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nion] 전주까지 와서 탕후루만 먹지 말고 전시 관람은 어때? [미술/전시]

전주의 초봄을 만끽하는 전시들
글 입력 2023.03.09 15:0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크기변환]KakaoTalk_20230309_163250686.jpg

 


따뜻해지는 봄 날씨에 전주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늘어났다. 집 앞에도 사무실 앞에도 예쁜 파스텔 톤 한복을 입고 한 손에는 여행가방을 반대에는 탕후루를 들고 여유럽게 거니는 사람들이 많다. 여행객들의  설렘을 타고 봄꽃들도 하나 둘 피어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한옥마을과 한옥마을 주변에는 많은 공연장과 전시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주 한옥마을에서 도보로 15분만 이동하면 전주의 많은 예술가들이 적을 두고 있는 '서학예술마을'이 나온다. 현재 이 서학예술마을에서는 매력적인 사진 전시들이 진행되고 있다.

 

전주에 방문한다면 한 번 들러 감상하는 것이 어떨까?


 

 

심장으로 들숨을 쉬고 자연으로 날숨을 쉰다

3월 4일 - 3월 19일, 아트갤러리 전주, 엄효용 초대전 '지금, 나무'



[크기변환]IMG_0488.jpg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최근 SNS를 중심으로 여러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챌린지'란 사람들과 함께 생산적인 행동을 하고, SNS를 통해 공유하는 MZ 세대 특유의 문화다. 챌린지 문화가 정착하기 한참 전부터 매일 '하늘 찍기' 챌린지를 하고 있는 사진작가가 있다. 엄효용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하늘 사진을 찍기 시작하고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는 엄 작가를 개인전이 진행 중인 아트갤러리 전주에서 만났다.

 

‘심장으로 들숨을 쉬고 자연으로 날숨을 쉰다’는 말은 작가의 좌우명이다. 사람은 심장으로 호흡하지만 산소 없이는 살 수 없으므로 사람과 자연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 그가 풍경 사진에 관심이 많은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는 많은 자연물 중에서도 나무를 보면 아름다운 여인을 보는 것처럼 마음이 설렌다고.


그는 길을 따라 주욱 늘어선 나무들의 사진을 한 장씩 찍고 그것들을 중첩시켜 작업한다. 수백 장의 다른 나무 사진을 중첩시키면서도 하나의 나무 모양을 살리는 것은 정교한 데이터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의 사진이 단순히 '합성사진'이 아닌 인상파 작가들의 회화 작품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특히 한쪽 벽면에 가장 크게 자리한 벚나무는 더욱 각별하다.


 

IMG_0491.jpg

 

 

"벚나무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싶어서 여러 날에 걸쳐 촬영했어요. 뉴스에서는 꽃들의 개화시기를 콕 집어서 알려주지만, 사실 꽃이 피는 날은 전부 다르잖아요. 어떤 날에는 이 나무의 꽃이 피고, 그 다음 날에는 이 나무의 꽃은 졌지만 저 나무의 꽃이 피기도 해요. 그 장면이 하나하나 소중해서 모두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었어요.“

 

그는 13년째 일출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매일매일 기록된 사진은 2년 동안 편집을 거쳐 캘린더로 제작된다. 일반 캘린더 위에 2년 전의 하늘 사진을 투명 필름에 인쇄하여 겹치는 형식이다. 지인의 결혼기념일이나 돌잔치 등 특별한 날에는 그날의 사진을 인화하여 선물하기도 한다.

 

작가는 하늘 사진을 찍으며 ‘내 안의 나’를 찾았다고 말한다.

 

 

IMG_0484.jpg

 

 

“보통 그 하늘이 그 하늘 같다고 많이 생각하시는데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아요. 하늘도 전부 다르듯이 사람들도 전부 다 달라요.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게 꼭 '나'를 찾는 과정인 것처럼 느껴져요. 그건 제가 하늘을 찍는 이유이기도 해요.”

 

현재 그는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정리하며 재미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하늘 사진으로 ‘시간의 길’을 만드는 것이다. 한쪽에는 하늘 사진을, 반대쪽에는 그날 태어나거나 죽은 이들을 병치하여 생과 사를 교차시키는 것이다.

 

엄효용 작가는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을 전공했다. 단체전에 40여회 참가하고, 개인전을 10여회 개최하였다. 최근에는 ‘나무’ 연작으로 대중과 평론가들의 관심을 동시에 받고 있다.

 

 

 

여기 맛있는 풍경화 한 장 나왔습니다

3월 1일 - 3월 26일 , 서학예술마을갤러리, 강리 초대전 '식탁의 풍경화'


 

IMG_0499.jpg

 

 

화병에 담긴 꽃을 역광으로 찍은 사진이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화병과 꽃이 아니라 향식료 통 속에 담긴 고추와 버섯이다.

 

서학예술마을 갤러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강리 초대전 ‘오후의 풍경화’에서는 피망이나, 당근, 버섯 등의 흔한 채소들이 하나의 ‘오브제’가 되어 관객들을 맞고 있다.

 

전시는 평범한 식재료의 본질적인 형상에 주목한다. 황금빛의 색감이 머무는 화면에는 재료들의 쓰임보다는 자연스러운 형태가 돋보이도록 조형되어 담겼다. 피망의 적·녹색, 브로콜리 특유의 결, 꼭지가 어슷썰린 바나나의 모양 등은 오브제의 동색과 조화를 이루어 관람객의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일상적 먹거리를 볼거리로 전환한 실험적인 시도다.


식품 사진 찍는 것을 업으로 삼았던 작가는 촬영 현장에서 수많은 식재료가 버려지는 것을 보았다. 단지 이상적인 미형이 아니라 광고에 실리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작가는 버려진 것들 사이에서 현란하고 맛깔스러움 대신 또 다른 아름다움을 찾았다.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는 '대상을 가장 사실적으로 담는다'는 사진의 매체적 특성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이번 전시에 '사진'이 아니라 '풍경화'라는 제목이 붙은 것도 관련이 있다.

 

 

IMG_0497.jpg

 

 

작가는 이번 전시가 서학예술마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노을진 동네의 분위기와 잘 맞는 작품을 고민했고,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조금 낮게 작품을 전시했다.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담쟁이 서학예술마을 갤러리로 향하는데 우연히 정원에 드리운 노을빛을 보게 되었어요. 그 순간 10여 년 전 프린트 해두고 포장도 뜯지 않았던 ‘식탁의 풍경화’ 작업들이 떠올랐어요. 그것들을 먼지 털며 창고에서 꺼내어 식탁을 차려보았습니다.”

 

강리 작가는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과 교동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었다. 제일기획의 포토크레이티브 부서의 팀장을 역임했다.

 

 

 

신동하.jpg

 

 

[신동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0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