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만의 시선으로 작품을 읽는 법: 도서 내가 읽는 그림

글 입력 2023.04.0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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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성년자이던 시절, 꾸준히 교육을 받았다. 공교육과 사교육을 통해 우리가 꾸준히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정답을 찾는 법이었다. 객관식이 되었건, 주관식이 되었건 문제를 출제한 사람이 원하는 정답인지 무엇인지를 추측하고 이에 맞는 답을 찾아나가는 방법을 배워왔다. 지식을 온전히 축적하고 소화한다기보다는, 이렇게 정답을 찾는 법을 공부했던 게 확실히 맞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이제는 그런 교육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성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때때로 학생 때의 나처럼, 주어진 상황 속에서 정답을 찾고자 하는 습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음악을 감상할 때에도,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에도 그렇다. 예술에 정해진 답이 있다면 왜 그것이 예술이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의식 중에 자꾸만 작가의 의도가 무엇일까, 내가 그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곤 한다. 예술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대로 작품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부지불식 간에 우리의 사고를 좌우하고 만다.


그런 현대인들을 위해, 백그라운드아트웍스에서 책을 냈다. 어떤 이론적인 분석의 틀이나, 평론가의 정형화된 프레임이 아니라 어떻게 나만의 시선으로 작품을 읽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하여 BGA는 미술을 어떻게 즐기면 좋을지에 대하여 시인, 문화평론가, 방송작가, 화가, 큐레이터 등 다양한 필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새로운 미술 감상의 방식을 제안했다. 도서 '내가 읽는 그림'은 개개인의 눈으로 진솔하게 작품을 만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도록 구성한 방식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 책 소개 >


지금 대한민국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플랫폼, BGA의 신개념 미술 교양서. 미술 작품을 보아도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모르는 독자들, 나만의 미술 취향을 만들어보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타인이 아닌 나만의 시선으로 작품을 읽는 새로운 미술 감상법’을 제안한다. 《내가 읽는 그림》은 매일 밤 11시마다 BGA에서 발행해온 콘텐츠들 중, 121편의 ‘작품 + 에세이’ 페어링 콘텐츠를 엄선하여 수록한 책으로, 평론가의 시선이 아닌 오늘의 내 마음에 가까운 미술 감상을 하도록 안내한다. 한마디로 ‘배우지 않고도 내 감각으로 작품을 즐기는 편안한 미술 감상 수업’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숨겨진 명화부터 지금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동시대 작품까지 그 어느 때보다 스펙트럼이 넓은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만의 안목과 취향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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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는 그림'이 참 좋았던 것은 예술계에 종사하는, 나름대로 예술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고 소화하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의 사람들도 미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자신만의 시각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본인이 예술가이거나 예술계에 종사한다면 당연히 잘 알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 예컨대 방송작가나 PD 같은 사람들이 작품을 바라보는 방식은 어떤 의미에선 내가 작품을 바라보는 방식과 비슷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계라는 테두리 밖에 있는 일반인으로서 미술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BGA 필진들의 글은 편안하게 와닿았다.


또한 '내가 읽는 그림'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동시대 미술들에 대해서 정말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었다. 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책들은 대부분 서양의 작품들이고, 그 중에서도 고전적인 작품들일 확률이 높다. 물론 서양 화가들이 그린 작품 중에서도 다소 덜 드러났던 작품들을 소개하는 경우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조차 작가의 일생이나 작품 완성시기를 보면 완전히 현대적인 시점은 아니다. 요컨대 우리는 대체로 과거의 미술들을 살펴보는 책들을 많이 접한다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내가 읽는 그림'은 당장 현대의 작품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더 특별하게도, 우리나라 예술가들의 작품이 정말 많이 수록되어 있다. 지금 시기에 각광받는 우리나라 화가가 누군지 꼽으라고 하면 당장에 화가의 이름을 여럿 대면서 그들의 작품이나 특징을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일반인이 몇이나 될까? 미술은 그 자체로도 어렵지만 사실 현대 미술은 더더욱 어렵고, 그 중에서도 한국 현대 미술은 더욱 종잡을 수 없는 느낌이다. 나처럼 이렇게 느낄 사람들을 위해, 백그라운드아트웍스 필자들은 우리나라의 동시대 작품들을 여럿 소개하면서 미술을 우리가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게끔 유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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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BGA가 나만의 시선으로 감상하는 법에 대한 방식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이대로 감상을 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말 그대로, 미술 감상은 굉장히 사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보는 그림'에 담겨있는 필자들의 글도 보면 굉장히 사적이다. 각 필자마다 가진 경험과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설령 이들이 똑같은 작품을 보고 글을 썼다 한들 그 글의 내용은 상이했을 것이다. 사소하고 작은 경험과 순간들이 모두 쌓여 그것이 내가 되었고 내 가치관이 된 것이기에, 우리는 서로 같은 것을 보아도 다르게 느낄 수밖에 없다. 미세하게 동질감이 드는 감상을 가질 수는 있어도, 그것이 결단코 완전히 일치하는 감상이 되지는 않는다.


