 말을 몇 번이고 할 수 있었지만, 그때의 너에게 필요한 말은 그게 아닌 듯 보여서 결국 그 상황을 되짚어주는 것 말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사람도, 돈도, 그 어느 것도 우리를 배신할 수 있지만, 노력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고 하지.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가끔은 노력도 배신을 하는 것 같아. 그런데도 너는 오히려 계속 노력하는 걸 보면 얼마나 멋있어 보이는지 몰라. 살면서 몇 번을 더 노력으로부터 배신당할지 알 수 없지만, 너의 노력들이 배신하지 않고 꿋꿋하게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어. 이게 뒤늦게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위로인 것 같아.


나는 아마 이 글을 너에게 전해주거나 보여주지 못할 거야. 우선 너무 부끄럽고 둘째로는 감정을 너무 담아 버린 것 같아서. 어차피 평소에 많이 전하는 고마움을 담은 것이라 보여주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생각도 들어. 내가 어떤 마음인지 알 거라 믿어. 말들은 여기에 적어두고, 너에게는 직접 보여주는 걸로 할게.

 

사소한 일에도 너와 실없는 웃음 지을 수 있는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어. 지금은 둘 다 바쁘지만 조금 지나서 시간이 나면 또 정자에 앉아서 같이 커피 마시자. 항상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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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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