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노말... 좋아하세요? - 행복회로 부수는 중

글 입력 2023.03.0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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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멜론에 나의 노랑말들이라고 뜨는 인디팝 밴드, <나노말>. not normal한 밴드 나노말이란말이야. 멜론, 바꿔줘!

 


아티스트 이미지_나의 노랑말들.jpg


 

 

나에게 나노말이란


 

그래, 나에게 나노말은 노래 '베쓰밤'으로 기억되는 밴드였다. 


 

좋은 추억을 오래 남기는 방법은, 그 순간의 향기를 기억하는 것 아닐까. 

따듯하고 기분좋은, 그리고 향기로운 기억 속에는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어쩌다 나의 음악 알고리즘에 떠버린 영상을 생각 없이 눌러 반해버린 노래 베쓰밤은 강력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소개 글을 참 잘 썼다고 생각했다. 아기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보컬의 목소리, 위로해 주는 듯 따뜻하지만 약간은 우울한 음정이 기억에 깊이 남았기 때문에.


취향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니 당당하게 말해보자면, 이 노래를 한동안 아주 많이 들었더랬다.

 

한 우물만을 파는 폐쇄적인 취향 보유자, 이 시대의 취향 흥선대왕군인 작성자를 반하게 한 '베쓰밤' 또한 이번 앨범의 6번째 곡으로 수록되었다. 그럼 이번 앨범 [행복회로 부수는 중]에 빠져보도록 하자.


 


먼저 불타고 나서


 

저번 앨범 '행복회로 불타는 중'은 [다음생엔 더 멋진 인간으로], [몸속 로보트 나가], [Flower Shower], [KARMA], [물멍], [민트는 잘못이 없다], [새벽틈 (It Still Hurts)] 총 7곡으로 이루어져있다. 특히 좋아했던 노래가 많았던 바로 직전의 앨범 전곡을 해석해보았다. 

 

1. 다음생엔 더 멋진 인간으로_우울에 푹 절여져보자

 

아아. 우울하다. 음부터 가사까지 모두 우울하다. 그렇기에 현재 우울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위로가 될 수도. 


 

소심함은 나의 병인지 

비겁함은 나의 무긴지

순진함은 나의 몫인지

 

 

자신에게 경멸을, 삶에는 권태를 느끼는 그가 부르는 감미로운 노래이다. 우울한 이가 듣는다면 약간 위험할 수도. 그만큼 우울한 감정과 감성을 자극한다.



2. 몸속 로보트 나가_'몸속 로보트 나-가'에 중독된 썰 푼다


'통통통 통-통, 통통통 통-'하는 실로폰 같은 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는 첫 부분의 독백이 정말 매력적이다. 참 소설 같은 노래다. 그런데 이 노래의 작사가께 어떤 것을 염두에 두고 작사한 것인지 너무 궁금하다. 연구소 암호인 '몸속 로보트 나가'는 어디서 감명을 받으신 것인지. 이 아포칼립스 세계관 같은 내용은 SF 판타지 영화에서 따 오신 건지 등.


-라고 쓰려고 했는데 혹시 몰라 구글링 해보니 부산 도시전설이었다. 세상에. 부산 출신이 아니라 정말 감도 못 잡고 있었다. 도시 전설을 노래를 만든 거였구나. 노래의 비밀을 알고 나니 더 마음에 든다. 사실 처음에는 '잉, 이 소설 같은 가사와 독백은 뭐람. 몸속 로보트 나..가?는 또 뭐야.' 했는데 듣다 보니 몸속 로보트 나-가를 흥얼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분명 당신도 그럴 것.

 

 

3. Flower Shower_누군가의 흔적을 지워버린다는 것 


뜬금없는데 나노말은 참 도입부를 잘 만든다. 이 노래를 듣다가 문득 깨달아버렸다. 그리고 통통 튀는 비트를 잘 쓴다. 이 노래 또한 그렇다. 노래 자체에 집중해서 감상을 적어보자면, 상대가 누군지는 모르겠다. 끝나버린 전 연인, 혹은 다른 누군가가 남겨버린 흔적을 지우고 싶어 하는 내용.


해석은 자유니까 솔직하게 써보자면 왜 이렇게 장르가 로맨스처럼 들리지 않는지, 자꾸 소름이 돋는다. 전 연인이 남기고 간 사랑스러운 말 한마디, 열띤 상흔, 쓰담어주는 손길을 잊고 싶다고 말하는 게 아니었다면? 사실 노래의 장르가 스릴러라면? 이라는 가정에, 약간은 오싹할 수도.  

