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비행기에서 내리니 5년이 지나있었다 [드라마/예능]

미스터리 SF 미드 <매니페스트>
글 입력 2023.03.2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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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페스트의 주역들인 산비, 지크, 미케일라, 벤, 캘, 올리브, 그레이스, 재러드.

인도계, 쿠바계, 그리스계 등 다양한 인종구성이 눈에 띈다.

 

 

내 넷플릭스만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항상 들어갈 때마다 메인 화면에 이 드라마가 떠 있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어질 때쯤 도대체 무슨 드라마인지나 보자 싶어 눌러봤다.

 

‘뉴욕에 도착한 828편 비행기. 착륙 직후 승객들은 자신들이 수년간 실종 상태였다는 믿을 수 없는 얘기를 듣는다. 이후 그들은 불가사의한 현상을 겪기 시작하는데.’가 시즌1 첫 화의 줄거리였다.

 

시간여행, 블립물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울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다뤄졌는데, 이 소재로 미국 드라마가 시즌4까지 만들어졌다는 건 시청률이 높다는 증거라 딱 한 편만 보고 더 볼지 말지 결정하기로 했다.


<매니페스트>는 부모님, 아내, 딸을 먼저 뉴욕으로 돌려보낸 벤, 뉴욕에 도착하면 약혼자 재러드의 프로포즈를 승낙하려고 마음을 먹은 미케일라, 뉴욕으로 돌아가 항암치료를 받을 캘을 비롯한 스톤 가족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들이 828편 승객들 중 가장 먼저 환청을 듣고 이야기를 이끌어가지만 이들만이 주인공은 아니다. 나머지 승객에게도 그에 맞는 서사를 부여하고 스톤 가족들과 함께 828편에 얽힌 사건을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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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청과 환각을 무시하려고 해도 승객들은 무조건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해서든 따를 수밖에 없게끔 연결 짓고, 다른 승객은 물론 자신도 위험해질 수 있어 악용할 수도 없다.

 

이 환청과 환각은 드라마 속에서 ‘계시’라고 부르는데, 계시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매니페스트>는 생각보다 종교, 신화적 색채가 짙은데다가 대놓고 신의 존재와 천사를 언급한다.

 

처음에는 이런 요소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여기저기 많은 곳에서 레퍼런스를 가지고 와 이야기를 이어가는 걸 보면 거부감이고 뭐고 그저 감탄스럽다. 초반에 잠깐 흘러가듯이 언급한 내용이 한참 뒤에 다시 언급되기도 하는데 그게 이렇게 된다고? 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사소한 디테일까지 신경 써서일까 원래 <매니페스트>는 시즌 3까지 NBC에서 방영되었다가 캔슬됐다. 이후 넷플릭스에 업로드 되자 반응이 좋아 캔슬이 없었더라면 시즌 6까지 제작할 내용을 시즌 4까지로 줄이는 조건으로 제작될 수 있었다고 한다.

 

원래 시즌 6까지 제작하려고 했을 때는 828편 승객들의 계시를 더 다룰 생각이었다고 하는데, 재밌게 보긴 했지만 <스톤 가족이 받은 계시 -> 스톤 가족과 똑같은 계시를 받은 828편 승객 찾기 -> 계시가 원하는 답 함께 찾기 -> 해결> 순으로 계속해서 반복되는 구조가 퀘스트를 깨고 다음 단계로 가는 스토리가 있는 게임 같아 지겹게 느껴지기도 해서 결말은 그대로 갖고 가되 기존의 승객들과 스토리에 더 집중해서 시즌을 줄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느껴졌다.

 

*


계시를 믿고 따라 정의롭고 올바르게 해석하여 모든 승객을 몬테고 828편에서 하차시키려는 스톤 가족들과 그런 스톤 가족들에게 호의적이고 선한 사람들만 나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그래서 이런 반복되는 구조 속에 828편 승객들을 신처럼 떠받드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사이비 교리를 창시한 에이드리언, 계시를 역으로 이용하는 이건 등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계속 등장시켜 발암은 유발할지언정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든다.

 

828편 비행기를 탄 승객들의 입장에서는 한 시간 전에 봤던 가족, 연인, 친구인데 상대방은 나를 5년 전에 죽었던 사람으로 생각하고 어색해한다. 어색해하기만 하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벤의 아내 그레이스는 5년 사이 상담을 통해 만난 대니와 사실혼 관계에 딸 올리브는 자신이 아닌 대니를 아빠라고 여기고 거리를 둔다.

 

미케일라의 약혼자였던 재러드는 자신의 절친 루디스와 결혼을 했다. 초반에는 남겨진 사람들과 돌아온 사람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는데 그 과정이 좀 길게 느껴지기는 했다. 그래도 부부고 부부가 될 뻔한 사이였는데 계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면 그 과정이 반으로 확 줄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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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과정은 거들 뿐, 조악한 계시 CG가 복병이었다.

 

처음에는 웃기려고 넣었나 싶었는데 등장인물들이 너무 심각하게 대화를 주고받아서 당황스러웠다. 초반에는 시청률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CG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려고 한 건 이해가 되는데 파이널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도 CG가 크게 발전한 게 없다. 실감나게 겁에 질리고 난기류로 온 몸이 덜덜 떨리는 걸 연기한 출연진들이 조악한 CG를 납득시킨다.

 

그리고 다양한 인종 구성이 이 드라마를 계속 보게 만들었다. 한 편만 잠깐 나오고 마는 역할이 아닌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이 인도계 성소수자 여성이다.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주연 중에 아시안이 없다는 게 더 웃길지도 모르지만 구색 맞추기 식으로도 아시안을 출연진에 넣지 않는 드라마가 아직도 숱하다. 이런 상황에서 워커홀릭 인도계 성소수자 여성, 그것도 과학자라니. 안 볼 이유가 없다.


새로울 게 없는 소재니 한 편만 보고 결정해주지라는 처음 마음가짐과 달리 어느새 작년 11월에 공개된 시즌4 파트 1까지 다 보고 파트 2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아는 맛이 무섭다는 말은 드라마에도 해당되는 말인가 보다.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유종의 미를 거둬주기를 바라본다.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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