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 - 유니버셜 발레단 '코리안 이모션 정'

가장 한국적인 발레
글 입력 2023.03.2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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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라는 말을 가슴으로 이해하게 되었던 유니버설 발레단의 ‘정’ 무대를 보고 왔다.


이번 무대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2023년 신작이자 첫 번째 정기공연이다. 한국적인 선율 위 한국인 고유의 ‘정’을 담아낸 음악과 드라마틱한 안무로 공연 65분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질 만큼 볼거리 많은 공연이었다. 국악 크로스오버와 네오 클래식 발레의 만남이라는 ‘퓨전’ 형식도 독특하게 다가온다. 낯설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너무 자연스럽고 물 흐르듯 섞이는 두 장르의 조화를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했던 것 같다.


공연은 총 9가지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1. 동해 랩소디 Rhapsody of the East Sea - 앙상블 시나위

- 8 커플의 무용수들이 함께 추는 군무


2. 달빛 유희 Dancing Moonlight - 앙상블 시나위

- 여성 4인무 (Pas du Quatre)


3. 찬비가 Cold Rain - 앙상블 시나위

- 남성 4인무 (Pas du Quatre)


4. 다솜 Ⅰ Dasome Ⅰ - 피터 쉰들러 (Tristesse D` Amour)

- 여성 2인무(Pas du deux)


5. 다솜 Ⅱ Dasome Ⅱ - 피터 쉰들러 (Prelude)

- 남성 2인무(Pas du deux)


6. 미리내길 Mirinaegil - 지평권

- 2인무(Pas du deux)


7. 비연 Bee Yeon - 지평권

- 4 커플의 무용수들이 함께 추는 군무


8. 달빛 영 Moonlight Young - 지평권

- 2인무(Pas du deux)


9. 강원, 정선 아리랑 Arirang - 지평권

- 12 커플의 무용수들이 함께 추는 군무

 


한 공연이 끝날 때마다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가장 한국적인 공연이라는 점이 와 닿았던 부분으로는 특유의 너울거리는 안무, 가야금이나 아쟁과 같은 전통적인 악기의 선율, 그리고 나풀거리는 한복 의상을 꼽을 것 같다. 특히나 한복 특유의 물 흐르듯 너울거리는 의상이 부드럽고 힘 있는 안무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끊김 없이 부드럽게 때론 강하게 이어지는 동작들은 한복의 색을 입고 더욱 애절하고 애틋한 서사를 담았다. 


한국인을 대표하는 정서인 ‘정’을 여러 방식으로 다양하게 표현한 점도 인상깊었다. 모녀 자매간의 정, 형제간의 정, 부부간의 정, 남녀간의 정을 각각 9개의 무대로 풍성하게 담아냈다. 


파워풀하게 공연의 포문을 열었던 가장 첫 번째 무대가 기억이 난다. ‘동해 랩소디’는 2012년 발매된 앨범 [시간 속으로]의 첫 번째 트랙으로 자진모리와 드렁갱이 장단에 선율을 주고받으면서 자유로운 즉흥연주를 통해 축제를 벌이는 곡이다. 총 16명의 남녀 무용수들이 파워풀하고 강렬하게 추는 춤에서는 한국인 특유의 흥과 에너지가 많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무대는 세 번째 남성 4인무 무대인 찬비가였다. ‘영혼을 위한 카덴자’(2010) 앨범 수록곡으로 경기 도당굿의 6박 도살풀이 장단을 가야금과 아쟁이 선율로써 주고받는 곡인데, 매난국죽의 사군자가 생각나는 동시에 분위기에 너무 잘 맞는 노래였다고 생각한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동시에 절대 꺾이지 않을 듯 단단한 발레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게 된 무대였다고나 할까. 자연을 벗 삼아 여유롭고 한가하게 이 세상을 즐기는 선비의 유유자적한 풍류가 느껴졌다. 전통적인 선비들 특유의 멋스러움과 단아함이 함께 묻어나는 무대이기도 했다.


부부간의 정을 애절하고 아름답게 담아낸 6번째 ‘미리내길’과 8번째 ‘달빛 영’의 무대도 많이 기억에 남는다. ‘미리내길’은 죽은 남편에 대한 아내의 그리움을, 반대로 ‘달빛 영’은 죽은 아내에 대한 남편의 그리움을 형상화한 무대였다. 오시지 않는 임을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애절하고 절절한 정서는 뿌리깊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정서 중 하나이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그린다는 것, 때론 영원히 볼 수 없는 상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시대를 초월해서 우리 모두를 가슴 아리게 한다. 선명한 색감들과 더불어 닿을 듯 어긋나는 안무, 닿을 듯 닿지 않는 두 인물들의 손 끝에 숨죽여 집중하게 된다. 결국 닿지 않고 멀어진 손끝과 함께 서서히 멀어지는 음악은 크나큰 여운을 선사한다.


마지막은 국악, 성악, 클래식과 발레가 함께 어우러지는 ‘강원, 정선 아리랑’으로 마무리되었다. 첩첩산중 위 떠오르는 아름다운 태양을 배경으로 함께 어우러지는 남녀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춤사위를 보고 있자면, 하늘과 땅, 음과 양, 더 나아가 세상 만물의 조화로운 숨결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한바탕 아름다운 꿈을 꾼 것처럼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공연이다.

 

무대를 마치고 나오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라는 흔하고 뻔한 구절이 생각날 수 밖에 없었다. 문화 예술이란 삶을 참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앞으로의 유니버셜 발레단의 행보가 기대된다.

 

 

2023 정기공연 코리아이모션 포스터.jpg

 

 

[박주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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