이런 측면에 집중한다면,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감상의 틀은 사실 우리 일상의 사적인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생각도 해봄직하다. 서문에서 BGA가 밝힌, '세상은 경이로운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으며 미술가들은 이런 아름다움에 집중한다'는 문구는 비단 그들에게만 적용되어야 할 문장이 아닌 것이다. 삶의 매순간에 녹아있는 그 경탄을, 우리는 얼마나 세세하게 느끼고 살아가는가? 그런 삶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고 생각하는 법을 터득한다면, 그것이 예술을 감상하는 데 있어 적용되지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


자유롭게 감상할 줄 안다는 것은 그만큼 제약없이 생각할 줄 안다는 것이다. BGA는 필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독자들이 자유로운 작품 감상의 입구에 들어서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꼭지마다 읽어가다보면 그런 마음이 여실히 느껴졌다. 우리가 어떤 작가와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작가의 이력과 배경을 알면 거시적인 차원에서 작품의 제작의도를 유추해보기 쉬울 것이다. 그렇지만 작품을 작품 자체만으로 받아들이는 감상의 방법도 있다. 이렇게 감상하고자 한다면 그건 감상하는 사람의 경험과 생각, 감정이 녹아들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자유롭게 스스로 감상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백그라운드아트웍스의 글은 편안하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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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A 필진들이 '내가 읽는 그림'을 통해 다룬 작품과 글들 중에 좋았던 것이 너무 많기에 하나만 꼽는 게 참 쉽지 않다. 그렇지만 새삼 나도 내 개인적인 경험과 맞물려 책을 덮은 후에도 유독 기억에 남았던 글과 작품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정다은 필진이 쓴 '유영하는 감각'은 그의 글을 보아도, 그리고 그가 소개한 홍영주 작가의 사진 작품 <스윔, 스윔>을 보아도 참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당장 이번 달에, 회색 도시 속에 있으면서도 바다와 가까이 있는 수영장을 갈 예정이다. 숙박시설 내의 수영장을 이용하면서 푹 쉴 생각을 했던 나는, 그런 계획을 세우고도 문득 생각했었다. 수영이 참 뭐길래 쉬려고 한 때에도 이렇게 나는 이걸 하려고 하는 걸까. 물 속에서 헤엄을 치거나 그저 둥둥 떠다닐 뿐인데, 이상하게도 수영을 할 때면 마치 비현실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아주 약간, 해외여행 갔을 때 내가 일상의 시계를 멈춰놓고 돌아다니는 기분이 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정다은 필진이 쓴 글은 바로 그 느낌을 그대로 포착했다. 이를 두고 정다은은 물이 있는 곳에서 달라지는 우리의 감각에 집중하여 우리가 유영하는 감각을 좇는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위치한 홍영주 작가의 사진은 말 그대로 그 느낌을 잘 전달해주는 에픽이었다. 수영장 안에서 물 밖으로 나가는 그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내가 지금 유영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그렇게 수영장 속에 있을 때 볼 수 있는 반짝이는 윤슬, 코를 감싸는 수영장 냄새, 울려퍼지는 소리, 부드러운 물의 촉감까지 모든 것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프레임 속에 그 느낌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었을까? 홍영주 작가는 이 사진을 보는 관객들이 그 모든 것을 상기하게 되리라는 걸 알았겠지? 예술가의 그 감각이라는 건 어떤 걸까 너무 궁금해졌다.


어쩌면 최근에 올해 초에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사진전을 보았기에 이런 수영장의 일부를 담은 홍영주 작가의 작품이 더욱 나에게 와닿는지도 모르겠다. 당장에 최근에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도 보고 왔으니, 물에 대한 감각이 유독 되살아났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작품을 바라보면서 필자의 글로 더욱 생생하게 내 마음 속에 일어난 파문을 곱씹어보는 건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었다. 책을 통해 내 감정을 더욱 잘 풀어서 얘기해주는 글을 보는 것도, 내 기억을 되살리는 작품을 만난 것도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그의 다른 작품까지도 더욱 알고 싶어지는 예술가를 만났으니 이 얼마나 천재일우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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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내가 읽는 그림'을 펴는 순간까지도 나도 모르게 BGA에서 '어떤 감상법을 알려줄까?'하는 생각을 내심 마음 한 구석에서 하고 있었다. 또 다른 감상법이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는 건 결국 또 다른 방식의 정답찾기를 하려던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예술에 정답이 없듯이, 예술을 감상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정답은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만의 시선을 어떻게 더 세밀하게 다듬어나갈 수 있을 지에 대해, '내가 읽는 그림'의 필자들을 통해 조금씩 영감을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독자들의 감각을 다듬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BGA가 정말 감각적인 플랫폼이라는 것을, '내가 읽는 그림'을 통해 BGA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읽는 그림'은 책의 디자인부터가 아주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책의 겉면을 보면 책 표지를 마치 띠지마냥 얇은 표지가 또 하나 덮고 있는데, 이렇게 겹표지를 입히면서 책의 겉면만 독특하게 만들어둔 것이 아니라 제본도 사철제본 방식으로 만들어서 커버 안쪽의 모습까지 비범하게 만들었다. 독특하게 예쁜 책 표지에 심미적인 즐거움을 느끼고, 책을 펼쳤을 때 저항없이 옆으로 쫙 벌어지는 것에 놀라고, 책 커버를 젖혀본 다음 예쁘게 만들어진 사철제본 모습을 보고 또 하나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 책을 쥐고 펼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었다.


미술을 나만의 시선으로 읽어보고 싶은 사람, 특히 그 중에서도 동시대 미술에 대해 관심이 있고 이를 더 알아가고 싶은 열망이 있는 독자들에게 '내가 읽는 그림'은 등대가 되어줄 것이다. 백그라운드아트웍스의 이 첫 저작은 내가 지금 어디 쯤에 있는지조차 알기 쉽지 않은, 예술 감상이라는 망망대해를 끝없이 부유하고 있었던 일반 관람객에게 큰 줄기의 방향성을 제시해주었다. 이 다음에 그들이 우리에게 제시해줄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 감각으로 담아낼 다음 것들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내가 읽는 그림

숨겨진 명화부터 동시대 작품까지 나만의 시선으로 감상하는 법


지은이: BGA 백그라운드아트웍스

분야: 예술, 미술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페이지: 304쪽


정가: 22,000원

ISBN: 979-11-6812-601-5 (03600)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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