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쩌다 어른 [도서]

글 입력 2023.03.31 13:1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크기변환]어쩌다어른_표1띠지.jpg

 

 

'어른 됨'의 부담을 느끼며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곤 하는 기분의 등락 등 저자의 좌충우돌 삼십 대 시절이 오롯이 담긴 에피소드들이 새롭게 개정판에 선별되었다. 여전히 서툰 어른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2023년의 '작은 어른들'에게 말을 건다.

 

먼저 통과해온 '어른의 시간'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다가올 '어른의 시간'에 대한 낯선 기대를 품어보라고.


 

후회는 영혼을 갉아먹는 병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는 행위 자체는 어쩌면 인간의 본능이자 중요한 임무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애써 과거를 곱씹지 않겠다고 결심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30페이지

 

 

난 아주 가끔 ‘왜 이렇게 싫은 사람들을 되뇌는가.’ 생각한다.

 

송두리째 딜리트(delete) 키로 없애버리면 좋으련만, 좋은 때에 나타나서 재수도 없게 말이지,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가, 본능이라니 할 말이 없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후회나 과거의 일화 덕에 사람을 구분하고 상황을 구분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래, 겪을수록 그다음 번에 드는 시간은 줄어들 테지.

 

 

생각해보면 그날 아침 마주쳤던 직진본능 기사님처럼 세상에는 좋아하지도 않고 잘하지도 못하는 일을, 그저 일이기 때문에 땀 흘리며 해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어쩌다 보니 내가 하게 된 이 일에서 나의 취향이나 적성에 맞는 부분을 찾아내고, 그것을 즐기며 해내는 게 최선이 아닐까. 61페이지

 


또 배운다. 20대 초반엔 그랬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골라야 한다면? 좋아하는 일을 골라야 한다고.

 

좋아하는 일이 뭘까 지겹게도 고민했고, 현재는 이런 질문에 꼬리질문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면 항상 바뀌었기 때문이다. 20대 중반부터는 그랬다. 일이면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그게 효율적이고, 좋아하는 건 취미로 즐기면 된다고 생각한다.


지나가다 본 유튜버가 한 말을 캡처해둔 적이 있었다. 하나만 쫓지 않고, 다른 일이 주어졌을 때도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면 그걸로 되는 거라는 말이었다. 일에 관한 그 어떤 고민이라도 아우르는 말인 것 같아 동그라미 쳐놓았다. 나에게 맞는 부분 찾아보고 의미 집어넣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자 사회적인 존재라 했던가. 취향은 늘 바뀌고, 일에 따라 성향도 바뀐단다. 상사의 성향에 따라선 특히 더 그런다고 직업상담사에게 전해 들었다.

 

경제활동이란 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주변 환경이나 함께 하는 사람들에 더욱 영향을 크게 받으니, 요샌 일과 나와의 궁합보다 사람 잘 만나는 게 먼저인 것 같다는 근원적인 생각도 해본다.


 

131.jpg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의 나를 꿈꾸는 이들에게. 당신이 정말 진지하게 다른 나라에, 다른 회사에, 다른 학교에 가면, 새로운 나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말해 줄 수 있다. ‘새로운 나’ 같은 건 없다. 나는 나이기 때문에, 이런 나를 어딘가에 옮겨 놓는다 해도 삶이 극적으로 바뀌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81페이지

 


맞는 것 같다. 장소만 변하지 사람은 잘 변하지 못한다. 카멜레온도 아니고. 새로운 나로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환경이 변화하면 내 기분은 좀 더 나아지는 건 맞는 것 같아 가지고 온 문장이다. 방 구조를 좀 바꿨는데 별거 아니지만 그 느낌과 기분이 좋았었다.


만약 내 느낌을 괜찮게 하고 싶다면, 물건들의 자리를 한 번 바꿔보는 것도 좋지 않겠나 싶다. 새로운 장소를 원하는 마음 안에는, 일상의 변화를 원하는 마음이 있으니 말이다.

 

 

지나던 선생님이 말했다. 너는 덩치도 ‘산’만한게 애처럼 울고 그러니? 뚝 그쳐라. 예민한 여중생에게 산이라니요. 설악산입니까 한라산입니까 선생님.

 

식당에 들어갔는데 ‘말’만 한 처자가 앉아 있더라구. 말이라니요. 조랑말입니까 유니콘입니까 이 아저씨야. 105페이지

 

 

책 보고 빵 터졌다. 별 생각 없이 보다가 받아치는 말이 웃겨서 보고 또 봤다. 그러게, 무슨 산이래, 뭔 말이래?

 

 

만약 이 세상의 만화방이 다 사라지는 시대가 오면, 나는 세상의 마지막 만화방 주인이 되어야겠다. 누군가 어떤 만화를 찾으면 3초안에 알려주는 유능한 만화방 주인이 되련다. 168페이지

 


나는 세상의 마지막, 배바지 입고, 바다 보이는 곳에서 ‘-순이’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키우는 노인이 되고 싶다. 목줄 없이, 개나 나나, 자유롭고 편안하게 말이다. 유튜브 동물농장을 보면 목줄 없이 시골에서 달리고 놀고 바다에서 노는 개들이 잘 웃고 행복해 보이더라.

 

보고 있음 덩달아 내 기분이 좋아져서 챙겨보는데, 아무래도 그렇게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서지유.jpg

 

 

[서지유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