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죽음에 당하지 않기 [도서/문학]

책 <죽음의 에티켓>,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글 입력 2023.03.3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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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움트는 봄에 꺼려지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죽음’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자료를 살펴보면 겨울에 비해 ‘봄’이라는 계절은 사망자수가 적어 통계적으로 봤을 때에도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차이는 미비하다. 즉, 따스한 봄이라고 해서 차가운 ‘죽음’이라는 사건이 피해가지는 않는다. 죽음은 계절을 가리지 않으며 언제 찾아와도 이상할 게 없다. 정확히 말하면, 언제 찾아와도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당신이 죽음을 겪어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야 한다. 물론 당신의 것이 기억난다면 그것도 좋다. 여기서는 그 빈자리가 확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가족, 친구, 반려동물 등으로 제한하겠다. 세월호사건, 이태원참사 등과 같이 나와 관련된 이들이 희생되지 않았더라도 사람들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유발할 정도로 체감되는 사건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나의 죽음’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것은 전자일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어머니의 사례를 들어보자면, 20대 후반 아이 두 명을 키워 내셨을 정도의 나이가 되셨지만 최근에서야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내는 경험을 처음 맞이했다. “생각보다 눈물이 나지는 않더라”, “실감이 안난다”, “장례식장에서 상주가 밝은 것이 화가 난다”는 등의 말을 나에게 쏟아내셨다. 그에 반해 나는 꽤나 죽음에 가까웠다. 친구들이 상주였던 장례식도 학생 때부터 여러 차례 오갔고, 의지하던 친구도 20대 초반에 보냈다. 어쩌다보니 준비되지 않은 죽음에 대해서 엄마에게 위로의, 조언의 말을 해 주는 형국이 됐다. 어머니는 이 날이 되어서야 주변의 죽음을 수집하고 자신의 마지막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셨다.

 

언급한 바와 같이 나는 죽음을 곁에서 목격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이것에 대한 고민도 일찍이 있었다. 제일 최근에 친구와 나누었던 대화는 “납골당이 외진 곳에 있으면 방문하지 않게 된다.”, “고양시에 도로 한복판에 있는 납골당이 이해가 된다.”, “접근성이 좋은 납골당은 대기해야 한다.”, “자손이 비용을 체불하게 되면 유골함은 자리를 빼고 지하실로 내려가야 한다.”는 식이었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친구의 집안 풍습이 있다. 집에서 인접한 산에 있는 나무에 유골을 뿌리는데, 그 나무들이 한 데 모여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정면에 있는 나무가 증조 할머니의 것이라면 왼쪽은 고모부, 오른쪽 나무는 할아버지, 이런 방식으로 자리를 배정해 자손들이 인사를 한 번에 마칠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이토록 죽음은 지극히 현실이다. 그러나 죽음을 겪어본 적이 없다면, 아주 공상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래서 여러분들께 두 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죽음의 에티켓 – 롤란트 슐츠


  

“웰다잉(well-dying)”은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개념은 현대에 들어와서 생기기는 했으나, 고령화가 가속되고 연명치료의 필요여부가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한웰다잉협회>라는 보건복지부 산하의 단체가 있을 정도로 아주 중요하다. 어렸을 때 체험학습 등에서 ‘유서쓰기’ 등을 해 본 기억이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내 기억에 의하면 웃으면서 시작했던 친구들은 진지해졌고, 울기까지 했다. 다 작성한 뒤에는 초연해보이기까지 했다. 내가 영생하지 않음을, 생(生)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사(死)가 있음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있었다.

 

우리 모두는 이번 생이 처음이다. 그리고 이번 죽음도 처음이다. 서서히 죽음에 다다르는 ‘나’의 모습이 누구에게나 익숙할 리 없다. 그래서 저자는 그 과정을 상세하게 묘사하면서 죽음을 대면하도록 돕고자 한다. 책은 줄곧 2인칭으로 서술되어 있어 마치 유체이탈하여 나의 죽음을 관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저자는 이렇게 간접 체험을 통해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예의’를 갖출 시간을 충분히 갖기를 바란다.

 

그는 사람이 죽어가는 과정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가장 편안한 죽음은 수면 아래에 있다고 하지만, 병사에 이르기까지가 순탄하지가 않다. 그는 죽음 전에 나타나는 여러가지 증상 – 가려움증, 불면, 과다수면 등 – 과 함께 죽음의 첫 증상을 보인 사람들의 후기까지 옮겼다. “어느 날 아침 거울을 보면 도무지 내가 알지 못하는 낯선이가 보인다고.”,

 

그러니까, 사람은 한 순간에 죽지 않고, ‘죽어간다’. 우리가 생각하는 편안한 죽음은 없다. 뿐만 아니라, 사후에 점차 몸의 어느 구석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지, 체액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는지 그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염을 하는 과정, 장례식의 시간 분배까지도. 다시 말하지만, 죽음은 현실이다. 이 솔직함이 오히려 여러분들께 어렸을 적 겪었던 초연함을 어른의 것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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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유성호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준비하라!”, 책의 뒷표지에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는 글귀이다. 생과 사는 대척점에 있다. 그리고 한 쪽에 대한 탐구는 다른 한 쪽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원래 반대말이라는 것이 그러하다. 이 책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서 익숙한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님이 써내셨다. 역시 죽음을 자세하게 통찰하고 준비하라는 것이 주 골자이며, 덧붙여 삶의 소중함을 잊지 말 것을 계속해서 말하고 있다.

 

‘죽음’이라는 것이 마음의 고통 이외에도 많은 범주에 속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살과 타살 이외에도)죽음의 원인과 종류가 판단지어져야 하고, 이를 통해 행정적 처리가 이루어지고, 이 행정 처리는 다시 국가가 정책을 결정하는 데 이용된다. 미시적으로는 가슴 아픈 ‘사건’이지만 거시적으로는 ‘현상’이고, 개인적인 일이라고 여겼던 ‘죽음’이 사실은 사회적으로 유발된 것일 수 있다는 관점을 통해 보다 객관적인 시야를 보여준다.

 

죽음에 관한 태도 3가지, 죽음의 5단계, 사망 원인을 판단하는 방법 등 학술적인 개념이나 실제로는 가장 밀접하고 세세한 언어를 통해 죽음을 전달한다. 차마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이 주제에 대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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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주변인들은 연명치료 여부, 장례 방식, 재산 분배, 하다못해 SNS 계정 관리까지 나의 부재에 슬퍼하기보다 일에 치여 살게 될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지만 웰다잉을 준비하라는 것이 아주 피곤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잘 살아내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가? 마지막까지 나의 감정을 보다듬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서, 내 죽음을 내가 준비해야 할 이유는 무수히 많다. 죽음이 각자의 것이고, 각자의 죽음이 다 다르듯이,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하는 이유도 다를 것이니, 자신의 죽음에 대한 고찰을 시도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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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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