 

 

4. KARMA_모든 것은 돌고 돌아


사실 약간은 쉽지 않았다. 곡의 구성이나 가사가 살짝 하드하다. 아니, 난해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


카르마, 카르마, 카르마, 카르마.

그렇게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5. 물멍_속아버린 누군가의 혼란


'삐리리 삐리리 빰빰'스러운 노래다. 작성자의 표현의 한계 같은가? 그렇지만 정말 저 표현이 딱이다. 연주부터 가사까지 '띠리리- 삐리리- 핑-' 하는 느낌이다. 한번 속는 셈 치고 들어봐요. 신세계 같은 노래.


 

완전 속았네요 난

그래 속았어요 난

완전 속았네요 난

그래 속았어요 난

 

  

6. 민트는 잘못이 없다_If you mix the rainbow, It'll turn into shit


타이틀대로, 민트의 무죄를 노래한다. 나지막한 대화로 시작하는 가사가 신박하고 웃기다. 그뿐 아니라 음정 조절을 하여 기계음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더 웃겼다. 마치 '그것이 알고싶다'에 나오는 사람들의 대화같이 들렸다고 해야 하나. 


독특하고 웃긴 대화 파트를 제외한 부분은 보컬의 목소리가 유니콘이나 천사의 합창처럼 들린다. 차이는 서로를 경멸하게 만든다며, 무지개를 섞으면 아주 X 될 것이라는 가사를 아주 감미롭게 부른다. 가벼운 주제이지만, 자신의 소신을 창의적이고 웃기게 잘 풀어낸다.

 

 

7. 새벽틈(It Still Hurts)_비틀거리고 불안정한 숨을 내쉬는 생들에게 선사하는 꽃 한 송이


새벽틈은 엉뚱한 느낌을 주는 음이 기본 베이스로 깔리는 노래이다. '뚱땅뚱땅', '비틀비틀' 걷는 모양새가 그대로 느껴지는 노래이다. 그래서인지, 가사에도 '비틀비틀'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어두운 거리를 불안정하게 걷는 뒷모습이 그려진다. 그이는 남들처럼 드넓은 들판에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 그럼과 동시에 그 쓰레기를 치워버리고 싶다고 소망한다. 조금은 이질적인 두 마음을 못 견디겠다는듯 다시 돌아와, 급하게 꽃을 심는다. 그리고 가사를 끝으로 듣는 사람이 슬퍼지게 우는소리가 이어진다.


그 모습이 퍽 불안정하다. 동시에 사랑스럽다. 삶에 치일대로 치이고 사람에, 사랑에 아파하는 사람이 그럼에도 자신의 삶을 놓아버리지 않는 듯해서. 자신의 삶을 사랑하지는 않아도 쉬이 저버리지 않는 이의 눈을 본 적이 있는가?

 

그들의 눈은 겁과 악, 그리고 긍지로 차있다. 이 노래는 그런 느낌을 받게 한다. 우울하지만 비틀거리지만 결코 쓰러지지 않을 것 같은 악. 에이, 오늘은 죽어라 울어버리고 내일 다시 살아가자며 다짐하는 사람의 영혼 같다. 


 


이번에는 부서질 시간



행복회로 부수는 중_앨범커버.jpg

 

 

이번 앨범을 위해 CD플레이어를 찾아 삼만 리. 나노말의 앨범을 얻을 수 있다는 것에 취해 CD 재생에 대해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현대 문명에 녹아들어 클릭 한 번으로 노래를 듣다가 CD 재생을 하러 인근의 실습실을 찾았을 때 기분이 조금 낯설었지. 몇 번의 조작질 끝에 11개의 곡을 맞닥뜨리고 한곡 한곡 음미하며 감상한다. (아직 발매 전이기 때문에, 해석의 여지를 위해 이번 앨범은 최대한 간단하게만 감상을 남깁니다.)



1. 우주미아_우주에서 나 홀로

 

우주에서 풍선껌을 터뜨리는 느낌의 곡. 명랑하고 쾌활하고 외롭고 쓸쓸하다. 신나는 음과 반대로, 자책과 사랑을 갈구하는 가사가 대조적이다. 끝음 처리를 내리며 끝내는 전개도 인상 깊다. 


 

난 우주미아

멍청하게 떠도는 미아

우주미아

미아

 

미아

미아

미안

 

 

2. Neon Ocean_따따따

 

빠른 템포가 인상적이다. 바다와 도시를 묘사한 가사를 곱씹을수록 쓸쓸해진다.


