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의 영원한 여름, '맘마미아!'

글 입력 2023.03.1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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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cing Queen’의 첫 소절,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작은 섬, 메릴 스트립의 얼굴… 뮤지컬로도 영화로도 유명한 <맘마미아!>는 그 제목만 듣고도 곧바로 몇몇 이미지를 연상시킬 정도로 상징적인 작품이다. 평소 뮤지컬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맘마미아!>만큼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뮤지컬 <맘마미아!>는 프로듀서 쥬디 크레이머의 주도 하에 캐서린 존슨이 작가로, 필리다 로이드가 연출로 합류해 1999년 4월 6일 런던 프린스 에드워드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후 브로드웨이에 입성, 450개 도시, 50개 프로덕션에서 16개 언어로 공연되는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뮤지컬 반열에 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 1월 25일 예술의전당에서 초연된 이후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맘마미아!>가 이토록 오랜 시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에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무대에 오르며 동시대의 뮤지컬로 거듭나는 <맘마미아!>를 들여다본다.

 

 

 

ABBA의 노래와 함께하는 주크박스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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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ABBA (출처: Wikimedia Commons)

 

 

뮤지컬에서 넘버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도구이면서 작품의 색깔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뮤지컬의 정체성과 같다. 하나의 넘버가 뮤지컬 자체보다 유명한 경우도 있을 정도로 뮤지컬에서 넘버의 영향력은 크다.

 

이야기에 맞게 창작되는 일반적인 넘버와 달리, <맘마미아!>의 넘버는 뮤지컬이 나오기 한참 전부터 인기를 끌었던 팝그룹 ABBA의 히트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기존에 유명한 대중음악을 넘버로 활용하는 뮤지컬을 ‘주크박스 뮤지컬’이라 한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한 차례 대중을 상대로 성공을 거둔 음악을 무대로 가져오기에, 기존의 뮤지컬팬만이 아니라 음악팬까지 수용할 수 있다.


<맘마미아!>의 넘버는 총 22곡. 대부분 ABBA의 히트곡이다. 스웨덴의 4인조 팝그룹 ABBA는 1973년 결성, 이듬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Waterloo’로 우승하며 ‘스웨덴의 비틀즈’로 불릴 정도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10여 년 동안 활동하며 수많은 히트곡을 냈던 ABBA는 1980년대 초부터 사실상 해체 상태가 되면서 인기가 사그라드는 듯했다. 하지만 1992년 발매한 컴필레이션 앨범 이 300백만 장이라는 판매고를 올리며 다시 큰 관심을 받는다. <맘마미아!>의 초연이 1999년이었으니, 해당 앨범의 흥행이 자연스레 뮤지컬을 향한 관심으로 연결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20년 넘게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는 음악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관객이 콘서트장이 아니라 극장을 찾는 이유는 유명한 곡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서 그 곡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다. 좋은 음악은 관객을 끄는 요소이지만, 그 음악을 뛰어넘는 요소가 없다면 주크박스 뮤지컬은 인기를 유지하기 어렵다. <맘마미아!> 이후 여러 주크박스 뮤지컬이 탄생했지만 <맘마미아!>만큼 자리 잡은 작품을 떠올리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주크박스 뮤지컬은 곡의 명성을 뛰어넘을 이야기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유쾌한 소동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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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맘마미아!> 공연 사진 (출처: 신시컴퍼니)

 

 

