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브론테 자매의 삶, 글쓰기에 대한 열망 -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

글 입력 2023.03.2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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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글을 쓰는 것은,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1800년대, 여성에게 글쓰기가 허락되지 않는 시절 브론테 자매는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자매가 살았던 시대는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되었지만, 그들이 남긴 책은 오늘날 서점에서 많은 이들이 찾는 책이다.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 이에 합응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던 브론테 자매는 항상 책을 가까이했고 이들이 어린 시절 써 내려간 글은 훗날 실제로 출판한 작품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


특히 샬럿은 열네 살 때까지 스물두 권의 습작을 집필할 만큼 글에 대한 실력과 열정이 탁월했다. 그녀는 작품들을 묶어 계관 시인인 ‘로버트 사우디’에게 보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차가웠다.

 

 

"문학은 여성에게 필생의 사업일 수 없으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됩니다. 여성은 자신에게 합당한 직분에 몰두할수록 그저 교양이나 기분 전환을 위해 문학에 시간을 쏟을 여유가 없어지니까요."

 

 

여기에서의 '직분'이란 아내가 되는 것이었다.

 

이렇듯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었다. 당장에 브론테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외동아들인 브랜웰은 여러 밝은 전망이 있었지만, 그에 비해 여자 형제들의 선택 폭은 매우 좁았다. 이들은 모두 가정교사의 직분으로 인도되어 고용주의 집에서 자녀들을 가르치고 그들의 시중을 드는 일을 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가정 교사가 되는 것이 내 직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단 한 순간도 상상 같은 것을 하지 않도록 온종일 내 생각을, 그리고 머리와 손을 지배할 수 잇는 것들을 찾아다녔다. .......(중략) 나는 여성이 해야만 하는 모든 의무를 엄숙히 수행하는 동시에 그런 일들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늘 성공하는 건 아니라 차라리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싶을 때가 많았는데도 나 자신을 부정하려 노력했다...... 내 이름이 인쇄되는 걸 보고 싶은 욕망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졌다.'

 

 

문학이 삶의 중심이었던 샬럿에게 여성의 직분이란 혼란 그 자체였다.

 

그녀는 사회적 시선과 그녀의 욕구가 일치하지 않는 것에서 괴로움과 좌절을 느꼈다. 그녀는 세상 아래 여성의 직분을 받아들이고자 마음 속 깊이 내재되어 있는 욕망을 억누르기도 했지만 글쓰기는 그녀에게 필수적인 일이었다.

 

브론테 자매가 하는 가정교사 또한 그들과 맞지 않았다. 특히 브론테 자매 중 막내인 ‘앤 브론테’가 쓴 편지에서는 가정교사에 대한 경험의 묘사가 드러나 있는데, ‘인간의 본성에 관한 매우 불쾌하고 꿈에도 상상 못한 경험’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실제로 이 시대의 가정교사는 저임금에 시달리며 고용주에게 적절한 권위를 부여받거나 필요한 지원을 받지도 못했다.


결국 브론테 자매는 가정교사를 그만 두고 다른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한다.

                                                          

 

"아빠는 무모하고 야망에 찬 계획이라고 하시겠죠. 하지만 세상에 야망 없이 출세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우리에게 재능이 있다는 걸 알기에 각자가 그걸 잘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이들은 학업을 위해 벨기에의 브뤼셀로 떠난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생활도 만만치 않았다. 분명 더 나은 삶을 위해 이곳에 왔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항상 불안해한다.


“나는 곧 서른이 되는데 아무것도 이루어 놓은 게 없어. 앞으로의 전망과 과거의 일을 생각하면 가끔은 우울해져.”  -샬럿이 친구인 엘런에게 쓴 편지 중 일부-

 

이처럼 브론테 자매의 삶은 매우 혹독하고 여려 편견에 맞서 싸우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이후에도 그녀들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정성 들여 쓴 원고는 번번이 퇴짜를 맞기 일쑤였고 그들에게 내리는 평가는 수치스럽고 퉁명스러웠다. 아무도 이들과 이들의 글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끈기 그리고 무엇보다 글쓰기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글쓰기에 전념하는 건 내게 도움이 되었다. 글은 어둡고 쓸쓸한 현실에서 행복한 비현실의 공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침몰하고 있는 나를 상상력이 끌어올려 주었다.'

 

- 샬럿 브론테의 회고록 중

 

 

오늘날 브론테 자매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대표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기 전까진 결과론적으로 성공한 여성이라는 점에서 재능에 대한 막연한 부러움만이 자리 잡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본 브론테 자매의 삶은 좌절과 고난 그리고 편견에 사로잡힌 삶의 연속이었다. 그렇지만 이들의 주체적인 자세와 자신의 욕구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은 이들이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들이 써 내려갔던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단에만 급급한 것이 아닌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 삶을 사랑하는 방법이었다. 글을 쓰려고 연필을 잡고 그 글을 출판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럼에도 글쓰기를 사랑했고, 글이 자신의 발전을 도모한다고 확신한 샬럿의 회고록은 글쓰기에 대한 그녀의 애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정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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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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