 

따따따 물에 잠긴 도시를 헤엄쳐

따따따 틀어박힌 채 우는 사람들

따따따 나는 가련한 평온에 잠긴 채

꿈을 떠다니겠지

 

 

3. 쪼꼬매_무엇을 묘사한 것일까

 

침대 머리맡에 놓는 인형을 묘사한 듯하다. 쪼끄만 인형을 어린아이처럼 순순한 시점으로 보는 사랑스러운 가사

 

 

4. 해피 바나나_동요의 탈을 쓴 어른의 노래

 

'빤나나 빠우'의 후렴구가 중독성이 좋다. 감정이나 상상을 일말의 거짓 없이 솔직하게 드러내는 노래. 그로테스크한 매력이 있다.

 

 

5. Crazy Socks Thing_미안해요 그대에겐 친구가 많네요

 

사람이 사람을 낙원으로 삼는다는 것을 다룬 것이 아닐까. 도트 게임이 떠오르는 노래. 혹은 옛 정취가 느껴지는 거리에 나만이 서있는 감상을 주는 노래. 외롭고 홀로 갇힌 듯한 느낌이 든다. 

 

 

6. Bathbomb_언제나 사랑이 가득해요

 

연기처럼 진하게 향기가 나는 사랑을 붙잡아 살아가는 우리가 떠오르는 노래. 그저 사랑스럽다. (앞에 자세히 언급한 바 있습니다)



7. KARMA

 

저번 앨범의 후기로 언급한 바 있음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8. 냉동실_세상은 꽁꽁 얼어버린 것만 같이

 

보컬의 새로운 가창, 발성법이 새롭게 들려서 좋았던 곡. 나노말의 노래 중 처음 접했던 잔잔하고 가녀리고 부드러운 느낌의 노래. 다 좋았지만 특히 새로웠다고 해야 할까.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가사가 돋보인다.


 

차갑게 냉동되어 오는 사랑을

내 가슴속에 얼려다 남겨지겠지

차갑게 냉동되어 오는 사랑을

그대라는 그 온기로 녹여지기를

 


9. 기억을 지우는 병원_나를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

 

나노말의 전매특허, 나지막한 독백이 매력적인 노래. 피아노 연주가 잔잔한 발라드 같다는 인상을 주고 서글픈 가사와 내용이 마치 짧은 소설을 읽은 듯하다.

 

 

10. 휴지인형_나노말의 발라드, 사랑 노래

 

나노말의 순수한 발라드 노래를 처음 접하는듯하다. 어쿠스틱 밴드처럼 연주 방식도 살짝 바뀐 듯 한 이 곡은 나노말의 장르 소화력을 보여준다.

 

 

11. We Never Get Old, We Never Faded Away_내가 널 믿는다면 우린 나이를 먹지도 사라지지도 않겠지

 

나노말의 영문 곡! 정말 좋다. 감미롭고 좋다. 표현력의 한계가 맞을 수도 있다. 너무 취향이기 때문이다. 인디팝에 가장 장르가 맞는 곡 같기도 하다.

 

 

You know,

We looks like just two fools, yeah?

But who cares?

I'll really being likely to fool

We'll be together

For everywhere

 

We never get old, and we never faded away

 

 


나의 나노말



밴드 나노말은 지향하는 특색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어떨 때는 한없이 우울하다가도, 콘셉츄얼한 장르가 돋보이기도 하며, 사랑스러운 소신 발언을 하기도 한다. 인디밴드이지만, '팝'하며 터지는 듯 독특한 특색이 있는 인디팝 밴드인것이다.


사실 지금껏 한 앨범의 노래를 전부 들어본 적은 잘 없다. 그냥 타이틀곡에 삽입곡 몇 곡 정도. 그런데 나노말의 이번 앨범 모든 곡을 다 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취향 흥선대왕군 답게, 내 마음속의 최애곡은 정해졌지만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모든 곡이 좋다.


가벼운 사랑 노래도, 잔잔한 발라드도 좋지만, 나노말만의 솔직함은 독보적이다. 솔직하고, 포장이 없다고 할까.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을 적고 포장을 하는 것이 인간인데, 이렇게 솔직하고 대담하게 가사를 적어 노래를 만들어주어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다른 이에게는 그들의 노래가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게 나노말의 노래는 위로였기에.


마지막으로, 꼭 이번 앨범 [행복회로 부수는 중]을 비롯해 전 앨범을 들어보기를 바라며.

 

 

[최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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