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걷다 멈추다 -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루드비히 미술관 컬렉션
글 입력 2023.04.0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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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독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독일 쾰른 루드비히 미술관 컬렉션이 한국에 상륙했다. 쾰른 루드비히 미술관은 1976년 피카소와 팝아트에 조예가 깊은 페터 루드비히(Peter Ludwig)와 이레네 루드비히(Irene Ludwig) 부부가 350점의 현대 미술품을 기증하면서 본격적으로 미술관이 설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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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에서는 독일 표현주의부터 추상표현주의, 미니멀리즘까지 20세기 모던아트와 현대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루드비히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중 피카소를 중심으로 샤갈, 칸딘스키, 워홀, 리히텐슈타인 등 거장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삼성역 섬유센터빌딩에 위치한 대형 미술 전시 공간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전시가 진행된다. 전시는 2023년 3월 24일부터 8월 27일까지 개최된다.

 

1부 독일 모더니즘과 러시안 아방가르드 (German Modernism and Russian Avant-garde)

2부 피카소와 동시대 거장들 (Picasso and Environment)

3부 초현실주의부터 추상 표현주의까지 (From Surreal Creation to Abstraction)

4부 팝아트와 일상 (Pop Art and Everyday Reality)

5부 미니멀리즘 경향 (Minimalist Tendencies)

6부 독일 현대미술과 새로운 동향(German Contemporary Art and New Tendencies)

 

 

 

멈춰서게 만든 작품들 



청기사파의 작품으로 시작하는 1부는 이름처럼 코발트블루 계열의 새파란 벽면에 작품이 걸려있다.

 

케테 콜비츠의 조소 <애도>, 폴 아돌프 지하우스 <알프스 산맥의 작은 마을>에서 감상을 오래 이어나갔다. <애도>에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 조각상의 모습은 표정에 이목을 집중시킨다. 손의 모양과는 달리 담담한 표정에서 절제된 슬픔을 더욱 강하게 느꼈다.


<알프스 산맥의 작은 마을>은 제목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알프스라고 믿기 어려운 모습이다. 작품 속 산맥은 돌산처럼 입체적이고 딱딱해 자연의 싱그러움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 고대 문명을 연상케 하는 알프스 산맥 풍경은 그림에 투영된 예술가의 심정과 시대적 상황을 보여주는 듯하다. 제 1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던 1915년의 상황을 표현한 게 아닐까.

 

웅장하고 거칠어 보이는 산의 정경이지만 우측에 떠오른 태양 빛으로 한편은 따뜻한 색감을 띈다. 양지 부분을 통해 어렴풋이 희망을 느낀다. 잿빛의 세상에도 해는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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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한 파란색에서 순백색 관으로의 변화는 절대주의 화풍으로의 전환을 알린다. 원색적인 도형과 기하학적인 스타일이 눈에 띄는 <슈프리무스 38번>은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작품이다. 말레비치는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가로 비대상적, 비구현적 작품을 추구하는 화풍을 보여준다.

 

또 2부에서는 조형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하학적이고 구조적인 형태의 작품은 주변의 소음에 영향받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 모습이 고고하고 아름답다. 강한 하이라이트 조명이 만드는 진한 그림자는 캔버스와 같은 백색의 관에서 또 다른 작품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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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 감상했던 것은 이반 클리운의 <삼색 절대주의 구성>이다. 나는 이 작품에서 묘한 위로를 받았다. 검정 사각형을 뚫고 지나가는 길한 타원형의 물질은 우주의 공간을 뚫고 지나는 행성을 떠올리게 했다.

 

손바닥 두 개로 가릴 수 있을 것 같은 정사각 크기의 작품에서 무한한 크기의 우주를 연상하고 안정감을 느끼다니 정말 묘하다. 이반 클리운 또한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가 중 한 명이며 말레비치의 영향을 받았다.


2부 전시장에서는 피카소의 <아티초크를 든 여인>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피카소와 동시대 거장들로 소개된 작품 중에서는 샤갈의 <나의 여동생의 초상화>에 가장 오래 시선이 머물렀다.

 

작품 속 피사체의 모습보다 그림의 구도에 더 집중된다. 어느 겨울 따뜻한 집안에서 책을 읽는 동생과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 샤갈의 시선을 상상하다 보니 애틋한 감정이 솟아오른다.


초현실주의와 추상 표현주의를 잇는 3부에서는 앵포르멜 계열의 작품이 가장 좋았다. 어린 시절 미술책에서 보았던 잭슨 폴록의 Black and White No.15는 작은 사진으로 볼 때 감흥이 없었는데 실제로 보니 남다르게 느껴졌다. 흩뿌려진 물감의 자국은 마르지 않은 것처럼 결이 살아있다.

 

팝아트보다는 추상 표현주의가, 추상 표현주의보다는 미니멀리즘 예술이 좋았다. 예전에는 관찰할 여지가 많은 그림이나 인상주의 화풍의 아름다운 빛과 색채를 좋아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미니멀리즘 예술과 절대주의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됐다.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좋고, 그 자리에 시간이 멈춘 듯 존재해도 좋다. 정형화되지 않은 작품 속에서 자유로움을, 최소한의 표현으로 형태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작품에서는 안정감과 평화를 느꼈다. 공통적으로 작품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작품들은 자리에 멈춰서서 내 마음의 형태를 꺼내어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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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를 마지막으로 루드비히 미술관 컬렉션은 막을 내린다.

 

전반적인 미술사조와 그 사이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 대표적인 예술가들의 도록을 배치하여 전체적인 이해도를 높여주었다. 박물관처럼 조성한 한 벽면은 전시의 완성도를 한층 올려주며 친절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공부하러 오기에도 매우 좋을듯 싶다.

 

마지막 관에서 내 마음을 울렸던 것은 TV에 전시된 안드레아 프레이져의 <공식 환영사>다. 이 영상을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그녀의 열띤 환영사는 그녀를 예술가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담대하고, 솔직한 모습에 감동받게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연설에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는 마음으로 감동과 감사를 표현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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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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