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 책을 읽고 당신은 SF에 '빠졈다.' - 미래과거시제

글 입력 2023.03.31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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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에는 시제를 나타내는 선어말어미가 있다. 과거 시제 혹은 완료를 나타내거나 그 두 가지를 겸하는 ‘-았/었-’과, 미래 시제를 보이거나 추측·추정·미정을 나타내는 ‘-겠-’이다. 그런데 미래와 과거가 함께 공존하는 시제가 있다면, 그건 무얼 뜻할까?

 

이 책에선 추측이 아닌 미래 시제와 과거 시제가 합쳐진, 선어말어미 ‘-암/엄-’이 등장한다. 이는 ‘미래의 일을 마치 과거에 직접 겪은 것처럼 확신을 갖고 말할 때’ 쓰는 언어다.


예를 들어, 누군가 ‘이 책을 읽고 당신은 SF에 빠졈다.’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당신이 이 책을 읽고 SF 장르에 빠진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건 분명히 미래시제 ‘-겠-’과는 다르게, 추측이 아닌 확신을 의미한다.


어떻게 확신할 수 있냐고? 당연히 지금 현실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현재 우리의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니 말이다.

 

하지만, 만약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그래서 과거로 돌아가 미래에 일어날 사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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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freepik


 

<미래과거시제>는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세계의 인물이, 미래에서 온 시제를 해석하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이 책에 실린 단편 소설 중 하나며, 이 책에는 총 아홉 편의 소설이 실려있다.


현재 국내 SF 작가들의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이 책은, 한국 SF를 대표하는 배명훈 작가가 팬데믹과 AI 시대를 지나오며 집필한 단편소설집이다.


나는 하나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점점 실마리가 풀리면서, 어느 순간 눈은 커져 있고 어깨는 올라가 있는 내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야기가 마무리될 무렵에는, 마치 숨을 참고 뛰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숨을 크게 뱉으니 마침내 현실로 돌아온 것만 같았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매 이야기 끝에 있는 작가 노트를 읽을 때면 매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지?’하고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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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freepik

 

 

나는 대체로 잔잔하지 않은 SF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선호하지 않는다. 번쩍이고 쓩쓩터지는 효과는 내 정서에 그다지 맞지 않아서다.


또 SF는 단순히 현실과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나는 SF가 그저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즐거움의 도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나의 편견을 순식간에 깨부쉈다. 작가가 보여준 상상의 힘은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생산자 편에서만 일하는 로봇이 아닌 소비자 로봇, 코로나 시대를 시작으로 몸 안에 있는 공기를 뱉는 파열음이 제거된 세계 등. 그가 보여준 세상은 실제 세상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현실을 누구보다 깊이 통찰해 반영한 결과물이다.

 

지난 몇 년간 SF소설과 영화가 다양하게 발전해오고 있다. 이는 분명 과학적 발전이 배경이 되어 가능했던 것 같다. 커지는 꿈과 상상은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리 말도 안 되는 먼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었다면, 읽는 동안 머릿속에 그렸던 이미지들을, 마치 틀린 그림 찾기처럼 표지 속에서 찾아보길 추천한다. 아마도 읽고난 후에는 표지 그림이 덜 난잡해 보일 것이다. 그리고 분명 재밌을 것이다.

 

아니, 당신은 훨씬 재.밈.다?

 

 

[김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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