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몬순

글 입력 2023.03.2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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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몬순_포스터.jpg

 

 

우리 곁에 불어오는 전쟁의 파편에 대하여


전쟁과 무관해 보이는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통해 바라본

전 지구적 현상 '전쟁'

 

 

국립극단(예술감독 김광보)은 창작신작 <몬순>을 4월 13일부터 5월 7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선보인다.

 

<몬순>은 국립극단 작품개발사업 [창작공감: 작가]를 통해 이소연 작가가 집필한 희곡으로, 작년 한 해 동안 개발되어 올해 관객과 처음 만난다. 섬세한 인물 묘사가 강점인 이소연 작가는 근 미래 가상의 3개 국가에서 살아가는 9명의 인물을 설정하여 소속 국가도, 처한 상황도 다른 이들의 면면을 통해 전쟁이 평범한 개인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치밀하게 그려냈다.

 

계절풍을 뜻하는 단어 '몬순'은 비를 동반한 바람이다. 예외 없이 모두의 몸을 통과하고 흠뻑 적신다. 이 작품은 전쟁의 참상에 고통 받는 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그 주변부, 아무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은 일상이 지속되는 곳에도 파편처럼 스며든 전쟁의 그림자를 그린다.

 

작가는 이를 '유리 괴물'에 비유했다. 산책할 때마다 사방으로 아주 미세하고 고운 유리 알갱이를 흩뿌리는 괴물이다. 유리 입자가 너무 작아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괴물이 지나간 주변 사람들은 살갗이 찢기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작품 속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는 일은 간단치 않다. 누군가에게는 '전쟁'이 졸업 작품의 소재가, 누군가에게는 유명 사진작가로 거듭나기 위한 피사체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근무하는 회사의 주 수입원이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전쟁으로 벌어들인 돈이 자신을 먹여 살리고 있기도 하며, 무기 회사는 무기 판매 뿐 아니라 다양한 복지 사업을 통해 나름대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결국 이 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한 '모두가 전쟁의 공모자이면서 피해자'라는 무력함을 촘촘한 서사로 엮어 보여주는 이 작품은 그럼에도 굴복하지 않고 행동하는 인물들을 통해 변화의 씨앗을 보여준다.

 

또, <몬순>은 무대 영상을 이용하여 동시대 전쟁과 미디어의 관계를 영리하게 드러낸다. 3D 게임 영상이나 ZOOM 수업, 인터뷰 영상, 화상 통화 등 우리 삶과 밀접한 미디어를 무대 장치로 적극적으로 개입시킴으로써, 전쟁을 발발시키는 물밑의 '자본주의적 흐름'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미디어로만 보는 '먼 곳의 전쟁'이 실제로는 우리 가까이 영향을 미치는 전 지구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환기한다.

 

이소연 작가는 "전쟁을 기준으로 지금 내가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야기하고 있었는지를 탐구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고 작의를 전했다.

 

연출은 <로테르담>, <퀴어한 낭독극장> 시리즈 등을 통해 다양한 층위에 있는 개인의 삶을 진솔하게 그려 온 진해정이 맡았다. 조명은 <웰킨>으로 동아연극상 무대예술상을 수상한 신동선 디자이너가, 무대는 최근 <틴에이지 딕>, <견고딕–걸> 등 개성 넘치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는 송지인 디자이너가 맡았다. 극 사이사이 무대에 등장하는 영상은 2022년 국립극단 [SETUP202]에서 미디어아트 공연 <당클매다>의 연출을 맡았던 VJ 고동욱이 담당하여 모던한 무대 미학을 선보인다. 국립극단 시즌단원 김예은, 남재영, 여승희를 비롯하여 강민재, 권은혜, 나경호, 송석근, 신정연, 이주협 등 9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국립극단]몬순(2023)_홍보사진06.jpg

 

 

++

 

전쟁 중인 나라인 타트 출생 네이지는 무기 회사 직원인 차미와 그의 아들 굴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있다. 네이지는 어린 굴을 위해 밤마다 산책을 좋아하는 괴물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준다. 아직 타트에 남아 식당을 운영하는 가족들에게 세 시간마다 한 번, 위태로운 전화를 걸며.

 

대학원생 새벽은 미디어아트 졸업 전시 주제인 '전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며 전쟁에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한다. 또 다른 전쟁 국가에서 사진 취재를 하는 이삭과 타트에서 온 교환학생 코우쉬코지는 그런 새벽에게 자꾸만 혼란을 가중시킨다.

 

유치원에서 일하는 리오와 타트 출신 안무가 문은 오래된 커플로, 퀴어 페스티벌 참가를 앞두고 현실을 녹인 2인극 콩트를 만들어 선보이기로 한다. 친구 홀키를 관객으로 앉혀둔 채 장면 연습을 반복해보지만 그들은 그들의 삶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자꾸만 난관에 부딪히는데...


이들이 존재하는 동안, 방향을 알 수 없는 작은 바람이 무대의 곳곳에서 불어온다.


"차미가 서있는 그곳과 내가 있는 곳은 서로 너무 멀지만, 다르진 않다는 거."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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