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약해질 결심

약해지고 싶은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글 입력 2023.03.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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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하다. 어떤 문제에 닥치면 무너지지 않고 이겨내려 한다. 누군가 날 밀치려 한다면, 나 또한 가만히 있지 않고 두 배 이상으로 갚아주려고 한다. 누가 감히 날 막겠는가.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고 말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속으로만 수도 없이 외친 말들의 일부였다. 사실 난 엄청 약한 사람이다. 누군가의 말에 쉽게 상처받고 우울해진다. 하루 종일 그 말을 떠올리며 어떻게 하면 내가 그 말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강한 척이라도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었다. 첫째로서, 딸로서, 모임의 장으로서 나는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늘 단단하고 든든한 사람 그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진짜 강한 사람이라고 착각이 들 때가 많았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친구가 큰 고민을 가지고 나에게 털어놓았다. 그 친구의 고민을 내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열정을 가지고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세웠다.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아무리 큰 고민이라도 다 해결이 될 것만 같았다. 또한 나는 나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 그들을 용감하게 대응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말하는 나와 실제의 나는 다르다고 그리고 그들이 아무리 뭐라고 하더라고 나는 꿈쩍도 안 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이건 한순간에 무너진다. 내 해결책이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 그리고 내가 싸움에서 할 말이 없어질 때 말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깨닫는다. 나는 강한 것이 아니라 강한 척했던 거구나. 그리고 더 이상 강한 척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짜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이 든다. 척하지 않아도 누구나 우러러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말이다. 그러나 요즘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냥 약한 사람으로 살면 안 되는 걸까?”
 

 

나는 왜 약한 사람으로 살기 원하지 않는 것일까. 그동안 나는 상대방의 즐거움에 따라 인생을 살아왔다. 나의 행동으로 누군가 행복하지 않다면 그 행동은 옳지 않다는 방식을 받아들여왔다. 물론 다 틀린 말을 아니지만 정작 내가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나를 희생하더라도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을 그동안 강하다고 착각했다. 나를 먼저 돌볼 여유가 있는 것 그것이 오히려 단단한 마음을 가지기 위한 준비단계라는 것을 크게 간과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약해지려고” 한다. 내가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약해질 수 있을지 지금부터 고민해 보고자 한다. 그전에 약해진다는 것이 정확히 나에게 무슨 의미인지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약하다는 것은 약해져도 충분히 괜찮은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동안 내가 강한 척해왔던 만큼, 앞으로 나는 약한 척해서라도 약해지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다. 예를 한 가지 들자면,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을 내가 정말 못하는데 상대방의 리액션을 너무 신경 쓰지 않고 그 사람에게 오로지 의지해 보는 연습을 하는 것도 약해지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책임감에 아주 큰 집착을 가지고 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내야만 직성이 풀린다. 책임을 진다는 것, 이것은 나에게 가장 강한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편한 마음으로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없는 것처럼 아주 강한 의지가 있어야 모든 일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럴 때마다 내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힘을 빡 주고 일에 최선을 다할 때마다 일의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되려 나를 걱정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내 건강이 좋아지지 않기 시작했다.

 

이로써 나는 확신했다. 강한 척, 뭐든지 할 수 있는 척에는 한계가 존재하고 내가 약하다고 인정하는 순간부터 진짜 나의 순간이 시작된다는 것을 말이다. 정말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나의 이런 모습이 어울리지 않고 나다운 모습을 마음껏 보여달라고 말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왜 내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왜 그렇게 무서웠는지 싶다. 있는 그대로의 약한 모습을 받아들여주는 주변 사람들이 있기에 나는 이제 좀 힘을 풀고 마음껏 약해져 보고자 한다. 하루아침에 그 모습이 완성되지는 않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강하게 마음먹는 것이 아니라 말의 고삐를 풀 때처럼 나를 평온한 들판에 풀어놓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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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없이 말한 것 같지만 정리하자면 나는 나를 길들이려고 했던 사람이다. 이렇게 심오한 자기소개를 하면서 다시 한번 내가 약해지려는 결심을 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싶었다. 아트 인사이트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하며 글을 쓰면서 내 약함이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있는 그대로의 날 것.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내가 쓰는 글 하나하나마다 느껴졌으면 좋겠다. 물론 그런 나의 약함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는 반대로 강함을 부여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약한 사람도 이런 글을 쓸 수 있구나라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언론을 전공하고 미술을 사랑하는 23살 대학생인 나는 앞으로 내 약함을 어디에 쓸지도 고민해 볼 것이다. 강한 사람만 자신의 강함을 이점 삼아 남을 도와주는 현상은 너무 재미없지 않은가. 사람의 약함이 쓰일 수 있는 곳도 분명 존재하지 않을까. 내가 가지고 있는 약함은 누군가에 대한 눈치를 많이 보고, 혼자서 다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인데 이런 나의 약함이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되려 강한 힘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약함을 이용해 상대방의 강함을 이끌어내는 人”

 

그런 사람이 되어 나처럼 강한 척하는 사람들에게 용기 있게 약해져도 된다고 외치고 싶다. 그리고 이제 강한 척 그만하며 살아가고 싶다. 내가 다시 강한척하려고 할 때 이 글을 읽은 누군가 나를 막아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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