이야기가 빈약하다는 평을 들었던 여느 주크박스 뮤지컬과 달리 <맘마미아!>는 ABBA의 음악을 살리면서도 그 음악이 더 매력적으로 들리게끔 해주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결혼식을 앞둔 신부 소피가 자신의 아버지 후보 세 명(샘, 빌리, 해리)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맘마미아!>는 시작된다. 진짜 아버지를 찾아 함께 결혼식에 입장하고 싶었던 소피는 직접 셋의 얼굴을 보면 누가 아버지인지 금방 알아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혼란은 커져만 가고, 설상가상 엄마 도나와 섬에 도착한 세 남자가 마주치며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자칫하면 너저분한 치정극으로도 흘러갈 법한 이야기가 낭만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유쾌하고 솔직한 인물과 아름다운 배경, 그리고 이 모두와 어우러지는 ABBA 음악의 힘이다. <맘마미아!> 제작진은 ABBA의 경쾌하고 활기찬 음악에서 어느 여름날 그리스의 작고 아름다운 섬, 그리고 거기에서 펼쳐지는 결혼식을 상상했다. 게다가 극에서 다루는 시간은 소피의 결혼식 전날부터 당일까지 하룻밤뿐이다. 여름, 섬, 하룻밤이라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진다. 솔직함이 파국을 불러오곤 하는 현실과 달리, <맘마미아!>에서의 솔직함은 서로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다.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ABBA의 노래와 함께 머리보다 가슴을 따르는 인물들을 보고 있으면, 언제까지고 이 극의 시간은 여름에 머물 것만 같다. 그리고 그 여름에는 무엇이든 가능할 것 같다는 설렘을 준다. 아버지가 세 명인 것도, 오래 전 떠났던 연인과 재회하는 것도,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도.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관객은 누가 진짜 아버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맘마미아!>의 즐거움은 과거를 파헤쳐 진실을 밝히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지금 나의 마음에 충실하는 인물들을 보며 느끼는 카타르시스에 있기 때문이다.

 

 

 

엄마와 딸이 함께 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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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맘마미아!> 공연 사진 (출처: 신시컴퍼니)

 


<맘마미아!>의 또 다른 매력은 세대를 아우른다는 데 있다. 작품은 크게 도나로 대표되는 엄마 세대의 이야기와 소피로 대표되는 딸 세대의 이야기가 함께 전개된다. 도나의 이야기는 지나간 청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자신도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을 실감하던 도나는 뜻밖에 옛 남자들과 마주치며 잊고 지내던 열정을 되살린다. 오래된 친구들과 함께했던 밴드 ‘다이나모스’의 무대를 다시 선보이며 깨닫는 것 역시 노래 부르고 춤출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의 청춘, 우리의 여름은 언제나 곁에 머물 거라는 사실이다.


한편, 실시간으로 청춘을 살아가는 소피는 스카이를 사랑해서 결혼하려 하지만 결혼식이 가까워질수록 결혼에 회의를 느낀다. 결혼 후 스카이와 함께 엄마를 도와 호텔 운영을 하겠다는 계획 역시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일인지 아니면 엄마 곁에 있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인지 헷갈린다. 애초에 아버지를 찾고 싶었던 마음도 거슬러 올라가면 결혼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알고 싶다는 바람에서 비롯되었다. 도나의 이야기가 과거의 자신을 현재에 재발견하는 내용이라면, 소피의 이야기는 현재의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과정이다. 아직 청춘을 회상할 나이가 아닌 관객이라면 소피에게 더 이입해서 극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딸과 엄마의 이야기는 작품 속에서만 펼쳐지는 게 아니다. 뮤지컬이 스테디셀러가 되면서 작품 외적으로도 이야기는 쌓여간다. 실제로 후기를 찾다 보면 엄마 또는 딸과 함께 <맘마미아!>를 봤다는 내용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맘마미아!>는 올해 한국 공연 19주년을 맞았다. 19년은 작품이 초연되던 2004년에 소피의 입장에서 뮤지컬을 봤던 관객들이 도나의 입장이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엄마와 딸의 추억이 이 작품에 쌓여 있을까 생각하면 작품 속 이야기 못지않게 관객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진다.

 

*

 

2023년, 한국에서 3년 만에 돌아온 <맘마미아!>는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오는 3월 24일부터 6월 25일까지 공연 예정이다. 올해 19주년을 맞은 한국 공연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맘마미아!> 특유의 에너지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여름은 멀었지만, 여름 특유의 쾌활함과 화창함을 느끼고 싶다면 이 아름다운 섬에서 벌어지는 하룻밤 이야기 속에 빠져보자.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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