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연한 감각들에 대한 낯선 깨달음 - 감각의 박물학 [도서]

글 입력 2023.03.2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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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박물학_표지(띠지무).jpg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내가 느끼고 있는 감각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감각 정도가 전부다. 감각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서 오히려 이를 잃을 것이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만, 코로나바이러스 후유증으로 미각을 한동안 느끼지 못 해 먹을 재미가 사라졌다고 했던 친구들을 보며 당연한 감각의 소중함을 느끼곤 했다.


다이앤 애커먼은 단순하게 느껴지는 감각에 대해 많은 양을 적어 내려갔다. 이렇게 감각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탐구해본 적도 없는 나에게 이 책은 신기한 이야기와 도발적으로 다가오는 이야기투성이다.

 

 

 

최초의 접촉


 

갓 태어난 아기들은 안마를 좋아한다. 안마라고 해도 그들의 손은 우리의 손가락 한 마디도 채 되지 않기 때문에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고 팔다리를 부드럽게 움직이고 구부려주는 것이 전부다.

 

[내가 아기의 깊은, 마약과 같은 잠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기를 쓰다듬어줌으로써 나는 아기에게 생명을 주고 있다.] - p.131


숨을 내쉬면서 태어난 아기에게 생명을 주는 어른의 어루만짐이라는 표현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안마를 받은 아기들은 체중 증가 속도가 받지 않은 아기들보다 50% 빠르다. 더 활발하고 또렷하게 반응을 잘하고 주변 환경을 더 잘 알고 소음을 더 잘 참을 수 있다고 한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뿐만 아니라 유치원생에게도 엄마들은 팔과 다리를 주물러주곤 한다.

 

나도 아침에 나를 깨우던 엄마의 안마가 부드러운 촉각으로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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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그저 뜨겁거나 차갑거나, 거칠거나 판단의 도구로만 써온 촉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감각 중에 가장 사람의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촉각이라고 생각한다.

 

최초의 접촉으로 아이는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을 분명 느낄 것이다. 그리고 크면서 평생 사랑하는 이와의 접촉을 원하며 촉각과의 만남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다른 장치 없이, 오직 몸과 몸으로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하지만 강력한 힘을 지녔다.

 

 

 

감각 자극


 

감각 중에서 가장 산업으로서 전 세계적으로 발전한 분야는 시청각이다. 미디어, 콘텐츠 산업은 사람들에게 시각적 자극과 청각적 자극 모두를 선사한다. 화면 속 퍼포먼스와 연기, 행동들을 보고 들으며 사람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고, 감동하며 인생작을 만나기도 한다.


울림을 전하는 가수의 노래, 소름 돋는 완벽한 댄서의 군무, 혹은 속 깊은 이야기를 전하는 극까지 다양한 시청각 콘텐츠를 만나면서 우리는 많은 자극을 받는다. 어느 순간 너무나 많은 감각의 자극으로 휩싸여 헤어 나오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세상이 되었다.

 

오히려 사람들이 보는 것을 자제하기 위해 유튜브, SNS 지우기 챌린지가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한 감각의 자극을 마냥 좋게만 볼 수도 없어진 상황에서, 조금은 더 좋은 질의 시청각 콘텐츠를 추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생각이 든다.

 

 


사적인 감각


 

책을 읽으면서 대부분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각들은 지극히 개인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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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이어도 각자 타고난 감각은 다르다. 언니는 청각이 예민해서 나와 같은 잠버릇이 심한 사람과는 한 공간에서 잠들지 못한다. 나는 노이즈캔슬링 이어폰만 있다면 지하철에서도 바로 잠들 수 있다.

 

아빠는 돼지고기나 소고기로 만든 음식에서 고기의 잡내가 조금이라도 나면 싫어한다. 동생은 맛을 많이 따진다. 이렇게 같은 지붕에 오랫동안 사는 사람들도 각자의 취향이 다른 것처럼, 유난히 자극받는 감각도 다르고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각도 다르다.

 

감각에 대해서 이렇게 많은 갈래로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다니 작가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단순한 작가 그 이상이라는 것을 책을 읽는 내내 확신할 수 있었다. 저자의 머릿속을 탐구하고 싶다는 생각과 갖고 싶다는 욕심도 함께 떠오른 인물이기에 두고 두고 이 책을 다시 꺼내볼 것이다.

 

천연물 전체에 걸친 지식의 기재가 목적인 박물학이라는 단어를 붙여 책을 명칭한 것은 첫 번째로 자연과도 무척 닮아있는 인간의 감각을 설명한 데 이유가 있다. 두 번째로 무엇보다 인간의 일상에서 밀접히 존재하는 감각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고 생각해본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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